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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Sep 26. 2020

왜 언론은 ‘한 가지’에만 몰두하는가

TBS <정준희의 해시태그>를 보며

고위공직자 후보나 아들의 병역 문제는 공직자로서의 자질보다 더 중요한 문제였다. 검증의 첫 번째 단계였고 이 단계를 넘지 못하면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본인이 군대를 가지 않았다면, 그 사연은 많은 시민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성인 남자라면 모두 해야 하는 군 복무를 어떤 이유로 하지 않았는지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명해야 한다.


자녀의 문제도 있다. 고위 공직자 후보가 될 만한 위치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해서 자녀의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거나 보직에 영향을 주었다면 국민들의 이해를 받기는 어렵다.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들은 성인이 된 자녀가 군대에 가는 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기 때문이다.


아들의 징집영장이 나와 논산훈련소로 들어갈 때 다른 부모들과 같이 나도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후로 아들이 군에서 제대할 때까지 아들 이야기가 나오면 늘 눈물을 쏟았다. 군부대도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부모의 눈이 닿지 않는 곳이기에 늘 애가 탔다.

최근 추미애 장관의 아들 문제가 모든 언론에 도배되다시피 했다. 수많은 보도가 쏟아졌고 관계자들의 말이 이어졌다. 어디부터가 사실이고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추미애 장관에게 야당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주로 아들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머니투데이 <추미애 타임 310분... 대정부 질문이 남긴 것>에 따르면 9월 14일~17일, 국회의원 44명과 국무위원이 주고받은 총 질의응답 시간은 약 1148분이었고, 이중 추 장관 자녀 문제를 거론한 시간은 310분으로 전체 질답 시간의 27%를 차지했다.

처음 추미애 장관의 아들 관련 보도가 나왔을 때,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엄마로서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황제 휴가라고 나오는 사안에 대해서도 내게는 그다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추미애 아들 측은 '2017년 6월 5~14일 휴가를 나왔고 6월 8일 수술을 받았으나, 통증과 부종이 가라앉지 않자 병가 연장을 신청해서 같은 달 14~23일 2차 병가, 24~27일 연가를 사용했다'며 수술기록을 공개했다.

무수한 언론의 집중포화와 야당 의원들의 질문 세례를 나는 긍정할 수 없었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추미애 장관 아들의 군 복무와 무릎 수술로 인한 휴가는 충분히 긍정할 만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아들의 아픔을 가지고 왜곡 보도하는 언론이나 억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는 마음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

아들이 군대에 있을 때, 우리는 되도록 주말이면 아들의 면회를 갔다. 다른 부모들처럼 음식을 해서 가져가지는 않았지만, 맛있는 음식을 사서 가거나 면회실에서 음식을 주문해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 오곤 했다. 그도 시간이 지나서 군대 생활에 적응했는지 주말 즈음 통화가 되면 이번 주는 면회 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2년의 군 복무기간 동안 평균 한 달에 한 번 정도 갔던 것 같다.

어느 날 훈련을 끝내고 오랜만에 면회를 갔을 때, 이야기를 하다 훈련 중 사고가 있었다는 말이 나왔다. 상처가 있다고 얘기했고 지금은 괜찮다고 했다. 훈련 중 포탄을 지지하는 핀이 다리에 박혀 피가 났지만, 그것을 빼낸 후 훈련을 계속 받았다고 했다. 상처 부위는 치료 중이었고 아물어가고 있었다.

깜짝 놀랐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왜 아무 말이 없었냐고 나무랐다. 말은 하지 못했지만 아무 연락도 하지 않은 부대 측의 처사가 몹시 서운했다. 혹시 부모가 문제로 삼을까 봐 아들은 별것 아니라는 말을 반복했고, 며칠이 지나 아들은 훈련 포상 휴가를 나왔다. 군대에서 아픈 것도 참고 해결한 것이 짠했다. 상처를 병원에 가서 봐야 하지 않을까 얘기했지만, 아들은 괜찮다고 했다.

만약 큰 사고였다면, 그로 인해 수술을 받아야 했다면, 나 역시 군 병원이 아닌 민간병원에서 받게 했을 것 같다. 완벽하게 치료가 되기까지 휴가를 연장할 수 있으면 연장했을 것 같다. 정준희 교수의 말대로 '군인은 국가의 병역 자원'이고, '병역 자원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전쟁에 대비할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다. 군인은 '장교의 도구가 아닌 국민을 위해 그들의 젊음을 모두가 빌려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준희의 해시태그>에서도 지적했지만, 포털에서 보는 추미애 장관의 아들에 대한 언론의 보도 행태는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이나 '받아쓰기 저널리즘'과 다를 바 없다. 익명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서 그대로 제목으로 내보내거나, 한 언론사의 보도가 다른 언론사의 보도 내용과 다를 바 없이 같은 기사가 다른 언론사의 마크를 달고 나란히 포털에 올라있는 것을 목격한다. 클릭했다가 '이건 뭐지' 싶은 순간이 요즘 너무 많다.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며 이런 것을 막을 방법이 없을까를 혼자서 고민하기도 한다. 어떨 때는 무시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의도적으로 기사를 피하기도하고 특정 언론사나 자극적인 제목을 기피하기도 한다. 그래도 부지불식 중 열게 되는 상황이 없지는 않다.

공직자를 향한 국민의 관심과, 그 관심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언론의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에 참 언론이 있기는 한 걸까 회의가 든다. <정준희의 해시태그>에서는 익명의 취재원을 내세우며 보도하는 실태와 누군가의 말을 인용해서 보도하는 행태가 우리나라의 언론에서 압도적이라고 좋은 저널리즘 연구회의 통계 결과(익명 취재원 이용실태-BBC 6%, KBS 28%, 따옴표 저널리즘-뉴욕타임스 2.8%, 더타임스 0%, 국내 일간지 59.1%)를 인용해 말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경제나 사회문제를 분석하는 것을 언론보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언론에서 말하지 않는 것을 유튜브 채널에서는 통계자료를 분석해서 친절하게 알려준다. 언론에서 감추고 싶은 것을 찾아 근거를 제시하고, 전문가의 진단을 덧붙이기도 한다. 평범한 주부가 이런 상황이 되기까지 언론의 기여한 바가 크다.

종이신문을 안 보게 된 것은 꽤 오래되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손안에 가지고 다니면서 이제는 뉴스라고 하는 공식 창구가 아닌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운영하는 채널을 통해 세상을 접한다. 어쩌다 포털 뉴스를 보면, 뉴스가 이렇게 허접할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실은 없고 의혹만 제기하는 수준에서 끝나버리는 뉴스가 가득하다.

이렇게 가다가는 언론에서 보도되는 모든 것이 이슈를 왜곡하고 있다고 단정하게 될까 두렵다. 정준희 교수의 말대로 "너무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을 수 있어. 너무 나빠 보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 있어."라고.

코로나로 인해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다. 여름 홍수로 인해 피해를 당한 주민들은 아직 원래의 생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름에도 밤에 잠을 못 이루게 하는 열대야 없이 올해 여름이 지나갔을 만큼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다. 온통 세상은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로 인한 기술의 변화는 엄청난데, 거기에서 소외되는 사람들 또한 많아지고 있다.

세상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곳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런 혼란 속에서도 사람들의 삶은 이어지고 있는데, 그 삶은 과연 평온한가. 셀 수 없이 많은 언론은 왜 오직 한 가지 문제에만 몰두하는가.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은 각자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인가. 이런 문제들에 관심을 쏟는 진지한 언론은 왜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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