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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엽 변호사 Apr 30. 2024

구속은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구속의 이유

언론에 보도되는 강력 사건들 중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불구속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사건이 보도되는 뉴스에는 많은 분들이 ‘폭행으로 사람이 죽었는데, 불구속이라니!’, ‘구속영장기각이라니 법원은 정신 차리라’고 불구속 처리에 불만을 표시하곤 하죠.


그러한 경우 저 또한 사건 내용을 살펴보는데요. 처참한 사건임에도 법원이 구속시키지 않았다는 점에는 수긍 가는 측면들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원의 구속영장기각 결정이 어떤 부분들 때문인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



구속여부에 대하여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기에 앞서 구속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구속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제처분입니다.

구속의 목적은 수사절차의 확보를 위함이 가장 크고, 그 외 재범이나 피해자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구속은 실제 혐의가 모두 입증되어 형이 확정된 후에 집행하는 형사처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수사단계에서는 불구속 수사가 원칙입니다(형사소송법 제198조).


외형적으로 신체를 가둔다는 점에서 구속이나 징역 사이에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구속은 형이 결정되지 않은 자에게 강제한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합니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나 피고인이 구속되었다가 추후에 무죄로 판결될 경우 형사보상을 통하여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구속이 필요한 경우




그렇다면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어떤 것일까요? 형사소송법은 제70조에서 구속의 사유를 정하고 있습니다.


제70조(구속의 사유) 


①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


1.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2.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3.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②법원은 제1항의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③다액 5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에 관하여는 제1항제1호의 경우를 제한 외에는 구속할 수 없다.



피고인을 구속하기 위해서는 법에 따라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거나, 도주의 위험 중 하나가 존재해야 합니다.



각 사유에 대하여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1) 주거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은 도주의 위험을 판단하기 위한 근거입니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주거의 종류, 주거기간, 주민등록 유무, 피고인의 직업, 가족관계, 피고인의 의사 등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2) 증거인멸의 염려란 피고인이 증거를 훼손변경하거나 공범자, 증인, 감정인 등에게 허위의 진술이나 감정을 행하도록 할 위험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것은 증거에 대하여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단순히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거나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는 것은 정당한 방어권의 행사로 구속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3) 도주의 위험은 법원의 소환을 피하기 위해 숨는 행위를 말하며, 범죄의 경중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가 완전히 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고, 피고인의 가정환경이나 사회적 지위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구속의 정당성 판단 – 영장실질심사, 형사보상청구



말씀드린 구속의 사유를 바탕으로 몇 년 전 데이트폭력으로 인한 사망사건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점에 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일단, 도주의 위험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범죄혐의에 대해서 판단해 보겠습니다.


제출된 CCTV에 폭행장면이 등장하기는 하나, 그 정도가 가해자가 살해의 의도로까지 폭행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경찰은 살인 대신 상해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것입니다.


살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이기 때문에 도주의 위험성은 줄어든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현장을 떠나지 않고 늦었지만 스스로 사고를 신고하였다는 점은 일반적인 강력범죄자들과는 다른 부분입니다.


또한 알려진 바에 의하면 가해자는 안정적인 금융권 직장인인 만큼 일정한 주거와 사회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법원은 원칙에 따라 피의자를 구속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속 여부는 긴 형사절차의 첫 단계에 불과합니다. 구속되지 않은 것과 범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별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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