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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과다 청구, 확인하는 동안 알게 된 것

암 환자 산정특례 기간인데 왜... 환자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주었으면

by 바람 Mar 28. 2025

얼마 전 남편이 항암 이후 4년 차 검진을 했다. 대장암의 예후를 병원에서는 5년간 관리한다. 내년 3월이면 병원에서의 관리는 끝나고 이상이 없으면 완치 판정을 받게 된다. 더불어 중증 환자로 받았던 의료비 혜택도 끝이 난다. 다만 재발이나 전이가 발생했을 경우 연장이 가능하다.


중증 질환 의료비 지원은 중증질환 또는 희귀·중증난치질환으로 등록되면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 자격을 부여한다. 더 폭넓은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인 부담금 감면 혜택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의료급여 기관에서 산정특례 등록 신청서를 발급받아 건강보험공단에 등록한 경우 지원받을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급여 항목의 10% 정도만 부담하면 되니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검사 2일을 앞두고 병원의 예약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동안 오차 없이 예약과 검진 안내가 있었으니 병원의 환자 관리 시스템도 꽤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검진하는 날 하루는 온전히 병원에 있어야 하고 다른 활동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텀을 두고 이루어지는 여러 종류의 검진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우리는 병원에서 가까운 집을 오가며 그 피로감을 해소하곤 한다. 역시나 집과 병원은 가까워야 한다는 확신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매년 진행되는 검진 절차는 예약 2일 전부터 시작된다. 내시경 검사를 위해서는 식사 조절을 해야 하고 먹지 못하는 음식의 종류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검사 전날은 초저녁부터 금식한다. 대신 내시경 검사를 위한 약을 먹는다. 1.5L의 물에 가루약을 타서 전날과 다음날 아침,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을 먹어야 한다. 물론 요즘에는 간편하게 알약으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경험상 그도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검사 당일은 새벽부터 시작된다. 오전 6시 20분에 채혈이 예정되어 있어 새벽부터 나섰다. 예약이 되어 있으니 기다림이 길지는 않았다. 채혈은 금방 끝났고 집으로 돌아와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했다. 사실 오가는 시간을 빼면 여유를 부릴 만큼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대기하는 것보다는 병원 밖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에서였다.


오전 8시 20분에는 초음파 검사. 조영제를 주사하고 대기하다 20분 정도 검사가 진행되니 기다리는 시간까지 하면 한 시간 정도는 절차가 진행되는 셈이다. 다음 내시경 예약은 10시 30분, 여유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다시 병원 밖으로 나왔다. 집까지 걸어서 왕복 40분,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병원에 가야 하지만 병원에서 대기하는 것보다는 좋은 선택이다.


내시경은 보호자 동반이라 병원에서 대기한다. 검진센터 앞은 환자와 보호자로 북적거린다. 1분 간격으로 쉴 새 없이 사람들이 검사를 위해 접수하고 대기한다. 정기적 건강검진이든 질병의 징후가 포착되어서든, 아니면 우리처럼 항암치료 이후의 예후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든, 많은 사람들이 병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생각에 남과는 다른 동료의식이 생기는 순간이다.


내시경 검사에 소요된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검사가 끝나고 마취에서 깨어나니 12시, 검사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니 몽롱한 의식으로 나온 환자를 챙기라고 병원에서는 보호자를 요구한다. 간호사가 내시경 후의 주의 사항을 보호자에게 전달하고 확인까지 단단히 받는다. 이후 검사실을 나와 수납창구로 향한다.


▲병원 진료비 영수증 자료 사진. ⓒ 오마이뉴스관련사진보기▲병원 진료비 영수증 자료 사진. ⓒ 오마이뉴스관련사진보기


대기번호를 기다려 창구에 가니 검사한 순서대로 영수증을 출력하고 결재를 진행했다. 채혈 검사 영수증에 이어 초음파 검사 영수증이 나왔다. 이후 내시경 검사 영수증이 나왔는데 금액이 많이 이상했다. 그간 검사를 받아온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금액이 나온 것 같다는 의심이 들었다.


바로 수납창구에 문의했다. 창구의 직원은 영수증 내역에 적힌 대로 수면내시경이 비급여라서 그렇다고 말했다. 작년에 검사할 때도 이렇지 않았는데, 언제 바뀐 것이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모른다였다.


혼자 생각으로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것조차 바뀐 건가 싶었지만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고 마냥 지체할 수 없어서 일단 결재를 진행했다. 지금 나온 금액만으로도 이미 작년 금액의 세 배 이상은 나온 것 같은데 하나가 더 남았다고 했다. 헬리코박터균 검사라고 했다. 이것도 비급여, 이쯤 되니 의심을 넘어 뭔가 잘못되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간은 중증 환자로 분류돼 의료비의 10% 정도만 부담해 왔다. 그런 사정을 말하니 의심이 가면 외래에 가서 다시 문의하라고 했다. 난감했지만 결재를 중단하고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환자(남편)를 이끌고 외래로 향했다. 혼자 가도 된다고 했지만 남편은 굳이 따라왔다.


외래 창구에서는 다행히 빠르게 문의가 가능했다. 대답은 이미 중증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비급여로 나온 것이 맞냐고 하니 상세 내역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면 다시 수납 창구에서 말하라고 한다. 다시 수납창구로 가서 대기 번호를 출력하고 기다렸다.


