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크로스 처방전 — 질병 편 고지혈증
152cm, 45kg.
그녀가 고지혈증이라니.
누가 봐도 아픈 곳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가녀린 체구에 씩씩한 걸음, 벌거벗은 세계사와 역사를 가장 사랑하는 신여성. 15년을 함께 근무한 직장 동료이자 서로 눈빛만 봐도 컨디션을 확인하는 동지.
그런 그녀가 근무 중에 자꾸 어깨를 주무르며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가끔 엎드려 있기도 하고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지냈다. 우리 사이에 그건 신호였다. 나는 즉시 병원을 권유했다. 진단명: 고지혈증.
45킬로짜리 몸에서? 삼겹살과 떡볶이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했다지만 그 체구로? 의사가 말했다.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식습관이 주요 원인이라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답이 보였다. 집에서 밥을 해 먹지 않았다. 고기 위주의 외식, 아이들과 나눠 먹는 과자들, 밥 대신 허기를 달래던 유제품들. 고지혈증을 부르는 생활 습관들이 그 가녀린 몸 안에 고스란히 쌓여 있었던 것이다.
마른 것과 건강한 것은 다르다. 체중계 숫자가 아니라, 혈관 속 숫자가 진실을 말해준다.
형주연의 집밥 안정제 — 우정이 치유한 식탁
나는 이 글에서 의학 논문을 인용하지 않겠다. 대신 내가 직접 한 일을 말하겠다.
그녀가 진단을 받은 날, 나는 두 가지를 결심했다.
첫째, 이 친구의 식탁을 바꿔야 한다.
둘째, 혼자 바꾸게 하면 안 된다. 함께 해야 한다.
상담사로서 수많은 사례를 보며 깨달은 게 있다. 식습관은 혼자 바꿀 수 없다. 다이어트가 실패하는 이유, 건강식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이유, 금연이 번번이 무너지는 이유 — 모두 같다. 혼자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변한다. 누군가 옆에서 같이 먹어줘야 한다. 같이 걸어줘야 한다. 같이 포기하지 않아줘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한의원을 하시는 시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버님은 좋은 곳에서 구하신 구기자를 주시며 따뜻하게 차로 마시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약으로 짓게 되면 한 장기는 약하게 하고 한 장기를 강하게 해야 한다. 차로 편안하게 마시게 해 줘라."
그 말씀이 좋았다. '약으로 짓게 되면'이 아니라 '차로 편안하게'. 강제가 아니라 일상으로. 처방이 아니라 습관으로.
나는 그날부터 매일 구기자차를 달여서 출근했다.
내가 고지혈증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핵심이다. 내가 먼저 마셔야 그녀도 마신다. 내가 도시락을 싸면 그녀도 도시락을 싼다. 혼자 먹으라고 건네면 '충고'가 되지만, 함께 먹으면 '일상'이 된다.
우리의 하루가 바뀌었다.
출근해서 각자의 도시락을 먹는다. 밥 대신 유제품으로 때우던 그녀가, 이제 반찬을 싸 온다. 점심 후에 직장 앞 산책로를 함께 걷는다. 일본에서 살다 온 그녀는 원래 걷기가 일상이었는데, 한국에 와서 운전을 시작하고 나서 운동량이 뚝 떨어졌었다. 산책 후 따뜻한 구기자차를 함께 마시고, 그제야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습관적으로 밥 대신 허기를 달랬던 유제품도 끊었다.
이 모든 변화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혼자 한 게 아니라, 둘이 했다.
고지혈증을 고친 것은 구기자가 아니다. 식습관을 바꾼 것도 아니다. 그것들은 모두 수단이었을 뿐이다.
그녀를 고친 것은 '함께'였다. 함께 먹고, 함께 걷고, 함께 마시고, 함께 포기하지 않은 4개월. 15년 우정이 고지혈증을 이겼다.
어떤 약도, 어떤 건강식품도, '함께 해주는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 식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건강해지고 싶다면, 먼저 옆 사람의 손을 잡아라. 그리고 말해라.
"나랑 같이 먹자."
그 한마디가 처방전보다 강하다. 그녀의 약은 어쩌면 나의 약손이 아니었을까? 친구손은 약손
박정원의 처방전 — 혈관 속 지방이 말하는 것
약국에서 고지혈증 약을 조제할 때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쉰다.
스타틴 계열 약물. 효과는 확실하다.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이 약이 '왜' 필요해졌는지를 물으면, 대부분의 답은 같다. 식습관이다.
