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츰 나이를 먹다보니 주변에서 병원을 찾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임신 출산을 거쳐 육아를 경험하는 친구들이 많아지니 자녀들 병원을 가는 일이 잦아지고, 부모님께서 나이가 들어가시면서 크고 작은 일로 진료를 보게 되십니다.
간혹 부주의한 처치나 진료로 인하여 증상이 악화되었다거나 회복 불가능한 건강상의 손해를 입었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사망이나 장애와 같은 심각한 결과도 초래할 수 있기에 의료분쟁이나 사고에 대한 상담은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더구나 의료는 고도로 전문적인 분야이고, 대부분 의료행위는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의료인 외에 객관적인 증인이 존재하기 어려우며, 진료기록도 일방에 의하여 작성·보관됩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의료사고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소송으로 다투는 것을 다소 주저하게 됩니다.
또한 의료인의 입장에서는 환자에 따라 진료나 수술 이후 예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료행위가 모두에게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 것이라고 항변합니다.
심신이 쇠약해진 환자로서는 치료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의료인에게 의지하는 경우도 많은데, 예상치 못한 의료분쟁으로 인해 심각한 갈등에 빠지기도 합니다.
의료사고 해결을 위한 전문기관
의료사고의 경우, 전문적으로 조정과 중재를 해주는 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라 설립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https://www.k-medi.or.kr, 이하 ‘의료중재원’)이 그 곳입니다.
의료중재원은 의료분쟁의 조정·중재 및 상담 이외에도 조정 등에 따른 의료사고 감정, 손해배상금 대불 등 여러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의료분쟁조정의 신청
의료분쟁의 당사자 또는 대리인은 의료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조정신청은 의료사고의 원인이 된 행위가 종료된 날로부터 10년, 의료사고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의 기간 내에 제기하여야 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두 기간 중 어느 기간이라도 도과하면 신청을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다만, 법원은 의료사고로 인한 후유증 등과 관련하여 그 손해나 원인을 알게 된 시점의 판단기준을 다소 완화하기도 합니다.
의료중재원의 조정 및 중재절차는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의료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므로 해당 분쟁이 다른 절차를 통하여 다루어지고 있다거나 조정개시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 조정신청이 각하됩니다.
※ 조정신청 각하 사유
∨ 이미 해당 의료분쟁조정사항에 대하여 법원에 소(訴)가 제기된 경우
∨ 이미 해당 의료분쟁조정사항에 대하여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이 신청된 경우
∨ 신청인이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2회 이상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때
∨ 조정신청이 있은 후에 소가 제기된 때
∨ 피신청인이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조정절차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통지하지 않은 경우
<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참조>
각하사유 중 특히 문제되어왔던 것은 피신청인(병원 측)이 조정절차에 응하고자 하지 않는 경우, 절차가 개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소송의 경우, 원고가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법원은 변론 없이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피고를 소송에 끌어들여 분쟁해결을 강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반면 의료중재원의 조정은 이와 같은 강제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법 개정으로 2016년 11월 30일부터 의료사고로 인하여 사망.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중증 장애 중 일정한 경우에 해당하는 때에는 피신청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자동으로 조정절차가 개시됩니다.
의료분쟁조정의 절차
① 조정신청이 접수되면, 의료중재원 내의 의료분쟁조정위원회와 의료사고감정단, 피신청인에게 그 내용이 각각 통지됩니다.
② 신청서를 받은 피신청인은 14일 이내에 조정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중재원에 통지하여 조정절차가 개시됩니다.
③ 의료사고감정단의 감정부가 의료사고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당사자 등을 통해 이를 조사하고, 조정절차가 개시된 날로부터 60일 이내(30일까지 연장가능)에 의료사고의 감정결과를 조정부에 송부합니다.
④ 조정절차 과정에서 쌍방이 합의에 이르는 경우에는 그 내용에 따라 조정조서가 작성됩니다. 그러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조정결정이 내려집니다.
⑤ 조정부는 조정절차가 개시된 날로부터 90일 이내(30일까지 연장가능)에 조정결정을 해야 합니다.
⑥ 조정결정서 정본은 7일 이내에 신청인과 피신청인에게 송달되며, 쌍방은 조정결정에 대하여 15일 이내에 의료중재원에 동의여부를 통보해야 합니다.
이때 쌍방이 동의하여 성립된 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어 집행가능하며, 의료분쟁의 당사자가 의료중재원 조정부의 종국적 결정에 따르기로 서면합의한 후에 이루어지는 중재의 경우에도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집행이 가능합니다.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의 대불
의료중재원은 조정결정에도 불구하고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의료사고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을 경우 미지급된 손해배상금을 대신 지급해주기도 합니다(다만, 조정일이나 조서작성일 이후의 지연손해금은 청구할 수 없습니다).
의료중재원이 손해배상금을 대불한 경우 해당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또는 보건의료인에게 그 대불금을 구상할 수 있습니다.
의료중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조정개시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9년 63.4%에서 2020년 65.3%로 1.9%p 상승했으며, 최근 5년 동안 조정 개시된 사건 중 86.6%가 조정 성립(5,856건)되었으며, 성립금액 총액은 466억 원, 평균 사건 처리기간은 105.5일 가량 된다고 합니다.
의료분쟁의 조속한 해결
의료분쟁은 입증이 난해하고 객관적 증거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소송에서도 승소가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소송에서도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의료중재원과 같은 전문기관을 마련하는 등 의료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제도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의료분쟁은 대응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의료서비스를 받을 때 최대한 명확한 기록과 자료를 남기고, 환자 스스로 본인의 증상이나 진료 및 시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노력하여야 하겠습니다.
더불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홈페이지(https://www.k-medi.or.kr)에는 신청방법과 서식, 수수료와 조정중재사례 등이 자세히 안내되어 있으니 의료분쟁 대응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법률 상담 문의: 02-583-2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