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언급했듯, 돌 이후의 육아는 아이의 발달 단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아이들의 뇌는 성장함에 따라 필요 없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가지치기한다. 만약 한 아이가 적절한 시기에 사회성 발달에 필요한 자극을 받지 못했다면 훗날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는 말이다. 모든 어린 동물들이 그렇듯이-새끼 고양이들도 처음부터 먹이를 구할 목적으로 사냥을 하지 않고 장난거리로 대하듯이- 아이들도 놀이로서 학습을 대신한다. 그만큼 아이들에겐 놀이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장난감과 책을 다 사주다간 재정이 파탄날뿐 아니라 육아도 제대로 된 방향성을 잡지 못한다. 내가 아이의 장난감을 구매할 때 고려한 요소는 (1) 아이가 이전에도 흥미를 보였는지 (2) 해당 장난감으로 아이에게 어떤 자극을 주고 싶은지 등이었다. 대표적으로 (1) 아이가 키즈카페에서 주로 주방놀이를 즐겨했고 부모의 집안일에 관심을 보여왔음 (2) 낚시놀이, 보석 캐기, 과일 자르기 장난감을 같이 구비해 아이가 보석을 캐거나 생선을 낚아서 과일과 교환한 후 이를 요리해 보게끔 시키기 위해 꽤 많은 돈을 들여 원목 주방놀이 세트를 구비했다. (그때는 워킹맘이라서 재력이 어느 정도 있기도 했다...) 요즘 내 아이는 생선이나 과일을 냄비에 넣고 끓이는 놀이를 하고 나는 옆에서 "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네"라는 식으로 의성어를 넣어 맞장구를 쳐준다. 원래부터 주방놀이를 재미있어했기에 주방놀이 세트가 방구석 보릿자루가 되지 않은 것이다. 무작정 장난감을 사기 전에 키즈카페 등에 가서 아이의 욕구를 파악해야 한다.
지자체 육아종합지원센터 웹사이트를 잘 찾아보면 돈을 많이 쓰지 않고도 '놀이 첫걸음'을 뗄 수 있다. 거주 중인 지역 기준으로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1. 아이사랑놀이터
2. 전문 놀이 프로그램
3. 장난감 대여 서비스
4. 교재교구 배달 서비스 (가정보육 부모에 한함)
아이사랑놀이터는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놀이터다. 시 거주 또는 시 소재 직장 근로자의 36개월 이하 아이와 양육자가 이용 가능하다. 무료이나 본인이 조건에 부합함을 증명하는 서류(주민등록등본 또는 재직증명서)와 신분증을 필수로 지참해야 한다. 이용료가 없음에도 생각보다 다양한 장난감을 즐길 수 있어서 집에서 거리가 멀지만 종종 이용한다. 숲소리 장난감, 몬테소리 나무 무지개 등 원목 장난감뿐 아니라 실내 미끄럼틀, 편백칩 공간, 주방놀이 공간, 어린이 영사기 전용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사랑놀이터에서는 전문놀이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놀이 프로그램은 1) 행복 놀이터 2) 어울누리 프로그램 이렇게 두 개가 있는데 그중 행복놀이터는 월 2만 원~2만 5000원 정도의 이용료가 있으며, 전월 15일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선착순 접수를 받고 1개월 단위로 진행된다. 음악과 오감탐색, 신체, 요리, 미술통합 등을 아우르는 행복놀이터와는 달리 어울누리 프로그램은 동화, 미술 프로그램에만 집중한다. 대신 어울누리 프로그램은 무료이며, 커리큘럼을 확인한 후 본인이 원하는 수업에만 참여할 수 있다. 어울누리 프로그램은 해당 수업이 있는 주의 월요일에 신청을 받는다. (지역마다 다를 수 있으니 거주 지역 육아종합지원센터 웹사이트를 확인해 주세요!)
장난감 대여 서비스(장난감나라)도 매우 만족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우리 동네는 선착순이 아닌 추첨제로 뽑는데 첫 번째 시도 만에 운 좋게 당첨됐다! 연회비 1만 원으로 1년 동안 여러 장난감을 빌려올 수 있다. 우리 동네 장난감나라는 한 번에 대형 1종, 소형 1종 또는 소형 3종을 2주 동안 대여해 준다. 다만, 인기 장난감이 계속 대여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빌렸던 장난감과 동일한 제품은 한동안 대여할 수 없다. 도서관처럼 반납 연체 시 매일 연체료가 붙으며 부품 분실 시 새로운 장난감으로 보상해야 하기에 조심해서 다뤄야만 한다. (내가 매일 밤 아무리 졸려도 장난감들을 정리하고 자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립프로그 장난감을 자주 빌려오는데 내 아이도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한다. 아래의 이미지는 장난감나라에서 처음 빌려온 립프로그 아이스크림 카트였는데 내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쌓거나 먹는 시늉을 하며 재미있게도 놀았다.
마지막으로 교재교구 배달 서비스는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는 아이들에게 지자체에서 발달단계에 필요한 장난감을 보내주고 놀이코칭 교육도 함께 해주는 서비스다. 내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기에 신청하지 못했지만 주위 친한 엄마들은 가정보육을 계속하는 중이라서 신청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엄마들에게는 매일 뭐 하고 놀아줘야 할지가 부담일 텐데 지자체에서 그 부분을 도와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서비스인 것 같다. 신청했다던 엄마들에게 나중에 후기를 한 번 물어봐야겠다.
이외에 어린이도서관과 연계된 북스타트 프로그램도 아이의 독서 습관을 처음 잡아주기에 유용해 보인다. (이번 여름에는 북스타트 프로그램 신청했다가 떨어져서 어떤 내용인지 모르는데 나중에 듣게 되면 후기를 써보겠다.)
육아하다가 숨 돌릴 틈이 생기면 육아종합지원센터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길 추천한다. 위에서 정리했듯 아이를 위한 프로그램뿐 아니라 양육자의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 등 부모를 위한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를 뒤늦게 알게 된 탓에 신청조차 못한 프로그램들이 있어서 아쉽긴 하다. 아직 돌 전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이 글을 읽고 하루라도 더 빨리 지자체 프로그램을 제대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