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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집이 Mar 18. 2024

제 4장. 방황으로 빚은 견고한 성장

나의 방황이 멈춘 그곳에서 성장의 싹은 움트고 있었다.

방황아 반갑다.


    창창할 것 같던 나의 프리랜서 라이프는 녹록지 못했다. 예전 월급보다 돈을 두 배나 더 벌어도, 고용불안에 시달렸고, 고정적인 월급이 없다 보니 재정적 불안정감에 시달리는 일은 점점 더 많아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외부 환경의 문제보다 내면의 불안함과 무질서 때문이었던 것 같지만 당시에는 돈을 아--주 많이 벌면 다 해결되리라 생각했다.)


돈을 최대한 많이 벌기 위해서 주말, 공휴일 할 것 없이 일을 했다. 일정을 10분 단위로 짤만큼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 연애도, 신앙도, 돈도, 성장도 모두 다 이뤄내겠다며 욕심의 혹부리를 여기저기 달고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돈을 벌려고 아등바등 살다 보니 몸과 마음은 점점 피폐해졌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공원을 뛰어도, 사람들을 만나거나 여가를 즐겨도 공허함은 채워지지가 않았다. 자존감은 점점 무너져 내렸고, 지금 벌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급하고 초조한 마음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를 엄습해 왔다. 나의 하루는 ''으로 시작해서 ''으로 끝나는 생각과 시간들로 가득 채워져 갔다. 그런 일상의 반복은 스스로를 점점 삶의 벼랑 끝으로 더욱 내몰았고, 불안감은 더 커져만 갔다.


지금의 여자친구는 그때의 나를 '외줄 위에 서있는 사람' 같았다고 말한다. 피곤에 찌들어 있는 얼굴, 웃음기가 사라진 표정과 긴장과 염려로 가득한 예민함까지. 나의 이야기보다 돈과 사업에만 몰두해서 끝도 없이 쏟아내는 과도한 열정이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었다고 얘기한다.


사실이었다. 많은 돈을 벌고, 자유롭게 내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와 주변사람들을 돌보지 못해 마음과 정신, 몸은 점점 쇄약 해졌다.


그때는 심지어 이것이 내 인생의 방황이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방황이 떠나며 남기고 간 것



그런 시기임에도 자기계발은 하고 싶었는지 예전에 읽었던 책을 집어 들었다. 내면의 질서에 관한 신앙서적이었다. 아마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책을 읽으며 뭐라도 해야 될 것 같다 생각했던 것 같다. 막연하지만 내면의 질서를 재정립해보자 결심했다. 내면의 질서를 위해서 멈춰야 할 행동이 있을까 고민했고 두 가지를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이번 장에선 첫 번째 결심만 이야기해보려 한다.


1. 두서없이 떠들지 말고, 차분히 들어주자.

2. 체계가 무너진 내 방을 깨끗하게 유지하자.


책을 읽고 나서 곧장 떠들어재끼던 입을 단속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뱉는 무질서한 말이 무질서한 행동을 만들고 나를 분주하게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내면의 질서 때문이라곤 말했지만, 여자친구가 그만 좀 말하라고 입을 잡아당겼던 그날 덕분(?) 인지도 모르겠다.) 침을 튀기며 여자친구에게 뱉어내던 사업 이야기와, 돈 이야기를 멈추기로 했다. 그 이야기들은 사실 논리 정연하거나 설득력이 있다기보다는 보고, 들은 정보들을 자랑하는 정도였던 것 같았고 나를 더 분주하게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을 멈추고 나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주기로 결심했다. 말을 멈추니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고민이 보이고,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후에 말하겠지만 이때의 감정과 경험이 나를 변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고 본인은 확신한다.)  


차분한 시간이 쌓여갔다. 말을 줄이고 차분히 듣기 시작하니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분주한 마음이 정돈되기 시작했다. 차분함이 여유를 선물해 주니 옹졸했던 마음의 넓이가 점차 커져갔다. 칭찬을 칭찬으로 받지 못하던 옹졸한 마음은 자연스레 자신감의 씨앗이 되었다. 2022년의 방황은 우울감을 가져와서 날 괴롭혔지만 끝에는 나의 이기심과 공감능력의 부재를 깨닫게 하고,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남겨두고 떠났다.


2022년, 10월. 생일을 맞아 친구들이 책상 하나를 선물해 주었다. 책상을 꾸미고 정돈하며 2022년을 돌아보았던 어느 날 밤이 기억난다.


새로운 삶의 국면. 방황이 아닌 꿈 꾸던 비전을 향한 문이 하나 열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유집이'가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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