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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집이 Dec 21. 2023

제 2장. 실패가 가져다준 감사

당연함이 숨겨놓은 특별한 기회


'실패'라는 그 흔한 말.


당신에게 실패는 어떤 의미인가? 실패에 대한 이미지를 충분히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에게 실패는 붙잡은 줄을 놓치는 모습이나, 쌓던 성이 무너지는 그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실패를 누가 좋아하겠냐마는 개인적으로 나의 학창 시절과 이십 대에는 실패는 참으로 반갑지 않은 녀석이었다. 책이나 성공한 위인들의 실패담을 들으며 성공의 기회를 엿보는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여전히 누구에게나 실패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오늘은 그 불청객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실, 글을 써내려 가기 전에 생각을 해보니 실패를 제대로 해봤는지도 스스로 의문이었다. 누가 "당신은 실패했습니다." 명료하게 말해주는 일이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내게 가장 큰 실패라 하면 미국에서의 일을 말할 수 있는데,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이력서를 들고 문을 두드리던 시절에 문전박대를 당했던 경험이 내게 가장 수치스럽고 힘들었던 실패경험이었다.




완벽을 삭제하는 법


내가 실패를 두려워했던 가장 큰 이유는 걱정과 염려가 많은 성격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일의 완수보다는 완벽을 추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완벽을 추구한다고 완벽한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나는 늘 완벽을 추구하다 기회를 놓치거나 너무 높게 잡은 기준덕에 실망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 실망은 후회를 낳고, 후회를 만회하려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이십 대를 보냈다. 방황의 시기를 지나 2022년 겨울, 나는 데스크테리어를 만나게 되었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했듯 데스크테리어를 시작한 것은 흔히 말하는 내 인생에 찾아온 '신의 한 수'였다. 내 안에 어느 순간 멈춰있던 재능과 관심사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좋은 기회였고, 완벽함을 벗어버리고 작은 성패에 자연스러워진 계기였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특성상, 빠르게 소비되는 인스턴트한 콘텐츠 덕분에 오히려 나의 과도한 완벽주의는 빠르게 해결되었다. 게시글을 올리고, 댓글 등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작은 성공의 진가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때로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 안에 부담 없이 올릴 수 있는 콘텐츠라 타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매일, 매주, 매달 반복되었다. 자연스레 난 작은 성공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작은 목표의 달성이 반복되니 덩달아 자존감이 회복되었다. 나의 완벽주의가 점점 사라져 가는 순간이었다.




실패가 가져다준 감사


이제 막 작은 실패와 성공을 좀 경험해본 실패유경험자(?)가 되어서 그랬던걸까. 지난 여름은 ‘이제 뭐 실패 쯤이야~’ 으스대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1년 간 꾸준히 운영한 대가였을까. 훌륭한 브랜드들과의 협업 기회를 분에 넘치도록 얻게 되었다. 인테리어 소품으로 부족함이 없는 제품들을 제공받고 광고를 대행하며 만족스러운 나날들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곳에서 프로젝트 제안 메일을 보내왔다. 내용을 읽어 내려가는데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메일과 DM으로 프로젝트에 관한 세부사항을 논의하고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르러 원고 초안을 메일로 보내주고 설레는 마음 안고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문제는 그날 저녁에 터졌다. 그날 오전에 업로드했던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건과 제품 카테고리가 겹치면서, 이중광고 등의 잠재적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협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메일을 받게 된 것이다.


청천벽력이었다. 올리면서도 일말의 불안함이 있었지만 설마 하는 마음에 업로드를 했던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비용을 떠나 정말 좋은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방심했던 것이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크다던 그 말은 하나도 틀림이 없었다.


안일한 대처를 한 스스로를 자책하고, 다른 가능성을 묻는 메일을 보내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실망과 좌절은 더 커져갔다. 답답한 마음에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이야기를 차분히 듣던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난 하던 말을 멈추고 곰곰이 나의 1년을 돌아보게 되었다.


"오빠, 나는 지난 1년 동안 곁에서 오빠를 지켜보면서 생각지 못한 기회들을 마주하고 해내는 모습이 멋지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난 유명한 회사에서 오빠에게 컨택했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 물론 준비하던 일이 수포로 돌아가서 속상하겠지만 그동안 감사했던 일이 많았으니 잘 이겨내 보자. 분명 더 좋은 일이 찾아올 거야."


처음에는 2만 원짜리 제품을 협찬받아도 행복해서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점차 유명하고 큰 브랜드와 협업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내 방에는 택배 상자가 쌓여갔다. 자연스레 익숙해졌다. 당연한 것이 많아지니 감사함이 사라지고 소소한 행복이 보이지 않았다.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며 깨달았다.

"당연함에 속아서 감사함을 발견하지 못했구나!"




진부해도 외쳐본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안다. 얼마나 이 말이 진부한지. 사실 진부 하다기보다는 요즘 시대에서 그리 먹히는(?) 격언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가끔 이렇게 생각할 때가 있다. 진부하다고 그것이 거짓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거. 어쩌면 진부하다고, 오글거린다고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 내게 새롭게 다가올 수도 있지 않을까 늘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실패를 두려워했던 한 사람으로서, 실패가 두려워 회피만 하며 후회로 가득 찬 이십 대를 보낸 이로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이 말이 공감을 넘어 감격으로 다가온다.


지금껏 어느 누구도 인스타그램으로 작은 실패를 경험해 보라고 얘기했던 사람은 적어도 나에게는 없었다. 만약 작은 실패와 성공을 경험할 장을 이미 가진 사람이라면 과감히 나의 말을 무시해도 좋다. 하지만 무엇이라도 당신의 자존감과 작은 성공을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찾고있다면 아마도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오늘, 지금 바로 당신의 책상을 정리하라. 그리고 바로 그 자리를 사진으로 남겨 자신만의 감성을 담은 일기 또는 글을 적어 내려가보면 어떨까. 인스타그램이 아니어도 좋다. 메모장이나 메신저 앱에라도 사진과 함께 간단히 글을 남겨보는거다.  


어쩌면 당신도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목표를 발견하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며, 성공을 이어가다 좌절했지만 당연함에 속아 발견하지 못했던 소소한 감사를 발견하여 다시 한번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길 바라본다. 아니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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