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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여인을 만난 숲
세상을 살다 보면, 천남성의 붉은빛처럼
나의 의도와 다르게 상대에게 전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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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함박꽃
Oct 8. 2020
시월의 첫 번째 일요일 완주의 화암사를 찾았습니다.
그곳은 도심과 다르게 벌써 가을이 꽤 많이 깊어 있었습니다.
벌써 걷는 발걸음에 낙엽 밟는 소리가 묻어옵니다.
그중에 유독 눈에 띄는 빨간 열매.
지나가면서 바로 알았죠.
“너 천남성이구나.”
노랗게 빛나는 알알을 달고 있는 옥수수를 머리에 그려보세요.
그런데 그 옥수수 열매가 왁스를 칠한 것처럼 반질반질 윤이 나는 빨간색입니다.
옥수수의 가는 끝부분을 잘라내고, 위아래로 살짝 눌러 몸통의 둘레를 좀
키워주세요. 뚱뚱해지고 짧아진 옥수수가 되었나요?
그리고는 옥수수 알 2~3개를 합한 크기의 큰 빨간 열매를 만들어 알알이 달아주는 겁니다. 빨갛게 윤을 내는 큰 이빨을 달고 있는 옥수수 보이시죠?
그렇다고 천남성이 옥수수 열매처럼 긴 줄기를 가진 식물에 달리는 것은 아닙니다.
가을이 짙어지는 구월 말에서 시월 초에 주변의 것들이 갈빛을 변해갈 때
통통한 빨간 옥수수 하나만 땅 위에 꼿꼿하게 서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참 소담스럽고 도도하게 생겼다
생각했습니다.
일어나 뒤돌아보니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어린아이 같아 보이기도 하더군요.
이 아름다운 열매는 독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매뿐만 아니라 뿌리, 줄기, 잎에 모두 독을 가지고 있죠. 숙종의 희빈 장 씨가 이 천남성으로 만든 사약(賜藥)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독이 있단 이야기는 잘 쓰면 약이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전문가에 의해 정말 적정량이 쓰였을 때의 이야기죠.
열매가 띠는 붉은색은 보통 새의 눈에 잘 띄어 열매 안에 고이 모셔둔 씨앗을 이동시켜 자신의 종족을 널리 번식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붉은 윤기는 지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 충분합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나의 뜻과 다르게
내가 한 행동과 말이 상대에게 전달될 때가 있습니다. 윤기 반지르르한 붉은 천남성 열매를 보면서 말을 걸어봅니다.
"너를 잘 아는 새나 곤충은 몰라도
너의 붉은 기운에 반해 너를 더 만지고 싶고, 먹으려고 하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몰라.
네가 천남성이라는 것을 알기 전의 나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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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가지고 작은 숲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따듯한 위로와 성찰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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