갑작스레 생긴 신종 바이러스로 인해 마스크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아니 인터넷은 이미 품절이 대부분이고. 평소에 편의점 매대에 가득 걸려있던 마스크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작년 평화롭던 십이 월에 여자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갔었다. 겨울은 겨울이라 바람이 심하게 불었고 차 없이 걷거나 버스로 여행을 하고 있어서 너무 추웠다. 그래서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여행 기간에 쓸 거라 넉넉히 들어있는 걸 골랐다. 그때는 5매입에 사천 원이었다. 그때는 그 가격이 비싸거나 또는 저렴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전염병이 무서워서 매일 마스크를 쓰거나 하지 않고 내가 춥거나 그럴 때 사용하면 됐기에 특별히 많이 필요하지도 않았으니까.
최근에 페이스북 광고에 홀려 마스크 최저가 판매 링크를 타고 들어가 둘러보다가 기겁했다. 내가 5매입에 사천 원을 주고 산 마스크와 기능이 동일한 KF94 제품이 개당 이천구백 원이었다. 그것도 할인해서. 심지어 어린이를 위한 작은 기능성 마스크까지.
근데 그것마저도 물량이 많지 않다고 한다. 유아인보다 내가 더 어이가 없다.
이럴 때 사람이 역겨워지고는 한다. 가격을 낮추고 다 같이 살아남으려는 게 아니라, 살아남으려는 사람을 이용해 자기 뱃속을 불리려는 것이 너무 확연히 보이기에.
정부에서는 하루에 천만 개씩 생산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좀처럼 급등한 마스크 가격은 제 가격을 찾아올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묻고 싶다. 당신이 올린 마스크 가격에 양심을 팔아 그 가격까지 얹힌 건지. 그래. 몇 번을 양보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래도 어린이들 용까지 가격을 올려서 파는 것이 맞다 생각하는가. 이 신종 바이러스가 없어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때 돈 많이 벌었다고 자랑스러워할 것인가 말이다.
또 정부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마스크를 잔뜩 집어가 중고나라에 올라왔다는 기사를 봤다. 딱 두 글자가 생각났다. 환멸. 이럴 때는 사람에게 환멸이 난다.
여자친구가 조카들을 위해 조금 비싸도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마스크를 찾아 주문했는데, 품절로 주문이 취소됐다고 한다.
오늘 또 기사에 확진자가 늘었다. 그럴수록 우리의 불안은 커질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제 가격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기사를 볼 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우리가 사람으로 불릴 수 있는 건 사람답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부디 더 확진자가 없이. 마스크 걱정 없이. 모두가 전염의 걱정 없이 오늘도, 내일도 웃을 수 있는 날이 되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