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하의 커리어 이야기
지금 다니는 회사인 '디스프레드'에 입사하고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바로 자체 홍보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디스프레드는 웹3 컨설팅 업체라는 소개 문구처럼 국내외 웹3 프로젝트에게 홍보 및 마케팅 대행, 커뮤니티 관리, 밸리데이터, 리서치 등의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 과정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예를 들어, 언론 홍보 측면에서 클라이언트 관련 보도자료는 자주 배포되는 것과 달리 정작 디스프레드에 대한 보도자료는 뉴스 란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결과, 사람들이 디스프레드의 클라이언트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선 잘 알지만 디스프레드가 뭘 하는 회사인지 모르는 괴리가 발생했다.
처음에는 회사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차원에서만 접근했다. 그러나 이 방법도 한계는 있었다. 업무협약, 해외 콘퍼런스 참가 등 굵직한 이슈가 없을 때면 기사거리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고민 끝에 사내 인터뷰를 떠올렸다. 기자 시절 P2P 업계를 취재할 때 알고 지내던 '렌딧'이란 업체가 브런치에 사내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하던 걸 눈여겨봤었다. 그 글에서 렌딧의 홍보 전문가 꼬날님의 회사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렌딧에 호감을 느꼈던 것이다.
렌딧 사례를 참고 삼아 사내 인터뷰 추진 방안에 대한 기획서를 작성했다. 당시는 입사 3주 차. 뭔가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화르륵 타오를 때였다.
인터뷰 추진 배경은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정리했다.
1) 일부 유명인사 외에는 (디스프레드 동료들의) 뚜렷한 캐릭터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
2) 외부에 ‘디스프레드 직원 하나하나 모두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어필 목적
3) 디젠(Degen; 암호화폐 시장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일반인들이 (디스프레드에) 거리감을 느끼지 않는 접근 방식 필요
4) 업무 소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각 직원의 입사 배경, 웹3에 대한 철학 등 개인 이야기 중심의 인터뷰를 통해 ‘디스프레드=다양한 개성을 갖춘 전문가 집단’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누구를 먼저 인터뷰할지에 대한 고민도 기획서에 담아냈다. C레벨이나 인플루언서에 대한 인터뷰를 먼저 내보내면 당장은 조회수가 높게 나올지도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 동료들의 인터뷰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실무 담당자를 먼저 인터뷰이로 선정하고자 했다. 마침 최근 디스프레드가 주목받는 키워드가 '일본'이었기에 첫 인터뷰이를 일본사업을 총괄하는 분으로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인터뷰이에게 다음 대상을 추천받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아직 회사를 알아가는 중인 나보다는 이미 회사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인터뷰 순서를 매끄럽게 짤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내 인터뷰를 4편까지 내보낸 지금까지 릴레이 방식은 유지하고 있다.
시리즈 명칭을 정하는 것도 나름 고민거리였다. '인터뷰'라는 단어를 쓰면 너무 딱딱해 보일 것 같아서 '커피챗'이란 단어를 선택했다. 무엇보다도 동료들을 어떻게 지칭할지가 더 큰 숙제였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렌딧은 직원들을 '렌딧맨'이라고 지칭한다. 이를 참고해서 내가 떠올린 명칭은 D's 프렌즈와 디스프레더 두 가지였다.
D's 프렌즈(디스프렌즈)는 회사명(디스프레드)과 어감이 유사하면서도 "디스프레드의 친구들"이라는 의미를 내포했다. 디스프레드의 임직원이 서로 친구처럼 끈끈하게 어울리는 모습에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디스프레더는 디스프레드에 'er'을 붙여 "디스프레드 사람들"이자 "탈중앙화('De'centralized)를 퍼트리는 사람들(Spreader)"라는 의미를 담았다.
디스프레더는 독자들에게 그 의미가 확 와닿지 않을 듯해서 D's 프렌즈로 결정했다. 결국 시리즈 명칭은 "D's 프렌즈와 커피챗"으로 정해졌다. 디스프레드의 친구들과 가볍게 커피 한 잔 하며 얘기를 나누자는 취지였다.
마지막으로 사내 인터뷰의 방향성을 확실히 해야 했다. 사내 인터뷰는 통상 리크루팅의 일환으로, 그 회사에 지원하려는 사람을 잠재적 독자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내부 논의를 해본 결과, 우리는 다른 업체처럼 사내 인터뷰를 B2C PR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보단 B2B PR로 접근하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단순히 직무를 소개하기보단 동료 개개인이 웹3 산업 및 가상자산 시장에 몸 담은 지 얼마나 오래됐는지, 얼만큼의 전문성이 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는 동료의 MBTI를 넣는 식으로 가볍게 써볼까 생각도 했지만 한 번 방향성이 정해지자 불필요한 요소는 다 빼기로 했다.
"D's 프렌즈와 커피챗"은 8월 말에 출발선을 끊은 이후 디스프레드 리서치 웹사이트와 미디엄에 2주에 한 번씩 연재되며, 현재까지 총 4편이 게재됐다. 처음에는 포맷을 정하느라 많이 버벅거렸지만 한 번 틀이 잡히니 지금은 마감 속도도 꽤 빨라졌다.
다음 글에서는 <홍보팀으로서 사내 인터뷰를 하면 좋은 점>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