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시즌 2를 보고
얼마 전 <비밀의 숲> 두 번째 시즌이 종영했다. 시즌 1이 방영되었을 때는 피곤에 절어 일상이 힘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드라마의 제목만 슬쩍 보고 지나쳤다. 당연히 드라마의 인기 정도도 알 수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시즌 2가 시작되고 나서야 여기저기 올라오는 기사를 통해 드라마의 인기를 알게 되었고 따라오는 정보로 검찰과 경찰에 관련된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드라마가 궁금했다. 시즌 2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내용이 귀에 꽂혔다. 지난해 많은 국민들은 조국 사태를 보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 결과로 국민들의 요구에 힘입어 공수처법이 어렵게 만들어지기도 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쟁점이기도 해서 어떻게 드라마가 전개될지 궁금했다. 시즌 2만 봐도 상관없다는 말과 시즌 1과 2는 관련이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진지하게 시즌 1부터 정주행 했다.
시즌 1, 16회 차를 보는 데 삼사일 정도나 걸렸을까, 드라마에 빠져 살다시피 하며 완주했다. 시즌 1은 검찰로 대표되는 황시목 검사와 경찰로 대표되는 한여진 경위의 살인사건에 대한 공조 수사가 이어졌다. 검사 황시목과 경찰 한여진은 그들이 속한 조직의 껍데기를 벗어던지면 진실에 다가가는 완벽한 팀이었다.
보는 내내 이 드라마를 왜 제때 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작위적인 느낌을 주지 않았다. 시즌 1을 드디어 끝내고 나서 시즌 2로 바로 이어졌다. 이미 시즌 2, 4회 차까지 방송된 지점이었고, 몰입에 방해가 될까 싶어 드라마에 대한 어떤 정보도 따로 찾지 않았다.
시즌 2는 경찰과 검찰의 해묵은 수사권 논쟁에서 출발했다. 드라마가 끝난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이하 형소법) 시행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과, 검찰청법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은 ‘기소권’을, 경찰은 ‘사실상의 불기소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 드라마를 보며, 일정 부분은 드라마에 기대어 사회를 바라보기도 했다. 나 같은 사람에게 이미 결론이 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가 실제로 얼마나 합리적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일단은 검찰의 권한은 약간 꺾이고 경찰은 ‘사실상의 불기소권’과 중대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범죄에 대한 ‘1차적인 수사 개시권’을 갖게 되었다고 하니, 검찰개혁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넷플릭스로 <비밀의 숲> 시즌 2의 이미 방송된 회차까지 보고 나서, 나머지 회차는 본방을 사수했다. 드라마가 종영된 후 오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드라마의 극적인 장치 때문이겠지만, 기소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증거 조작, 증인 조작에 관여했던 우태하 부장(최무성)의 실상이 드러나는 장면에서의 그의 말이었다.
"죽어야 끝이지, 난 안 끝나!"
이깟 일로 자신은 무너지지 않는다며 함께 수사를 진행했던 경찰 한여진 경감을 향해 경감 하나쯤은 얼마든지 비리 경찰로 매장시킬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 말에 진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 협박의 당당함에 소름이 끼쳤다.
결국엔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지만 조직이라는 이름하에 스스로를 검찰 조작 자체로 인식하는 행동으로 보였다. 자신의 모든 행동은 조직을 위해서 했던 일이고, 그 가운데 있을 수 있는 아주 가벼운 실수쯤으로 자신의 나쁜 행위를 합리화하는 우태하 부장의 모습은 마치 실제 검찰의 인식 자체를 대변하는 듯보였다.
권력을 손에 쥔 악을 드디어 끌어내리나 싶은 지점에 더 높은 악이 자리하고 있고, 악은 보호되고 있으며, 더 큰 악으로 무장한 비호세력은 정작 보이지도 않는 양상이었다. 시즌 1에서 재벌의 사위이며 검사장을 거쳐 민정수석까지 올랐던 이창준이 자신의 목숨을 던져 지키고자 했던 정의가 있었다면, 그 결과는 한 사람의 죽음 외에는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어 보였다.
시즌 2의 우태하 부장은 검찰 권력을 넘어 자신의 정치를 하고 싶다며 재벌 총수 앞에서 머리를 조아린다. 남양주의 별장에서 끊어져 버린 재벌과 검찰의 유착 관계를 자신이 잇겠다며 재벌을 찾아가서 말하는 장면은 검찰과 재벌의 공생관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 검찰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 같기도 했다.
경찰도 비슷했다. 대부분의 경찰은 범죄 수사에 열심히 매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의해 노골적으로 무시당하는 일도 보였다. 검찰과 경찰의 권력의 상하관계 때문이라고 드라마에서는 말했다. 그렇기에 그들도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새로운 권력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자신들의 권력의 지평을 넓히고 더 높이 쌓기 위해 치열했고, 그런 과정에서 검찰 못지않게 경찰도 비위를 저지르는 모습이었다.
드라마에서 검찰의 공정성의 기준점을 전두엽을 잘라내 감정을 제거하고 사건만 바라보는 황시목에게 걸고 있다면, 경찰의 공정성은 인간성이 철철 넘치는, 어떤 상황에서도 경찰의 의무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한여진에게 기댄다. 한쪽은 감정을 배제하고 사건만 바라보고 있고, 한쪽은 인간성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다.
바꿔 생각하면, 지금의 검찰은 이미 정점에서 인간적 교류 조차도 권력의 도구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그 권력을 위해서라면 범죄도 좌지우지하는 냉정하고 돈독한 그들만의 리그가 이미 펼쳐진 상태라는 것이다. 또한 경찰은 권력의 정점에 자리하기 위해, 그러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인간성을 배제한 차가운 심장을 강요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뉴스를 통해 검찰과 관련되거나 검찰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인 것 같은 기사를 많이 접한다. 어느 날 수 백억 대의 공사 수주 비리가 드러났고, 한시가 급할 것 같은 사건인데도 검찰은 미동도 않는다.
그런데, 정작 수사가 필요할까 싶은 사건에 검찰은 다수의 인력을 투입하고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간다. 그들의 움직임은 때론 보여주기의 전형 같다. 그들의 선택에 따라 어떤 범죄자에게는 그들이 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확보해 주는 듯 보이고, 어떤 범죄자에게는 지나치게 단호하게 대처하는 양상이다.
범죄의 크기가 작다고 죄가 가벼운 것은 물론 아니다. 일벌백계도 중요하고 범죄 앞에서는 단호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분명히 크기가 있고 경중이 있다. 범죄의 내용이 아닌 자신들의 선택과 필요에 따라 범죄의 크기를 조정하고 경중을 바꾼다면, 바꿀 수 있는 조직이라면, 이들이 지키고자 하는 정의는 이미 정의가 아니다.
검찰과 검사가 가지는 권력은 막강하지만 그들에게 법을 넘어 사회를 통제하고 조정하는 권한까지 부여한 것은 아니다. 검찰은 이 점을 상기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움직임은 여러 곳에서 지금도 진행 중이기도 혹은 정체되기도 한다. '결론이 어느 방향으로 날지 모르지만 멈추지 않는 눈과 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완고하기 짝이 없는 제도권에 인간을 심는, 건강한 참견장이'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 <비밀의 숲> 제작진의 기획의도라고 한다. 드라마가 마무리된 지금 건강한 방향으로 작은 씨앗이라도 하나 뿌려져 있을까? 더불어 시즌 3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