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혜 Mar 24. 2023

 글쓰기, 책 쓰기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작가를 꿈꿨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거나 관심가지는 분야에서 특출 나게 빛나는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을 동경하기 마련이라, 책을 좋아하는 내가 책을 출간한 작가님들을 동경하고 작가가 되고 싶어 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장르의 작가들 중에서도 나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자신만의 새로운 세상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감동과 재미, 공감과 위로, 혹은 공포와 흥분까지 감각하게 만드는 그 소설가들의 능력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현재 나는 에세이를 한 권 낸 출간작가이자 초보작가다.

결국 나는 어떻게든 '작가'라는 타이틀은 거머쥔 셈이다.

그렇다면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면서, 소설 쓰기는 시작도 하지 않은 채 에세이를 출간한 나는, 애초부터 작가란 타이틀이 갖고 싶었던 것인가, 아니면 그냥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인가.

어쩌면 막연함 속에 뒤섞여 있는 이 여러 가지 감정들 속에서 그래도 제일 컸던 마음은, '작가가 되고 싶다' 였던 거 같다. 그리고 그 작가가 되기 위해 내게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한 요령 있는 선택으로 나는 직업에세이를 택했다.


어려서부터 마음이 복잡할 때면 늘 일기를 썼고, 언젠가부터 읽은 책들을 기억하기 위해 책내용을 요약하고 느낀 점들을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쓰기'는 나의 일상 속에 한 부분으로 편안하게 자리 잡았다.

일기장은 나만의 공간이었기에,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글을 쓰든 철저하게 비밀성이 보장된 공간이라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은 1도 느끼지 않은 채 거침없이 쓸 수 있었다.

그러던 내가 읽은 책들을 기억하기 위해 인스타라는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책에 대한 요약과 짧은 감상을 적은 나의 글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노출되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사람들과 글을 쓰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책 읽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책얘기를 신나서 할 수 있는 소통이 너무 즐겁기도 한 반면,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힌다는 부담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짧은 리뷰 하나를 쓰더라도 정돈된 글을 써야겠다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책을 좋아하는 분들과 소통하기 시작하고 글에 대한 피드백도 받고 서로 응원해 주며 조금씩 나의 글에 대한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제일 신기했던 부분은 인스타라는 공간에는 '작가'들이 참 많다는 것이었다.

막연한 나의 꿈을 실질적으로 이루신 작가님들과 소통하며 때론 좌절받기도 하고(그들에 비하면 나의 글은 너무나도 보잘것없었기에), 때론 용기도 얻고 또 작가님들의 피드백에 감동받기도 하며 '어쩌면 나도 정말 작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기 시작했다.

막연한 꿈 속에 있었던 것이 점점 구체화되고 현실화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그냥 '글쓰기'가 아닌 '책 쓰기'로의 전환에서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역시 '무엇을 쓸까?'였다.

이 시기에 용기와 방향을 함께 가져다준 책이 장강명작가님의 [책 한번 써봅시다]였다.


세상에서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것이 좋은 에세이의 전부는 아니지만,
출발점을 잘 잡으면 좋은 에세이를 쓸 가능성이
확 높아진다.


장강명 [책 한번 써 봅시다] p_98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

어려울 것도 없었다. 나는 특이하다면 아주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리하여 나는 나의 특별한 직업인 청소업에 대한 책을 써보자 하고 '책 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막상 쓰기 시작하니 내 안에 쌓여있던 이야기들이 쉼 없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나는 첫 책을 약 4개월여 만에 완성했다.

일을 해가면서 저녁시간에 잠깐씩 글을 썼기 때문에 아주 짧은 시간에 한 권 정도의 글을 완성한 셈이다.

그저 내가 겪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따른 감상과 그로 인해 얻게 된 삶의 지혜들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어서 쓴 글이었훌륭하고 세련된 문장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노력하지 않았기에 가능했었던 기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까짓게 무슨 글을??"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나는 내 글이 누군가 한 사람에게라도 닿아 '쓰임'이 있는 글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썼고, 내 글의 평가나 판매가능성은 출판사에서 출간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그 가치가 결정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자신감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겸손해 보이기는 하지만 책임감을 회피한듯한 나의 생각은 아주 잘못된 생각임을 출간 후에 깨닫게 되었다.)


어쨌든 그렇게 투고를 하고 출판사를 결정하고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친 후 나는 출간작가가 되어있다.


내가 하는 일이 전적으로  글쓰기에만 한정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 권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작가의 커리어를 쌓아갈지 말지는 아마도 이 시기에 결정될 듯하다.

책 한 권 내고 나면, 나의 프로필에 작가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해지고,

나를 감싸고 있는 세상의 빛깔이 한층 밝아져 있을거란 생각은 판타지에서나 존재할 일이었고(물론 출간계약을 하고 출간직후 잠깐 핑크빛이긴 했다), 이후 내가 맞닥뜨린 현실은 생각보다 더 냉철했다.


가장 중요한 건 '한 사람에게라도 가 닿길...'이 말은 정말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이라는 것.

그리고 출판사 망하게 할 생각 아니면, 내 책을 선택해 주고 함께 하기로 결정해 준 출판사를 위해서라도 마케팅도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갈 것. 등등

책을 한 권 내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들을 절실하게 깨닫는 시간들이었다.


이 글은 비슷한 시기에 생에 첫 책을 한 권씩 펴낸 초보작가 3명이 모여서 '글쓰기'가 아닌 '책 쓰기'로 시작해보려 한다.

'막연하게' 라도 책 한번 써 보고 싶은 분들에게 전하는 선배초보작가로서 들려줄 이야기들이다.

이 책 역시 작가가 되길 원하고 이젠 혼자만의 글쓰기 말고 세상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누군가, 한 사람에게도 가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고 있다마는, 이제는 "최소 500명 정도에게는 가 닿아야만 한다!" (출판사와 함께 살아남아야 하니)라는 바람이 더해진다.


어쨌든 이 글들이 '글쓰기'에서 끝나지 않고 책으로 출간되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되길 바라며, 글 하나 완성하면 작가가 되는 줄 알았던 천지도 몰랐던 초보작가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시작하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책을 쓰셨어요? 라는 질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