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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임스 리 Aug 01. 2021

2. 공의

정의에 대한 기억

“여러분은 ‘정의’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혹시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5형제? 또는 마블 캐릭터들?" (내 직장 동료는 독수리 5형제라고 말했다.)


난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5 공화국 정부의 캐치프레이즈가 떠오른다. 어렸을 때, 동네 파출소, 뉴스 등에서 자주 접한 영향인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5 공화국은 가장 정의롭지 못한 정부로 국민들 기억 속에 남아있다. 언론 탄압, 인권 유린, 정경 유착 등. 내 기억 속에 첫 번째가 된 이유도 언론 통제 속에 무의식적으로 각인당한 결과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더 이상 떠오르는 이미지는 없다. 다만, 경찰과 사법부에서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수행하고 있는 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일상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고대 히브리어에서 ‘정의’는 두 가지 단어로 쓰였다. 체덱과 미쉬파트. 이 두 단어를 오늘날 영어로 표현하면 righteousness와 justice로 이야기할 수 있다.


체덱(righteousness)은 개인의 올바름 또는 의로움을 의미한다. 지향점은 개개인의 올바른, 의로운 행동들이 모여 공동체에 선한 영향력을 불러일으키는 것, 즉 ‘공의’ 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미쉬파트(justice)는 주로 선과 악을 심판하는 공간, 사법적인 의미에서 많이 통용된다. 지향점은 범죄가 없는 정의로운 사회,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사용된다. 우리가 뉴스나 영화, 만화를 통해 인지하게 되는 정의 개념은 주로 미쉬파트(justice)인 것이다.


하버드대 정치철학과 교수인 마이클 센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원제: Justice)’라는 그의 저서에서 새로운 정의 개념을 제시한다. 이것은 위 두 개념을 통합한 의미처럼 느껴진다. 그가 강조하는 정의는 공동의 선(common good)이다. 이 개념을 제시하게 된 배경에는 현재의 많은 사회, 정치적인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기형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자본주의, 그리고 그 안에서 파생되는 불평등, 환경 오염의 문제들이 대표적이다. 한마디로 정의롭지 못한, ‘불의’한 세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아래 인터뷰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 공동체와 시민사회*’라는 주제의 대담 내용 중에서 발췌한 것인데, 그가 주장하는 공동의 선 개념이 대담 속에 잘 나타나 있다. (* YouTube 외교부 채널, interviewer 김지윤 정치학자, 2020.06.08. )


“미국 사회의 ‘We’re all in this together.(우리 모두 함께)' 라는 슬로건처럼 현재 우리는 진정으로 함께 힘을 모아 팬데믹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는 걸까요? 슬로건 내용은 진실해야 합니다. …(중략)…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는 기부 활동이 줄지어 일어났어요. 하지만 한국의 그 행동은 자선과 기부를 넘어선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정부의 활동과 별개로 사회 안팎에서 자발적으로 협조했잖아요. 자발적으로 월세를 내린 건물주들이 있었지요? 삶이 힘들어진 입주민들과 소상공인들을 위해. 무척 인상 깊었어요. …(중략)… 이러한 운동은 시민 사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이어서 매우 인상적입니다. 시민들 상호 간의 배려와 존중을 보여주고 있어요.”


즉, 공동의 선은 우리의 관심을 ‘나’에서 ‘공동체와 시민 사회’로, ‘돈’이 목적이 되고 있는 세상에서 ‘선’을 추구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선(good)’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방향을 찾고자 한다. ( *나의 아저씨 (2018년 tvN 작품)) 


   팀원: (지진 강도) 6은 못 견디겠는데요.

   윤 상무: 한반도에 지진 6이 오겠냐? 저거 내진 설계 보강하려면 못 잡아도 20억은 들 텐데. 건물주는 어떻게든 비싼 값에 빨리 팔아 치우려고 하는데 안전진단 보고서에 이렇게 큰돈 들어갈 구멍 떡하니 만들어 보여주면 참 좋아하겠다.

   박 팀장: 구조기술사는 구조적 판단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 상무: 그러니까 자네가 만년 부장인 거야. 지 일만 생각하지, 아주.


위 장면에 대해 어느 시청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하늘 뜨락의 소소한 행복 블로그)

윤상무 같은 임원이 존재하는 그 자체가 '우리 사회'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
   

나 역시 위 지적에 크게 공감한다. 윤상무는 수익, 실적이라는 조직의 관성에 묻혀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의식이 결여되어 있었다. 박 팀장은 그런 임원의 의견에 편승하여 정치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었겠지만, 꼿꼿하게 원칙을 사수한다. 그가 그 원칙을 꼿꼿하게 사수할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첫째, 그의 마음속에는 조직이라는 바운더리를 넘어 사회에 대한 의식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래서, 나와 내 조직의 결정이 사회에 끼치게 될 영향을 생각하였다. 선한 영향력이 될지, 악한 영향력이 될지.

둘째, 사회를 생각하는 마음 깊은 내면에는 ‘사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시청자 의견처럼 시한폭탄이 되어 언제가 터진다면, 우리는 우리의 사랑하는 이들을 잃을 수 있다. 매일 저녁 뉴스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사고들처럼. 따라서 그가 상사의 모진 질책에도 불구하고 꼿꼿하게(uprightly) 정의(righteousness)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공동체를 향한 사랑의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앞서 마이클 샌델 교수가 언급한 한국의 착한 건물주 역시 소상공인들이 겪는 어려운 상황에 용기와 힘을 실어주고 싶은 ‘사랑의 마음’이 그 내면에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 이 사례에서 중요한 교훈은 ‘사랑의 행동은 희생으로 나타난다’라는 것이다. 배려, 양보, 나눔과 같은 희생의 행동으로. 그 결과, 우리 사회 전체, 나아가 미국 땅에까지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이 훈훈한 스토리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모든 민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었고, 함께 힘을 모아 헤쳐 나가자라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일상생활에서 정의 지키기

마이클 샌델 교수가 이야기한 공동의 선에서 선(good)은 ‘사랑과 희생’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 선한 태도로 내가 올바르게 설 때, 내 옆의 사람도 바르게 설 수 있으며, 이것은 나비 효과*가 되어 인류에 큰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이제 경찰, 사법부가 아닌 우리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정의를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 함께 공의 관점에서 실천하자.

'사랑과 희생의 마음을 바탕으로 선한 결정과 행동을, 우리의 공동체를 위해!'



 *나비효과: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네이버 표준국어대사전)



(예고.

다음에는 ‘정의’의 반대어인 ‘불의’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불의란 무엇인가... 무더운 여름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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