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밴트 캘린더에 설레는 낭만

낭만일기

by 노랑돌고래

낭만일기 by 노랑돌고래 | 9. 낭만의 어드밴트 캘린더

2024.12.12




몇 년 간 조카들에게 어드밴트 캘린더를 보내왔다.

비싸고 좋은 건 못 하고, 매일매일 초콜릿이 나오는 걸로 보내줬는데 이제 한국보다 맛있는 초콜릿이 많은 나라에 살고 있고, 나중에 한국에 돌아오면 더 이상 이런 작은 간식에는 흥미가 없을 나이가 되니까 작년에 보낸 것이 마지막일 것 같다.


건장한 어른이지만 나도 받아본 적이 있는데, 아이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과에 찌든 어른에게 어드밴트 캘린더는 매일 수행해야 하는 또 하나의 루틴이 늘어난 것에 불과했다. (만약 샤넬 어드밴트 캘린더였다면...? 그럼 1일에 한 달 치를 다 뜯어봤을지도) 바쁠 때는 며칠 뜯지 못하다가 한꺼번에 뜯으면서 '4일 간 못 뜯었으니 4일 간 야근을 했구나'하는 이상한 야근 영수증을 스스로 만들곤 했다.


하지만 이걸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들도 있겠지.

그런 사람들에게는 매일의 소소한 즐거움이 늘어난 셈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드밴트 캘린더는 날마다 설렘을 여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얼마나 낭만적인 데일리 이벤트인지...


요즘 나이가 들수록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든다. 주로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삭제하는 것에 셀프 괴로움을 느끼는 것인데, 어린 시절의 나는 나에게 잠재되어 있을 재능, 말하자면 가능성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설렘으로 살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도전해 볼수록 그런 건 없었다. 아니면 어린 시절의 내가 바랄 정도로 세상을 뒤집을 수 있는 놀랍고 독보적인 수준이 아니었다.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이후의 나를 사랑하고 살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봤자 나는'이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무기력해지면서 나는 어드밴트 캘린더를 귀찮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닫아버린 가능성을

다시 열 수 있는 설렘을 찾고 싶다.


크리스마스 느낌의 전구를 켜고

싫어하는데도 굳이 우유를 데우고

예쁜 접시에 쿠키를 올리고

아무에게도 보내지 않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옆에 세우고

나답지 않은 따뜻한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그런 낭만을 내년에는 다시 찾을 수 있길.


그리고 어드밴트 캘린더를 여는 설렘을 되찾은 희망찬 사람이 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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