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모씨 Aug 24. 2024

일하는 이유, 그만두는 이유

 요즘 일터에서 조금의 여유도 없다. 근무 시간 내내 한숨 돌릴 틈이 없이 몸을 움직인다. 

 리모델링 공사후 손님이 늘었다. 빵을 빼고 포장하고 배달 주문을 보내고 손님을 응대하기에도 급급한데 다음주부터는 음료까지 내가 만들어야한다. 

 손님 수가 늘어난만큼 소위 말하는 진상 수도 늘었다. 사실, 손님이 진상을 부려도 밀린 일보다는 감정 소모가 덜하다. 일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 더 힘들다. 


 출근을 하기전 머릿속으로 동선을 짜본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나오는 시간도 아까워 그 사이 당일 예약을 확인하고 냉장고를 열어 오늘 나갈 케이크가 있는지 확인한다. 매장을 도는 시간을 아끼려 재고 스티커를 붙이고 밤새 채워진 냉장고 물통을 비우고 빵 네임택을 빠른 속도로 구분해놓는 일을 동시에 처리하고 본격적으로 구워나오는 빵을 뺀다. 

 나를 힘들게 하는 부분은 한가지 작업에 집중을 할 수 없는 환경이다. 예를 들어 도쿄바게뜨의 스테디셀러인 후레시크림 샌드를 자르고 크림을 짜넣고 포장을 하는 사이 수많은 일이 일어난다. 배달 주문이 들어오고 손님이 몰려들거나 음료를 제조해야하는 식이다. 그렇게 후레시크림 샌드는 기억에서 지워진다. 언젠가 손님 응대없이 한동안 빵을 진열하거나 포장한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손님이 나의 작업을 훼방놓는 존재로 느껴질 때가 많다. 


 미들타임 근무자와 교대하기전 꼭 마쳐야 할 일이 있다. 빵 포장을 끝내고 오전에 배송된 물류 정리를 마치고 빵이 구워져 나온 냉판이나 철판을 모두 닦아 제자리에 두어야 한다. 근무 시간이 채 10분도 남지 않았는데 포장할 빵이 남아있고 닦아야 할 냉판이 남아있다면 내 할일을 마치지 못한 것이다. 그럴 땐 미숙한 파트너 탓이나 몰려든 손님과 배달 주문 탓도 할 수 없다. 그냥 내 손이 느린 탓일 뿐이다. 

 화장실에 가거나 커피 모금 마실 여유없이 내내 몸을 움직이고도 일을 마치지 못한 날, 결국 느린 손을 탓하며 집으로 돌아갈 때면 '그만두어야 하나.'하는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든다.

 그만두고 싶은 또다른 이유는 나은 일자리가 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같은 최저시급을 받으면서도 좀더 몸이 편하고 여유가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일을 '충분히' 잘하지 못하고 있으며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퇴사를 고민하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쉽사리 퇴사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또다른 일자리를 찾아 업무를 배워 적응하는데 드는 수고스러움 때문이다. 세상의 진리중 하나는 '남의 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몸을 쓰지 않거나 사람을 상대하는 스트레스가 없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9,860원 안에는 감내해야할 마음 고생과 스트레스, 예상을 뛰어넘는 노동 강도가 모두 포함되어있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일터를 떠올려보면 '이 일은 할만하다'라고 느낀 경험이 거의 없다. 코로나 시국, 공공기관 입구에서 하루에 몇 되지도 않는 방문객의 체온을 체크했던 공공 일자리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 일또한, 몸은 편했으나 자괴감이 들어 힘들었다)

 몸이 힘들거나 손님 혹은 직장 동료와 상사와의 관계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감수해야만 매달 정기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남의 돈을 버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아직도 어설프지만 지난 반년 간 일을 하며 도쿄바게뜨 일에 익숙해진 부분도 적지 않다. 쉽지 않았던 사장님이나 기사님과의 관계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많이 편해졌다. 눈엣 가시 같았던 사람들이 먼저 퇴사를 하는 바람에 적어도 눈치를 보고 마음 고생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손이 느려 업무를 마치고 가지 못해도 늘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장님과 매장에서 종종 걸음을 하는 나의 등을 토닥여주는 동료의 손길, 퇴근 전 할 일을 모두 끝냈을 때 개운함과 뿌듯함은 덤이요, 매월 입금되는 월급은 알람없이 눈을 뜨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충분히' 잘하고 있지 않다는 혼자만의 생각과 어디에 있을지 모를 '더 나은' 일자리를 꿈꾸며 퇴사하는 건 어쩐지 바보같은 짓이라 망설이다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만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퇴사할 이유' 보다 '일을 계속해야 이유'가 더 와닿는다. 6개월을 채웠으니 1년을 보고 가자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단,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노력은 계속할 생각이다. 알바보다 안정적이고 비전을 찾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그땐 미련없이 도쿄바게뜨와 바이바이 할거다. 


  


 

작가의 이전글 도쿄 바게뜨 6개월 차 위기를 맞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