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주거 멘토링 강의를 듣고...
지역 도서관에서 진행된, 청년들의 주거마련을 위해 기획되었다는 주거 멘토링에 비대면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 마련하는 집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마련할 수 있는지 꼭 알아야 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를 소개해 주었다. 처음 집을 마련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유용한 정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의 도시개발 계획을 확인하는 법, 부동산 관련 법은 물론이고, 국가의 부동산 정책이나 금융 정책도 관심 있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고 싶은 지역을 선택하는 요령과 그 지역의 부동산 시세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도 관련 사이트를 검색하며 일목요연하게 안내해 주었다.
청년도 아니고 이미 집도 가지고 있지만, 집을 마련하기까지 늘 어설펐던 나의 실수를 아이들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혹시라도 우리 아이들이 집을 마련하게 되었을 때,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정보가 있을까 싶어 들은 강좌였다.
그런데 나름 재미있었다. 만약 내가 첫 집을 마련했던 25년 전, 전세와 월세를 전전했던 그 이전에 들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일이나 그로 인해 보증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일은 없었겠다는, 이제는 '웃픈' 사연도 생각나 때늦은 아쉬움이 있었다.
경매가 전문이라는 강사는 사람들이 경매를 찾는 이유에 대해서도 길게 얘기했고 경매에 참여하는 방법도 정리해 주었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이 길도 깊이 있는 공부와 전략이 필요하다며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평소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시대가 변하니 요즘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지역 도서관에서 이런 강의도 해주는구나, 생각했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마음이기는 했지만, 관련 강좌를 챙겨 들을 만큼 부동산에 관심이 있었던 것일까. 남들처럼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릴 생각도, 불려보지도 못한 재주 없는 사람이지만,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른 세상 같은 그 세계가 궁금하긴 했던 것 같다. 수억이 되는 돈이 어떻게 1년 사이에 불어날 수 있는지 신통한 재주라는 생각에 부러운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경매를 얘기하는 강사는 실제 경매 매물을 보여주며 불과 8개월 사이에 '억!'이 올랐다는 말을 여러 사례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얘기했다. 직장인이 1년을 성실하게 열심히 모아야 몇 천만 원이지만 부동산은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고, 그렇기 때문에 첫 집 장만은 특히 신중하게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의 단위가 어지간한 사람의 연봉 이상이 넘는 것을 보며, 이래서 사람들이 이 난리통에 뛰어드는구나 싶었다.
물론 청년들의 첫 집 장만을 위한 내용에서는 1억 원 내외의 다세대 주택이나 빌라 등의 실제 매물을 가지고 강의했다. 수억이 왔다 갔다 하는 부동산 투자라는 돈의 세계는, 어느 곳도 만만하지 않은 완고한 현실이거나 절대 잡히지 않는 세계를 왔다 갔다 해서 울렁증을 일으켰다. 섣불리 그 세계에 발 담그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TV 채널을 고정한 채로 마냥 보는 때가 있다. 그렇게 'TV멍'을 부르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MBC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출연진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집을 구해준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방송 초기에 단칸방이나 셰어하우스를 소개해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적은 보증금을 알뜰살뜰 모아 집을 마련하는 청춘들이 등장했던 것 같다. 첫 독립, 첫 전세방, 첫 서울살이 등을 제법 봤던 것 같다. 적은 금액으로, 최적의 조건을 찾기 어려운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름 서민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얼핏 보기에도 화려한 전원주택이나 고급 인테리어로 치장된 단독주택 등의 매물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방마다 냉난방 에어컨에 온갖 가전이 옵션으로 치장된 집. 화려한 건축 자재를 사용하고 중간중간 금도금의 손잡이로 포인트를 준 집. 최신 유행의 샤워기까지 부착된 집은 보기에도 참 좋았다.
입구에서 거실까지 길게 이어진 통로에 화랑을 방불케 하는 멋진 조명과 액자들이 걸린 집들은 방송으로 보면서도 내 집이라고 가정하기엔 어색했다. 어이없게도 나는 그 순간 저걸 다 돌리면 전기요금이 얼마나 나올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저런 모든 것을 우리 집에 들인다면 얼마나 있어야 할까 생각하다 생각을 멈췄다. 바로 멍에서 깼다. 그리고 의문이 생겼다. 수억 원 대의 내 집 마련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근사한 집 장만을 자랑하는 방송인지, 집이라는 것을 처음 마련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알뜰함을 응원하며 힘을 더하겠다는 방송인지. 나는 왜 이걸 보고 있는지.
개인적인 바람을 얘기한다면, 이왕이면 어설프고 시간도 여유도 부족한 청춘의 최초 자립을 위해 애쓰는 방송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방송을 보는 시청자도, 방송에 의뢰하는 사람도, 공영 방송으로서의 역할도 모두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강의에서는 생애 최초 구입과 관련된 정책, 청약 관련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지역별로 청년들이나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공급과 우선권 부여하는 정책이 있다는 것도 알려 주었다. 또 청년 우대형 청약저축이나 소득공제 혜택 등의 정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런 모든 정보들이 일목요연하게 하나로 모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 따로따로 흩어진 정보를 모으는 것은 하루하루가 팍팍한 청춘들에게는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 때문에.
방송에서는 인테리어나 리모델링 정보, 건축 자재 등이 얼마나 값비싼 것인지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했다. 그러한 정보 대신 청약이나 대출 등의 금융 정보나, 세금이나 부동산 세법과 관련한 정보를 주택의 가격대별로 묶어 정리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천장에서 비가 뚝뚝 떨어지던 옛 셋집이 생각난다. 겨울이면 너무 추워 보조 난방기구를 켜고 아이들을 목욕시켰던 집, 여름이면 아이들과 옥상에 올라가 달밤에 열심히 체조하던 집. 열심히 살았고 열심히 사랑했던 그 집. 초라하지만 살아가는 온갖 느낌과 맛이 곳곳에 배어있던 집이었다.
지금도 부끄럽지 않고 미소와 함께 등장하는 기억인 것을 보면, 집 자체가 화려하지 않아도, 자재가 고급이 아니어도, 인테리어가 훌륭하지 않았어도 소박하고 분수에 맞는 집이었던 것 같다. 방송에서도 삶의 맛을 강조하고 땀내 나는 젊은 사람들의 수고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그런 집, 가족이 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집을 소개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이 집에서 여자 남자가 덜 싸우며 살까?
어떻게 하면, 이 집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자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집에서 집이 작다고 불평하지 않으며 살까?
어떻게 하면, 이 집에서 좀 '집같이' 살아볼까? (김진애, <집놀이> 중)
수도권의 전원주택이나 단독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대다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이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겠지만, 방송을 보며 돈 없는 현실이 벽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책 <집놀이>에서 말하듯이 불평하지 않고 '집같이' 살 수 있는 집, 아이들이 스스로 자라고 여자와 남자가 덜 싸우는 집. 돈의 가치로 계산될 수 없는 집, 청춘들의 첫 집은 그런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집은 가진 돈이 적어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