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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냥 Jan 06. 2020

원인불명의 고열

지금에서야 보이는.. 미치게 후회되는 그 날의 기록들.

2019.01.18


이제 겨우 살만해졌나 싶었는데

큰 아이가 다시금 통증을 호소한다.


6월 해외여행을 위해 시청 좀 들리고

그 옆에 마트에 다녀온 게 다인데..

무릎 뒤가 살짝 부었다.

아프단다.

미치겠다.

다들 나한테 왜 이러지??


성장통이라기엔 너무 아파하고

육안상으로도 붓가 보여서

내일 정형외과에 데려갈 생각이다.

베이커 낭종 같은 유형만 아니었으면..


점집을 다시 가봐야 하나?

아님 성당 가서 기도라도 드려야 하나?

잘 살아보겠다고 이리 버둥대는데

나한테 자꾸 왜 이러지?

삶의 의욕이 사라진다...






2019.01.21


갈수록 태산이다. 이번엔 발목이다.

발목이 통통하게 부었다.

무릎 뒤 통증은 병후 성장통이라며

진통소염제 처방으로 종료됐는데..

이번엔... 진짜로.. 부었잖아...

아오 내 아들아 ㅠㅠㅠ

(원인으로 지목된 헬스 자전거는 베란다로 즉각 퇴출)



& 그런데 다리의 반점은 멀까?

너만 진드기에 물렸니? 이 겨울에?

아가.. 제발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그저 건강만 하자. 응?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육아휴직 안 냈으면 어쩔 뻔했니...






2019. 01.22


큰 아이의 발목 통증은 아킬레스건염.

심지어 양쪽 다 증상이 있다.

쉴 새 없이 종알대는 큰 아이를 보면서

의사 선생님도 실소를 금치 못하셨다.

(동생도 있다고요? 혹시 또 남자입니까? <- 너무나 진지하던 선생님의 말씀 ㅠㅠ ㅋㅋ)


우선 (내) 눈에 띄게 부어오른 한쪽 다리만이라도

다쳤다는 인식을 할 수 있게 반깁스를 요청했다.



약간의 미열은 가벼운 감기로 여기고,

피부의 발진은 알 수 없으나

발바닥은 염증으로 인한 발적인 것으로

내 맘대로 결론짓고 이렇게 끝나나 싶었지만!!


어린이집에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이제는 탄식을 넘어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왜 자꾸 쉬지 않고 아프지? 나을 때가 됐는데.


소아과에서도 역시나 같은 의견을 보이셨다.

비정형적인 발열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대학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으시는 게 좋겠다고.

그동안 먹인 편도 항생제가 안 들었다는 증거니

부비동염으로 의심하고 처방을 진행하겠단다.

이마저도 안 들으면 정말 큰 병원 가시란다.


우리 큰둥이는 정말 장점이 많은 아이다.

말도 잘하고 논리적이고 사려 깊다.

감수성도 풍부하고 호기심도 많다.

체력소모를 위해 태권도를 다닐 만큼 튼튼하다.

심지어 얼굴도 무척이나 잘생겼다.


다만 섬세하다 못해 예민한 부분에서

둔하기 짝이 없는 애미와 맞지 않아 그게 힘들었을 뿐

그 외에는 너무 사랑스러운데

이런 아이를 애미가 흉봐서 아픈가 싶어서

미칠 듯이 후회가 됐다. 이 예쁜 아이를.


계속 미열과 고열 사이를 줄타기하는 큰둥..

초등 입학 전에 액땜을 거하게 치르는 거라

그렇게 믿고 싶다. 얼른 나으렴.

얼른 나아서 우리 놀러 다니자.







2019.01.23


지난 3주간 쉼 없는 아이들의 발열에

처음에는 지치고 분노했지만

지금은 아는 병이어라, 낫기만 해라, 그저 빌고만 있다.


큰둥이의 원인불명 발열.

항생제 투약이 끝나자마자 나타난 새로운 발열인지라 당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 편도염? 편도곱 사라짐. 붓기 없음

- 구내염? 입안 및 피부 증상 없음

- 인후염? 목 뒤쪽 경미한 염증. 고열 원인 아님

- 부비동염? 우선 이거로 의심하고 치료 중

- 홍역? 접종 완료. 피부발진 현재 없음

- 아데노바이러스? 목 통증 없음. 눈 충혈 없음

- 요로감염? 나름 유력 용의자. 그러나 항생제 지속투여로 확인 어렵다고 함. 현재 소변 색이 어두움


1시에 세토펜 투약하고 계속 39.2도

1시간 동안 물수건 병행하고 나서야 38.1도로 열이 잡혔다.

아까만 해도 눈이 풀리고 흐느적거리는 아이가 안타깝고 무서워서 눈물이 쏟아졌는데 다시 생기를 찾고 종알대는 모습에 한숨 돌렸다.



그냥 대학병원에 가는 게 맞을까?

또 작은애까지 데리고 병원을 가야 하네..

혹시 모르니 입원 가방 다시 싸야겠다.

소견서도 이미 받아뒀으니..


아프지 말고 지금처럼 계속 웃어줘 큰둥아.


... 회사에 소득공제 때문에 다녀와야 하는데

맡길 곳이 없네. 친정엄마도 조카들 보느라..

열나는 아이를 시어머니께서 보실 수 있으려나.

어제 다녀올걸 후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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