먼저 고지혈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고지혈증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지방 성분이 혈액 내에 존재하면서 혈관벽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고, 그 결과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최근에는 비정상적인 혈액 내 지질 상태를 이상지질혈증(dyslipidemia)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마른 사람도 걸린다'는 사실이다.
152cm에 45kg인 형주연 원장님의 동료처럼. 체중은 정상이어도 내장지방이 높을 수 있고, 유전적 요인으로 지질 대사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체중계에 올라가서 안심하면 안 된다. 혈액검사가 진실을 말해준다.
약사로서 이 사례가 인상적인 부분은 따로 있다.
이분은 1개월간 약을 복용한 후 수치 변동이 없었다. 그래서 약과 함께 구기자차와 식습관 변화만으로 4개월을 보냈고, 결과적으로 정상 수치에 도달해 완치 판정을 받았다.
약사로서 조심스럽게 말하겠다. 모든 경우에 약을 끊으라는 뜻이 아니다. 이 사례는 식습관 변화가 약물 요법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다. 그리고 혹시 약을 끊고 경과를 관찰하는 것은 반드시 의사의 판단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구기자는 왜 효과가 있었을까?
구기자(枸杞子, Lycium barbarum)는 동양의학에서 수천 년간 사용된 약재이자 식재료다. 현대 약리학 연구에서 밝혀진 구기자의 주요 작용 기전은 다음과 같다.
LDL 콜레스테롤 저하 — 구기자에 함유된 베타인(betaine)은 간에서의 지방 대사를 촉진하여 LDL(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기여한다. 베타인은 호모시스테인을 메티오닌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에 관여하여, 심혈관 위험 인자를 줄이는 역할도 한다.
항산화 작용 — 구기자 다당류(LBP)와 제아잔틴, 베타카로틴 등 카로티노이드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한다. 혈관벽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동맥경화 진행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혈액순환 촉진 —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을 개선하고 혈류를 원활하게 하여, 고혈압 및 동맥경화 예방에도 기여한다. 이것이 한의학에서 구기자를 '보혈(補血)' 약재로 분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약사로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구기자 하나가 고지혈증을 고친 게 아니다. 삼겹살을 줄이고, 유제품 대신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매일 산책을 하고, 야채 섭취를 늘린 것 —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구기자는 마법의 열매가 아니다. 구기자는 바뀐 식습관의 '상징'이었다. 매일 아침 차를 달이는 행위 자체가, 자기 건강에 투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고지혈증 관리를 위해 약사가 권하는 식습관 원칙.
가공식품을 경계하라. 가공식품에 숨어 있는 트랜스지방은 LDL을 올리면서 동시에 HDL을 낮추는 최악의 조합이다. 과자, 라면, 냉동식품의 영양 성분표를 한 번이라도 읽어보자.
움직여라. 유산소 운동은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비약물적 방법이다. 매일 점심 후 산책. 이것 하나만으로도 혈관은 달라진다.
공동 처방전 — 음식이 독이자 약이다
— 형주연 × 박정원
4개월.
딱 4개월 만에 정상 수치로 돌아왔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
형주연은 말한다 — 그녀를 고친 건 '함께'였다.
박정원은 말한다 — 그녀를 고친 건 '바뀐 식습관'이었다.
둘 다 맞다. 그리고 둘은 같은 말이다.
바뀐 식습관이 지속된 이유가 '함께'였고, '함께'의 구체적 실천이 '바뀐 식습관'이었다. 이것이 크로스 처방전의 핵심이다. 몸과 마음은 분리되지 않는다. 식탁과 관계도 분리되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우리가 함께 드리고 싶은 처방은 이것이다.
① 마른 것에 안심하지 마세요.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으세요. 체중이 아니라 혈관이 당신의 건강을 말해줍니다.
② 식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혼자 하지 마세요. 옆 사람과 함께 시작하세요. "나랑 같이 먹자" 한마디가 최고의 처방전입니다.
③ 매일의 작은 변화가 쌓이면 약을 넘어섭니다. 유제품 대신 균형 식사로. 식후 10분 산책으로. 아침 구기자차 한 잔으로.
④ 약이 필요하면 반드시 드세요. 동시에 냉장고도 여세요. 약은 불을 끄는 소방차, 음식은 불이 나지 않게 하는 예방입니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발병했다면, 그것을 고칠 수 있는 방법도 결국 바뀐 식습관이다.
음식이 독이자 약이다. 그 경계를 정하는 것은 당신이다.
食即自愛(식즉자애)
잘 먹는 것이 자기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