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장인이랑 안 맞는 거 같아 (1)

다시는 직장인으로 살지 않겠다

by 햅피백수
월급 받는 만큼 일하는 거 제일 못하는 거


그 첫 번째 이유는 일을 너무 열심히 한다는 것.

당연히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만

나는 출근 전, 회사, 퇴근 후, 휴일,

심지어 자면서도 일하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출근하면서 잠시 빨간불에 서게 되면

옆자리에 놔둔 아이패드를 들어

업무 관련 아이디어를 정리한다.


퇴근 후, 오늘 회사에서 진행한 업무에 대한 결과를

한 시간 간격으로 확인한다.

그 결과에 따라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끝이 안 보이는 터널에 스스로를 가뒀다.

내일이 오기 전에는 나올 수 없는 긴 터널 속에.


휴일에 가끔 드라이브를 가게 되면 차 안에서

바깥 풍경이 주는 여유로움은 정작 즐기지 못하고

골똘히 일 생각에 갇혀 무서운 표정이 된다.

남편이 안 좋은 일 있냐고 종종 물어볼 정도..


자기 전까지도 일 생각에.. 결과 체크에..

퇴근 후 시간을 온통 업무에 쏟아 넣고도

멈추지 못한다.

자기 위해 눈을 감으면 머릿속은 더 엉망이 된다.

어떻게 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결과가 안 좋았던 업무는 어떻게 해야 잘 될 수 있을지?

생각하다 보면 2-3시간은 훌쩍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아 나 좀 있으면 출근이지..'


심지어 회사 근처에서 직원들과 간단한 회식을 즐겼다.

그리고 자리를 끝낸 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다시 회사에 들어가서 일한 적도 있다.

그때 시간이 밤 10시였나...


한 번은 금요일 퇴근 전에 세팅해뒀던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매출에 영향을 주는 걸 알았다.

일요일이었고, 회사입장에서 손해 보는 건 없었다.

그냥 내일 출근해서 다시 세팅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나는 굳이 차를 끌고 출근했다.

고작 그 몇 시간 매출 한번 더 벌어 보겠다고..

어차피 내 회사도 아니고,

내가 한 만큼 벌어가는 대표도 아닌데

나는 고작 월급쟁이 주제에 대표처럼 일했다.


결과가 좋으면 개인 성과급을 더 주나요?

- NO

일하는 시간이 더 많으면 월급을 더 주나요?

- NO

그런데 왜 그렇게 일했나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냥 책임감 때문인 거 같다.

나름의 목표도 있었고..

열심히 해야 하는 자리에도 있었고..

알게 모르게 가스라이팅도 당했고..

그래서 결국 주저앉아 버렸지만..


물론 회사에서는 좋아했다.

"팀장님 같은 직원 2명만 더 있으면 회사 크는 건 시간문제예요"

아 이것도 가스라이팅인가..?

뭔가 연간 행사처럼 대표님에게

종종 들었던 말이었는데..


이제는 내 인생을.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다른 사람의 무언가를

위해서 너무 열심히 일하는 내가 싫다.

내가 직장인으로의 삶을 다시는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나는 호구다..

내 주제가 뭐라고 스트레스에 망가지고 있었음에도

회사 걱정이 먼저였던 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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