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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하영 Jul 27. 2023

화가 났을 때 베토멘의 '운명교향곡'을 듣는 이유

어떤 할머니의 화풀이 교향곡

라디오 93.1을 즐겨 듣는다.

라디오를 평소에 듣지는 못하고, 운전할 때는 꼭 93.1을 틀어놓는다.


나에게도 꽤나 유익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고, 클래식 음악 채널을 즐겨 듣는 사람들의 캐릭터도 엿볼 수 있다. 좋은 음악 소개도 많아서 나도 들을 때 저장을 꼭 꼭 해놓는 편이다.


그날은 청취자분들의 신청곡을 듣는 시간이었는데, 어떤 할머니의 사연이었다.

아마 함께 살고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화가 나셨던 것 같다. 이렇게 화가 날 때에는 운명 교향곡을 들으신다고, 그 곡을 신청하셨더란다.


여기 사연을 들어보면 각자가 자신의 상황과 기분에 맞게 곡을 선택하여 듣는 청취자분들의 뚜렷한 플레이리스트가 보인다.


클래식 음악은 같은 곡도 누가 듣느냐에 따라 아주 다양하게 음악을 해석하고 느끼며 감상할 수 있다. 그것이 클래식음악의 또 하나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만 뚜렷하게 들려지는 음악이 아닌, 다양한 악기와, 다양한 악상과, 다양한 주제 선율과, 전개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클래식 음악은 하나의 곡을 듣는 중간에도 여러 감정과, 생각, 감성, 색, 표현하고자 하는 주체에 대한 것들이 변화하고 듣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질 수 있게 되어 있다.

물론 작곡가의 의도가 크게 반영이 된 곡이라던지 매우 뚜렷한 색채와 선율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이 같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는 곡도 있다.


운명교향곡을, 음 그 첫 모티브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두 개의 음으로 단 4번을 두드리는 도입부. 극한의 단순함을 가진 모티브를 사용하여 그 첫 한 마디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명작이 탄생했다.


베토벤의 이 운명교향곡은 그가 청각을 상실하고, 건강이 악화되고, 인간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시절 너무 힘들어 독일의 교외에 있는 시골 마을 ‘하일리겐슈타트’라는 지역에 요양을 다녀온 후 그가 다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사명감, 음악을 남겨야 한다는 자신의 결단력에 다시금 삶에 용기를 얻고, 신에 대한 감사를 하며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살고자 하는 결심을 했던 그때, 운명교향곡과 전원 교향곡을 쓰고 발표했다.


사실 ‘운명교향곡’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이는 베토벤이 직접 쓴 부제가 아니다.

그의 비서 “쉰들러”가 남긴 말로 ‘운명의 문을 두들기는 도입부‘라 했다는 언급으로. 이렇게 부제가 붙었는데, 전해지기로는 그의 말은 거의 믿지 못할 이야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음악의 앞부분은 너무 유명해서 다들 많이 들어봤지만, 뒷부분까지 들어본 사람들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음악은 쉽게 말해 build up이 잘 되어 있는 곡이다.

고전시대의 음악은 좋은 작품은 “전개”가 잘 이루어져 있는 작품으로 볼 수 있는데, 운명교향곡은 그야말로 곡의 전반에 단순한 모티브를 곡의 전체에 사용하여 심포니가 가진 특징, 강세로만 이용하여 만들어진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악기들이 서로 주제를 노래하고, 또 같이 노래하고, 켜켜이 음들이 쌓여 더욱 풍성해지고, 점점 더 뒤로 갈수록 그 모티브를 고조시켜 더욱 집중하게 되고 결국 희열에 차 끝나게 되는 곡이다.


한 사연자의 할머니는 이 음악을

“화가 났을 때“ 들으신다고 하셨다.

사실 나는 이에 동의는 할 수 없지만 충분히 이해는 간다 :)

지속적으로 단순하고 음들을 두들기고, 풍성한 악기의 향연이 내 답답한 가슴을 대신 두드려주며 화가 삭혀지는 느낌이지 않을까?


나는 보통 이 음악을 들으면 감동하고, 감탄한다.


베토벤의 뛰어난 천재성은 단순함에서 주는 복합성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자아낸다는 점이다.


낭만시대로 갈수록 너무 아름다운 선율과 훨씬 더 다양한 테크닉들, 새로 생겨난 화성들, 진행방식들이 퍼지며 더욱 풍성하게 음악을 만들어내고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베토벤은  정말 어떻게 이렇게 몇 개 없는 음으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음악을 써 내려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본인은 과거, 천사가 내려와 베토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믿는다.


합창 교향곡, 5번 교향곡, 7번 교향곡, 황제 협주곡, 현악 4중주, 피아노 소나타 등.

엄청 화려하거나, 복잡한 선율이 아닌 음들로 단단하고 거대한 건축물 같은 음악을 만들어냈다.


운명교향곡이 단순하고 흥미롭기만 한 음악이 아님을

처음부터 집중해서 감상해 보고 느껴보길 바란다. 앞부분이 너무 강렬하여 첫 모티브만 유명한 이 곡은 끝까지 들어야 그 진가를 더 알 수 있는 곡이다.

꼭 그 매력을 느껴 보길 바란다!



Beethoven
symphony No.5 In C Minor, Op. 67 :
1.Allegro con brio

지휘 : Benjamin Zander

오케스트라 : Bostonn Philharmonic Ochestra

두 번의 제시부 반복 후 전개부로 들어가는 지점

도돌이표를 가지고 재현부를 두 번 반복한 뒤 같은

주제로 전개부로 들어가는 지점이다. 조성적 변화로 긴장감을 더해주는 이곳은 익숙한 주제가 반복된 제시부에서 갑작스러운 변화로 발전을 가지며 더욱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클라리넷의 짧은 솔로가 인상적인 구간

운명 교향곡 중 좋아하는 부분이다.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주제 연주에서 슬며시 클라리넷이 치고 올라오는 이 부분은, 상당히 쓸쓸해 보이는 인상을 준다. 그 구간이 매우 짧다는 것이 더욱 인상적이다. 이 부분을 들을 때면, 베토벤이 엄청난 갈등과 힘듦을 가진 그 시기를 매우 짤막히 들려주며 곧바로 이겨내는 듯한 그의 분투와 감정이 느껴져 개인적으로 이입이 되는 곳이다.

점점 더 치닫는 교향곡

같은 음을 여러 번 반복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점점 더 쌓여가는 주제들이 실제로 곡의 무게가 더해지는 기분을 들게 한다.


https://youtu.be/n3 EiRynr1 Us

1악장 풀 버전

벤야민 잔더의 지휘를 가진 보스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이다. 상당히 빠른 호흡으로 휘몰아치는 해석으로 평소 듣는 <사이먼 래틀 지휘/ 비엔나 필>과는 조금은 다른 뉘앙스의 음악이지만 또 다른 긴장감에 재미가 있다.


운명교향곡은 너무 뚜렷하고 유명한 첫 모티브 덕분에(?) 아마 끝까지 들어보는 일이 더욱 없는 곡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이 곡은 끝까지 들었을 경우에 더 큰 매력이 있다. 꼭 한번 이 단순하면서 가슴 짜릿한 심포니 5번을 끝까지 감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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