병원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외래와 수납은 꽤 거리가 있다. 실제로 우리는 본관과 별관을 오갔고 지하층과 지상층을 오가야 했다. 뒤에서 느릿느릿 따라오는 환자가 신경 쓰였지만 먼저 가서 처리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천천히 오라고 말하고 먼저 빠르게 이동하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되니 아까 있던 수납 인원의 1/3 정도만 자리에 앉아 있었다. 대기 번호가 늘어지고 대기 시간은 길어졌다. 식은땀을 흘리며 앉아 있는 사람도 신경 쓰였고, 막연한 의문만으로 달려드는 것 같아 진료비 청구가 잘못됐다는 확신도 없었다. 그래도 여전히 발목을 잡는 것은 적지 않은 돈이었다.


순서가 돼서 창구에 가니 이전의 직원은 없었다. 이번에 담당하는 직원도 대답은 다르지 않았다. 알아봐 달라는 말에 자신은 전산에서 나온 대로 결재를 진행할 뿐 알 바 없다며 말이 단호했다.


그럼에도 우리 모습이 안돼 보였던지 지난해 검사 내역과 올해 내역을 뽑아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문의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어쩔 수 없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청구된 대로 마지막 결재를 진행했다. 돌아서는 우리를 향해 보험 공단에 문의하기 전에 병원 원무과에 가서 물어볼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원무과 위치를 확인하고 다시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큰 기대는 없었고 이미 기운이 많이 빠진 상태였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니 3명의 직원이 드문드문 앉아 있다가 우리를 맞았다. 4번째 같은 말을 반복했다. 지난해에는 대장내시경만 했는데 이번에는 위내시경이 추가 진행돼서 수면 마취가 비급여로 진행되었다고 원무과 직원은 말했다. 작년이 아닌 2023년에는 똑같은 검사를 진행했어도 혜택을 받았다고 말하니 다시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이때 멀리 앉아 있던 원무과 직원이 오더니 이건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두 번째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도움을 받았다. 이 정도 되면 귀인을 만난 느낌이랄까. 왠지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느낌이 들어 내내 움츠렸던 마음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들은 앞의 직원은 외래에 전화해서 일반을 중증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사람의 정확한 판단이야말로 완벽한 환자 관리 시스템의 완성이 아닐까 싶은 순간이었다.


문제는 수술을 진행했던 담당과 검사하는 파트의 담당이 달라서 생긴 오류였던 것 같았다. 입원해서 수술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담당 의사가 지휘해서 진행하지만, 우리와 같이 외래 진료를 통해 검사하는 경우에는 소속이 불분명한 경우가 발행하고 2, 3개의 검사 파트를 오가다 보면 담당자의 실수로 우리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2건의 비급여가 중증 급여로 전환되었고 병원비는 작년 수준으로 다시 청구되었다. 혼자였다면 아마도 원무과까지 가기 전에, 아니 그전에 이미 포기했을 것이다. 중간에 남편이 그냥 가자고 했으면 역시 그대로 갔을 것이다. 여기저기 환자를 끌고 다니는 것이 신경 쓰였는데, 궁금한 것은 확실하게 알아보자는 남편의 말대로 끝까지 갔던 것이 좋은 결과로 연결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가벼워지니 혹시 우리와 같이 잘못 청구되는 사람이 또 있지는 않을까 하는 얘기를 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들도 우리처럼 부당한 진료비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을까? 아니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 경황이 없을 테니 상황도 의심하지 못한 채 그냥 지나쳤을까? 그대로 청구되는 의료비는 지금 어디를 떠돌고 있는 것일까?


실제로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국립대병원 진료비 과다청구 현황' 자료에 따르면 16개 국립대병원(분원 포함)이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8월) 환자에게 진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해 환불로 이어진 경우가 1,128건이며 액수는 총 5억 2,122만원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환불 유형으로는, 바로 우리가 경험했던 '급여대상 진료비를 비급여 처리한 유형이 4억 원 가량으로 가장 많았고, 별도 산정 불가 항목을 비급여 처리한 유형이 1억 원 가량으로 그 뒤를 이었다'고 했다(2024.09.24.KNS뉴스통신https://www.kns.tv/news/articleView.html?idxno=915990).



브런치 글 이미지 2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의료기관 등에서 부담한 진료비가 건강보험(의료급여)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확인해 주는 권리구제 제도'로 '법령에서 정하는 자료보존기간(5년)이 지난 진료비는 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집에 돌아와 건강보험심사청구원 홈페이지에 가니 진료비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이곳은 '의료기관 등에서 부담한 진료비가 건강보험(의료급여)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확인해 주는 권리구제 제도'로 '법령에서 정하는 자료보존기간(5년)이 지난 진료비는 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만약 병원에서 해결이 안 되었다면 이 단계까지 갔을까? 한 번쯤은 전화로든 인터넷으로든 문의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수납과 외래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원무과에서도 일상적이고 일반적인 답변이 돌아왔다면 반복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환자와 보호자는 이미 상처 입은 사람들이다. 마음은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 병원의 흐름에 휩쓸려 여기저기 검사에 치이다 보면 이미 전의를 상실한다. 우리처럼 빨리 발견하고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상황에 쫓겨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를 감안해서라도 병원 자체의 시스템 보완은 물론이고 환자 가족도 병원비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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