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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가장 Oct 01. 2021

진정성이 없었던 것 같아. "미안해"

상사의 사과, 그리고 밟으면 꿈틀

“그간 진정성 없이 사람들을 대했던 것 같아. 미안해.”


얼마 전, 회사 인사개편 후 면담 도중에 상위자로부터 미안하다는 사과의 답변을 받았다. 


회사의 특성상, 정기적인 인사개편으로 상황에 따라 팀을 옮겨야 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원하지 않는 업무를 해야 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이번 개편 때는 최소한의 배려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했다.


그러나 기대와 다르게 전혀 생각하지 않은 팀에 배정이 되었고, 결과를 수용하기 어려웠다.


혹시나 발령에 대하여 불만을 표출하면 조직에 반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서 뒷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 타인의 평가만을 신경 쓰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 복종하는 매개체 정도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알고는 있지만, 그냥 참고 또 참을 뿐.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미안해

상위자로부터 어떻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았을까?


상위자는 인사발령 때, 자신의 기준으로 사람들의 능력치(일명, 게임의 전투력)를 평가하고 개인 사심을 담아 입맛에 맞는 이를 팀원으로 지정하여 활용을 하고자 했다.


타인의 상황과 마음 상태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오롯이 본인의 사심. 그런 그에게 묻고 싶었고, 마음속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


인사발령에 대한 문제점과 그간의 마음 상태를 담아서 몇 가지 질문을 메일로 전달을 했다.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이에 대해서 그렇게 쉽게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인가요?” 

“언제까지 필요에 의해서 원하는 이들만 골라서 업무에 활용하실 건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었다. 


“새로 발령된 지금의 팀은 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메일을 전달한 다음날 티타임을 제안한 상위자는 본인이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결정 방식에 문제가 있었음을 구두로 시인하였다.


메일을 읽고 밤새 잠 한숨 못 잤다는 상위자의 사과 한마디에 통쾌함보다는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었던 용기에 스스로 뿌듯했다.


미안하다는 사과를 얻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상위자의 결정과 행동에 대해 반성해 볼 수 있도록 의문형의 질문을 전했고, 나의 마음 상태와 의지를 피력했을 뿐이다.


조직에 속한 직장인이라면 조직에 반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관계 속에서 상위자가 입장을 바꿔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길 원했다.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그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 Clker-Free-Vector-Images, 출처 Pixabay, 밟으면 꿈틀

진정성 있는 사과의 유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근거 없이 말하는 이들이 최소한 상대를 의식할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 기준으로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함부로 평가하면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분명 쉽지 않은 작업 일 것이다. 연습이 필요할 수도 있다.


상대가 자동적으로 내 맘을 모르기 때문에 무조건 끙끙 거리며 참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맘이 불편하다는 것을 때로는 표현했으면 좋겠다.


“나 많이 견디고 참아 왔어요. 아닌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화를 내지 않아도,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당당하게 현재의 내 마음만을 표현하면 된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는 것을 살짝 보여 주자. 


완벽하지 않으니까 오늘도 사는 것이고, 완벽하지 않으니까 꿈틀거리는 연습을 하면 된다.


“밟으면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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