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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준 Feb 22. 2023

위스키 성지 Islay 가는 법

EP 03. 영국의 땅끝 마을 아일라 섬

우리나라 땅끝 마을처럼 아일라는 영국인들에게 큰 맘을 먹어야 갈 수 있을 정도로 영국 북쪽 끝에 있다. 멀기만 한 것도 아니다. 날씨, 위스키 투어 일정, 배&비행기 시간표... 이 모든 게 딱 맞아야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작디작은 섬 아일라의 위스키 증류소에서 만드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마시기 위해선! 


아일라를 가기 위한 여정은 글래스고우(Glasgow)를 기점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예전에는 한국에서 글래스고우 공항(GLA)까지 직항 비행기가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비행 노선이 줄어들면서 이 노선이 없어졌다. 그래서 먼저 런던에서 국내선으로 이동하는 방법 등...으로 글래스고우까지 가야 한다.) 아일라까지 글래스고우에서 비행기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과 차를 타고 항구로 가서 배에 차를 싣고 가는 방법으로 나뉜다. 두 방법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여행을 준비하면서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차와 배를 타는 방법을 선택했다. 배를 타야 하는 Kennacraig 항구까지 가는 동안 스코틀랜드의 경치를 보고 싶었고, 아일라 안에서 좀 더 기동성 있게 움직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차를 배에 싣고 가는 방법이 빠른 비행기보다는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느림의 미락이라 할까? 


내가 정리한 각 방법의 장단점은,


'2023년 1월 12일_Islay 가는 일정' 


AM 04:00 기상

오전 일찍부터 일어나서 갈 채비를 했다. 이른 저녁부터 잠을 청했지만, 두근 거리는 마음에 잠을 잘 수 없었다. 그토록 바라던 아일라라니... 내일 이 시간쯤이면 나는 아일라에서 모닥불 앞에 앉아 위스키를 마시고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잠을 설쳤다. 몇 시간 못 잔 상태에서 일어나서 준비를 했다. 이른 새벽에 이동이라 전 날 우버를 예약해 뒀다. (이건 신의 한 수였었다.) 아직 누구도 일어나지 않은 이른 런던에서 히스로로 갔다. 


AM 06:10 공항 도착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공항에 빨리 도착했는데 역시나 다행이었다. 어젯밤 열심히 싼 가방이 23KG을 넘었다. 심지어 국내선 공항은 모든 게 자동이라 나의 애처로움을 쳐다봐주거나 사정해 볼 수 있는 승무원이 없었다.  'Error' 메시지만 보여주는 야속한 모니터 앞에서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AM 07:30 ~ PM 08:55 글래스고우행 비행기

국내선이라 그런지 비행기가 낮게 날아 밖이 모두 보였다. 글래스고우에 도착할 무렵 창문 밖에는 팡도르 빵 같은 산들이 늘어져 있었다. 


AM 09:00 ~ AM 10:00 렌터카 인수

해외에서 렌터카를 이용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운전석이 좌측에 있는 렌터카는 처음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저렴한 상품을 구매했는데, 접수 중 친절한 직원이 이것도 해볼래? 저것도 해볼래?라는 말에 나는 너무나 쉽게 Yes를 외쳤고... 아뿔싸... 영수증을 보니 추천한 모든 서비스가 추가 요금으로 첨부되고 있었다. 상냥한 웃음에 속았다고 말하긴 싫지만, 생각보다 너무 초과된 예산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도 이것 때문에 내 여행을 망칠 수 없다며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여행을 다녀온 뒤까지도 생각에 남았다. 


AM 10:00 ~ 이동

운전석과 도로 모든 게 좌우 반전인 곳에서. 특히나 어려운 공항을 빠져나가기 위해 신경을 곤두 세웠다. 아직 길이 많이 남았기에 부리나케 이동했다. 


AM 10:20 ~ AM 11:00

중간에 마지막으로 있는 스타벅스를 들렸다. 개인적으로 스타벅스의 유무에 따라 여행지의 난이도를 따진다. 스타벅스 옆에 주유소도 있었는데, 유럽의 주유소 옆에 있는 매점은 늘 재미나다. 온갖 불량식품을 판다!!! 


아일라도 아일라지만, 스코틀랜드도 꼭 와보고 싶었던 여행지다. '007 스카이폴'에 보면 주인공의 어린 시절 집이 나오는데 그 배경이 스코틀랜드이다. 나무하나 없는 황량한 허허벌판에 있는 돌집 하나. 그런 황량한 공간에 있는 적막함을 나는 좋아한다.  


~ PM 02:30 항구 도착 

도착한 시간과 비슷하게 출발하는 배가 있었지만 초행길이라 안전하게 다음 배편을 예약했다.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도착했고, 배가 출발하기까지 차 안에서 대기만 하면 된다.


PM 06:00 ~ PM 07:55 이동

생각보다 큰 배에 차를 싣었다. 차에 있으면 안 된다 해서 배 안으로 들어왔는데, 이 말이 배에 내릴 때까지 차로 갈 수 없다는 이야기인 줄 몰랐다. 차에 있는 물과 과자 그리고 저녁 도시락을 못 먹은 채로 배 안에 있는 비싼 카페테리아에서 호화로운 식사를 강제적으로 했다...


PM 08:00 

Hi, Isaly. 꿈에 그리던 아일라에 도착.

내가 아일라에 도착한 시간은 모든 빛이 사라진 어두컴컴한 밤이었지만, 공기 중에 있는 바닷냄새와 특유의 피트향이 내가 아일라에 도착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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