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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리의 깊은 울림이 세계의 모든 음악을 담기를

'팬텀 싱어 3' 한국적 크로스오버 4 중창

by 바람

지금까지 우리 가락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 그저 들으면 흥이 나고, 징과 북과 꽹과리의 울림이 심장을 요동치게 하고, 저절로 어느새 가락에 빠지게 되고 저절로 추임새를 넣고 덩실덩실 어깻짓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음악이 끝나면 평정심을 찾는데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락이 나에게 맞고 듣는 동안은 즐겁지만 찾아서 듣게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번 크로스오버 4 중창 프로젝트에 맞게 '팬텀 싱어'에서 우리 가락을 노래하는 출연자가 둘이 있었다. 그들이 부르는 한, 깊은 곳에서 끓어 올리는 울림들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과연 그 노래가 성악과 어울릴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고, 아직까지도 그러한 의문은 완벽하게 걷어졌다고는 볼 수 없다.


지난 사중창의 심사평에서 '고영열이 고영열을 한다.'라고 하며 그럼에도 노래가 어울리고 멋진 화음이 되는 것이 놀라웠다는 심사위원의 말은 같은 의미에서 크게 공감이 되었다. 마치 우리 가락이 우리 가락이게 하는 느낌을 모두 살리면서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4 중창이 완벽하게 재현되는 느낌이었다.


그들이 노래를 준비할 때, 일제 강점기 하의 절박한 심정, 우리 고유의 한, 홀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커다란 역사의 질곡에 놓인 한 인간의 외침을 이해하기 위해 무릎도 꿇고 노래를 해 보았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바닥까지 내려가지 않고는 당시의 상황을, 그 노랫말을, 가슴에 맺힌 한을 표현하기 어려웠으리라고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다른 멤버와 만난 지난주의 사중창에서 소리꾼인 고영열은 스페인의 음악을 노래했다. 그가 가는 세계 곳곳의 노래마다에서 그는 찰떡 같이 그곳 사람이라도 되는 양 노래의 정서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의 노래가 아무리 출중해도 그 나라의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살아온 환경과 언어가 다르고 생활 습속이 다른 나라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세계의 모든 인류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의 정서는 공통되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한의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성대의 바닥을 긁는 듯한 목소리. 거기에 노랫말이 아닌 하나의 음으로 정서를 표현하는 울음 섞인 구음이 만들어내는 감정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가질법한 통한의 정서가 아닐까.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까지 긁고 헤집어 놓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깊은 울림을 받고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의 바닥에 우리를 같이 끓어내려 같은 감정적 상태를 만드는 것. 그래서 잔잔한 노래면 잔잔한 대로, 기쁜 노래면 기쁜 대로, 슬픈 사연이면 슬픈 사연대로 모두 통하게 만드는 마법을 연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영열의 깊은 소리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았다.


팬텀 싱어가 이번에 시즌 세 번째를 맞이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의 크로스오버 4 중창 그룹이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회차가 거듭되며 단지 서양 음악의 기준에 맞춰 노래를 잘 하는 크로스오버 음악이 아닌, 한국의 정서를, 우리 가락의 음악적 깊이를 알릴 수 있는 4 중창 그룹이 이번 시즌을 통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의 노래를 부르더라도 우리의 정서로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음악이 연주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다음의 경연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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