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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연 Jul 02. 2023

이문세의 노래

이문세의 노래


나는 이문세의 노래를 좋아한다. 그의 음악에는 낭만이 있다. 그리고 추억이 있고 향수가 있다. 어딘가 꿉꿉한 오늘, 나는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들으며 글을 쓴다. 가슴이 저릴 정도로 아픈 이야기를 쓸 때의 나는 늘 이문세의 노래를 듣는다.


이문세는 슬픈 사랑을 노래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의 노래를 들으면 사랑이 하고 싶어 진다. 그가 부르는 노래의 힘일까. 슬프고, 아프고, 저릿저릿하고 지칠 정도로 힘든 사랑을 울부짖는 그인데 이상하게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사랑이 하고 싶어 진다.


그의 목소리에는 낭만이 있다. 우리가 잊고 살던 낭만이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조금 뒤로 미루어두었던 낭만. 삶의 낭만. 사랑의 낭만. 너와 나의 낭만. 우리의 낭만. 요즘 같은 시대에 낭만을 찾기 한 쉽지 않은데 말이다.


내 장편소설 '피는 솔직하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강남의 밤은 화려하다. 어떤 이는 웃고 어떤 이는 울며 하루를 마감한다. 각자의 사연이 가득해 타인의 사연을 궁금해하지 않는 곳이다. (중략) 그가 가진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궁금해했다면 우리의 오늘은 어땠을까. 달랐을까, 아니면 여전히 같았을까.


그렇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아가기 바쁘다. 그렇기에 타인의 사연은커녕 나 자신에 대한 낭만 따위에 시간을 쏟을 여력이 없다. 타인의 이야기에도 그저 몇 번의 고개 끄덕임으로 대신할 뿐, 그의 삶 속에 들어가 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소설가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아닌, 내 소설 속 인물이 되어 행동하고 말하고 움직이는 일이 꽤 잦다. 그렇게 빠져 살아야지만 내가 만든 세상이 더욱더 탄탄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이가 될 때 이문세의 노래를 듣는다. 그렇게 잊고 살던, 낭만을 찾는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내 머릿속에서는 내가 만든 이야기가 둥둥 떠다니며 분명히 집을 지었는데, 활자를 통해 가시화시키기까지 힘들 때가 당연하게도 존재한다. 그럴 때의 나는 음악을 듣는다. 내가 쓰는 글과 그런 글을 쓰는 나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음악을 듣는다. 그렇게 음악을 듣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나의 손가락은 움직이기 시작하며, 내가 지었던 머릿속의 집을 활자로 통해 세상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된다.


나는 음악의 힘을 믿는다. 음악이 없다면, 내가 만든 내 소설 속 인물에 그토록 깊게 빠지지도 못했을 것이며, 그 인물의 내면을 그토록 심도 있게 그려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음악에는 그런 힘이 있다. 글을 쓰게 만들며, 단순했던 글을 문학으로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예술의 탄생에는 분명히 음악이 있다.


이처럼 음악에는 낭만이 있고, 추억이 있고, 향수가 있다. 그리고 아픔과 슬픔도 있다.


우리 모두는 어떤 사연을 지니고 살아간다. 비록 어느 누구 하나 궁금해하지 않을 사연들이겠지만, 그런 사연들이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 사연이기에, 그것이 좋고 싫고, 힘들고 무겁고, 어딘가 어두운 사연일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낭만이라 부르자. 그렇게 한다면 이 낭만이 조금은 우리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지친 마음을 음악이 감싸 안아주듯, 그런 음악을 듣고 쓴 나의 글 역시 우리를 감싸 안아주고, 다독여주길 바라는 지금이다.


글, 신세연.


인스타그램 @shin.writer

메일주소 shinseren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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