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나의 2학년 첫날, 너의 2학년 첫날

교사 자녀는 괴로워 1

by 로렐라이언덕

지나치게 반짝거린다. 나를 보는 눈빛들.

왜 그렇게 바르게 앉아있는 거야 얘들아, 선생님 좀 부담스럽다.

아무리 3월이라지만 '선생님한테 예쁨 받을 거예요.' 하는 눈빛이 노골적으로 비친다. 고학년은 자기들끼리 탐색하기 바쁜데 그저 선생님께 대하여 초롱초롱이라니! 이게 저학년의 매력인가요.


자기소개 시범을 보였다. 교사는 최고의 교육자료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다음으로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친구는 고등학교 때 친구예요. 그 친구를.."

"여자예요, 남자예요?", "결혼했어요?", "여자랑 결혼했어요?", "그럼 동성연애자예요?"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정해지지 않은 타이밍에 우두둑 터져 나온다. 그래, 지금까지 참은 게 용하다. 이게 저학년이지.


다음 시간, 책상 서랍 정리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손을 번쩍 든다.

질문할 땐 손을 먼저 들기! 오 그래!! 자기소개 시간에 배웠다고 바로 바뀌는구나, 스펀지 같은 녀석들.

"선생님, 물 마셔도 돼요?"

"네, 언제든 필요할 때 꺼내서 마셔요."

"선생님, 이거 지우개로 지워도 돼요?"

"그게 뭔데? 그래, 네 책상이니까 원하면 지워요~"

"선생님, 바구니 안에 지금 풀 넣어도 돼요?"

"응, 아까 넣으라고 했잖아요."

"색연필은요?"

"색연필, 사인펜 다 넣으라고 아까 얘기했어요^^^^"

"선생님~저는 색연필이 없어요.", "저는 12색이에요!", "나는 24색인데~!", "저는 선물로 받았어요, 1학년 때 쓰던 거는 @#$%^&##&! × <$..."

오... 얘들아. 서랍정리가 이렇게 한 시간 걸릴 일이니..


퇴근하는 길, 잔소리를 한 보따리 싼다.

우리 애도 저러고 있으려나.. 자기 얘기하느라 정작 할 일 못하고, 설명한 거 또 물어보고, 안 물어봐도 되는 거 물어보고 있으려나 생각하면서 차곡차곡 담아 두었던 잔소리들.


너의 2학년 첫날은 어땠을까. 선생님은 친절하실까, 아는 친구들은 많이 있을까, 짝꿍은 누가 됐니 그런 것들이 궁금해야 하는데.. 설명한 걸 또 물어보지는 않았을까, '우리 엄마도 초등학교 선생님인데요~!' 하며 아무도 묻지 않은 얘길 하진 않았을까, 당연히 해도 되는 것을 허락받으며 수업 맥을 끊지는 않았을까를 궁금해하는 나는 학부모도 교사도 아닌, 참 애매한 자리에 있다.


교실에서 만든 잔소리 종합선물세트는 잠시 넣어두고 먼저 꼭 안아주었다.

"2학년 된 거 축하해! 오늘 뭐가 제일 재밌었어?"

커피를 좋아하신다는 새로운 담임선생님, 동네 놀이터에서 얼굴은 많이 봤던 짝꿍이야기를 하면서 생글생글한 아이의 표정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그래,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슬금슬금 선생님 모드가 작동한다.

"엄마도 첫날이었잖아~ 엄마 얘기도 들어주라. 우리 교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글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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