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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Nov 04. 2023

회사 리포트도 좋은 홍보 자료가 될 수 있다!

쪼하의 커리어 이야기

최근 홍보 담당자로서 꽤나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지금 소속된 회사는 대외에 '해외 프로젝트가 한국 시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마케팅, 브랜드 관리, 커뮤니티 지원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리서치,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중 '디스프레드 리서치'는 회사의 클라이언트 및 파트너 사에 대한 듀 딜리전스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디파이, 웹3 게이밍, 규제, 일본 시장 등 여러 분야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아쉬운 점은 코빗이나 쟁글 등 다른 업체들에 비해 언론 노출도가 낮다는 점이었다.  


"B2B 대상 보고서인데 업계 사람들만 잘 알면 되지, 굳이 언론에 언급되어야 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언론의 속성을 알면 B2B든 B2C든 상관없이 언론을 타는 것이 유리하다. 경제지, 종합지 같은 메이저 매체일수록 파급력은 크지만 크립토 전문 매체처럼 웹3 또는 가상자산 업계를 깊게 들여다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웹3 또는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때 어느 곳의 의견을 참고할까?


바로 크립토 전문 매체를 포함한 다른 언론에 한 번이라도 노출된 적이 있는 전문가나 전문 업체다. 몇 년 사이 다른 매체(유튜브, 텔레그램 채널)가 부상했다고 해도 언론은 아직까지 어느 정도 대중의 신뢰를 받는다. 같은 언론 업계 종사자라고 해도 그 인식은 동일하다. 특정 업계를 처음 취재하게 됐거나 다른 출입처(취재 영역)와 같이 챙기느라 꾸준히 파헤칠 여력이 없는 기자라면 전문가 멘트를 받을 때 다른 기사를 참고하게 된다.


즉, 한 번 언론에 노출되면 계속해서 다른 언론에서도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나는 전직 기자로서 이를 잘 알고 있기에 회사의 보고서를 보도자료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블록체인을 취재하기 시작한 2018년에는 다른 기사에 등장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마침 리서치 조직에서 새로운 시리즈의 보고서를 시작한 터라 타이밍도 좋았다. 보고서 내용을 요약해 보도자료로 뿌렸고 20곳에 가까운 매체가 이를 기사로 내보냈다. 이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가 나왔으며, 몇몇 매체는 '디스프레드 리서치'에 전문가로서 의견을 요청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기반한 보도자료가 리서치 조직을 홍보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보고서를 보도자료화하면 다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아니다.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충족해야 언론의 흥미를 끌 수 있다고 본다.


1. 직관적인 제목을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

2. 대중들도 흥미를 느낄 만한 주제여야 한다.

3. 시의성 있는 내용을 다뤄야 한다.


이번 보고서를 보도자료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보고서를 다 읽자마자 보도자료 제목이 바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작 보고서는 '한국 중앙화거래소(CEX)'라는 간단한 제목을 달고 있었지만 본문 중 빗썸의 수수료 무료 정책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분석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거래소 수수료 무료 정책, 장기적인 성장 동력은 아냐"라는 제목을 뽑아냈다.


두 번째로, 국내 거래소에서 어떤 가상자산이 자주 거래가 되는지, 업비트 이용자들은 송금을 위해 어떤 가상자산을 선호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그동안 디스프레드 리서치가 여러 보고서를 발간했지만 디파이 등 대중에게 생소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들이 대다수라서 보도자료로 재구성하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이번 보고서는 업비트, 빗썸 등 대중들이 한 번쯤 이용을 해봤거나 이름은 들어봤을 거래소를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금융위원회가 발간한 '2023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등록된 계정 수는 950만 개, 거래 가능한 이용자 수는 606만 명에 달한다.)


이렇듯 대중에게 친숙한 주제인 만큼, 크립토 전문 매체뿐 아니라 메이저 매체의 관심도 끌 것이라 생각했다. 여러 매체의 기자들을 만나본 결과 다들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 "요새 웹3 또는 가상자산 관련해서 쓸 만한 기사가 없어요" 또는 "디파이나 레이어2 같은 기술 영역에 대한 기사를 쓸 때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조회수가 많이 나오질 않아요". 그런 상황에서 거래소 분석 보고서를 보도자료로 내보낸다면 1차 기사화뿐 아니라 2차 인용으로도 다뤄질 것으로 생각했다. 이 전략은 주효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 내용이 시기적절해야 한다.  빗썸이 불을 지핀 수수료 무료 정책이 코빗, 고팍스 등으로 퍼져나갔으며, 이런 정책이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할 때 이번 보고서가 발간됐다. 디스프레드 리서치 팀이 데이터를 토대로 그런 기사들에게 답변을 준 셈이었다. 수수료 무료 정책이 한창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던 중이기에 보고서가 많이 확산된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한 달 늦게 보고서가 나왔다면 이 정도로 언급되지는 않았을 듯하다.   


회사의 해외 콘퍼런스 부스 참여, 파트너십 체결 등 전사적인 이벤트와 달리 회사의 보고서 발간은 다소 지엽적이다 보니 보도자료의 소재로 삼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보고서가 시장의 최신 동향과 대중의 주목을 받을 만한 내용을 다룬다면 보도자료로 배포해 보자. 회사를 '전문가 집단'으로서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메일에 보도자료뿐 아니라 원문 보고서를 같이 첨부하거나, 보고서가 게재된 웹사이트의 링크를 삽입한다면 더욱 센스 있는 홍보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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