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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씨 May 13. 2024

잠이 오지 않는 이유


 출근을 앞둔 새벽 세 시에 잠이 깨었다. 다시 눈을 붙이려 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읽던 책을 다시 펼쳐 보다 눈을 감고 생각했다. '왜 잠이 오지 않는 걸까.'

 몇 가지 이유가 떠올랐다.     

 1. 출근하기 싫어서

 월요일, 빼도 박도 못하고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 되었다. 이번 주엔 공휴일(부처님 오신 날)도 낀 주이다. 공휴일이라도 빵집이 문을 닫지 않으므로 쉴 수 없다.

 삼일절까진 괜찮았는데 선거일에 좀 힘겹더니 지난주 어린이날 대체 휴무일에는 매우 우울했다. 남들 쉴 때 쉬지 못하는 괴로움 때문이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말 이틀을 쉬기 위해서는 닷새 동안 일을 해야 한다. 일을 하다 보면 드는 생각, 나는 오로지 퇴근과 월급날을 위해 이걸 하고 있구나.

 도넛 4종과 추억의 피자빵을 완벽히 포장한다고, 손님에게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성취감이 찾아오진 않는다. 오로지 환복 후 일터를 떠나는 순간과 한 달에 한 번 입금이 되는 순간에 '보람'이나 '성취감'을 잠깐 느낄 뿐이다. 

 그러니까 출근을 앞둔 지금(새벽 네 시가 되었다..), 나는 몹시도 출근하기 싫어 잠을 못 이루고 있는지도 모른다.      

 2. 어제 마신 커피 때문에

 휴일 오전 모임에 참여하며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셨다. 예전엔 불면증이 있어 카페인 섭취를 피한 적도 있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괜찮아졌다. 몸이 피곤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굳이 이유를 찾자면 도라지유자차 대신 습관적으로 튀어나온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던 순간이다. 분명, 머리로는 도라지유자차를 마시자 생각했는데 입에서 나온 말은 그것이 아니었다. 

 오후에 믹스 커피를 한 잔하고 싶었는데 그건 꾹 참았다. 내일, 아니 오늘 퇴근 후엔 반드시 믹스커피(에스프레소 말차 라떼!)를 한 잔 들고 책상 앞에 앉을 것이다. 

 아마도 월요일 출근을 해서 매장 안을 종종거리고, 종일 서 있느라 피로가 카페인을 이길 테니 잠 못 잘 걱정은 없다.     

 3. 주말 동안 몸을 안 써서(충분히 피로하지 않아서)

 근무하는 날은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잘 잔다. 주말엔 그렇지 못하다. 평일만큼 활동량이 많지 않아서이다. 

 내가 하는 일은 꽤 피곤하다. 6시간 근무를 마치면 녹초가 된다. 퇴근한 오후, 책을 읽으려고 소파에 누우면 금세 곯아떨어진다. 정말인지 곯아떨어진다는 말이 적합한 수면이다. 그렇게 낮잠을 자고도 밤에 잘 잔다.

 예전에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 시절은 육체노동을 하지 않았다. 몸을 쓰는 일을 하는 동안은 숙면을 취하는데 문제가 없다.

 어제도 오전부터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는데도 6시간의 노동만큼은 아니었나 보다. 어느 것도 노동을 대체할 순 없다. 공부도, 운동도, 집안일도 최저임금의 유급 '육체' 노동보다 피로감이 크진 않은 것이다. 

 숙면을 부른다는 점에서 육체노동이 긍정적인 면도 있다. 다만, 숙면과 더불어 좀처럼 가시지 않는 피로감으로 노동 외에 다른 것을 도모할 에너지가 고갈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퇴근 시간은 이르지만(오후 한 시) 남은 시간 창작이나 운동, 공부할 힘이 없어 종일 누워있는 날이 다반사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내가 일을 하는 이유는 퇴근 순간의 짜릿함(특히 금요일), 월급 그리고 숙면을 위해서인 것 같다. 출근 준비까지 약 한 시간 반 남짓 시간이 남았다. 노트북을 접고 스탠드 전원을 끄고 다시 자리에 누워야겠다. 잠이 오지 않으면 공상이라도 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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