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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륫힌료르 Nov 22. 2019

사회초년생의 108번뇌

회사만 다니다 말긴 싫어

고백하건대 나는 관종(관심종자)이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서른을 바라보는 지금도 세상에 나라는 사람이 존재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어 안달이다. 고로 어딜 가든 튀는 편이었다. 학창시절엔 반장이라는 감투를 썼고, 대학생 때는 팀 프로젝트마다 발표를 도맡아 했으며, 각종 행사에는 MC로 나서기 일쑤였다. 남에게 주목 받는 것을 두려워하긴커녕 오히려 '막 나대는' 나는, 다름아닌 슈퍼관종.

그런데 관종에게 회사란, 정말이지 청학동 수련원 같은 곳이 아닐 수 없다. 먹보가 단식원에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뽈뽈거리며 설치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건 도를 닦는 행위와 같다. 회사에선 튀는 순간 나의 평판과 인간관계와 심지어는 월급까지도 단두대에 오르므로. , 그렇다한들 별 수 있겠는가? 관종도 먹고는 살아야 하는걸. 그래서 나 역시 회사에 들어왔다. 그것도 세상 보수적인 공기업 조직에 말이다.






어느새 이 조직에서 밥벌이를 한지도 2년이 다 돼간다. 조직에는 다양한 사람이 많으니 매일같이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그런 것들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이따금씩 떠오르는 생각은, '이렇게 1,2년 지나다보면 어느새 10년차, 20년차가 되겠지. 그리고 눈 감았다 뜨면 퇴직이겠다'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면 나는 관종과 회사원 사이에서 역할갈등을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아, 나 이렇게 회사만 30년 다니다 말긴 싫어!"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인생의 반 이상을 일을 하며 보내야 한다. 헌데 회사만 주구장창 다니느라 나를 잃어버리면 얼마나 슬프겠는가?


아직 사회초년생이라 세상물정을 몰라서 그런 건지, 열정부자라 그런 건지 직장을 다니면서도 나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번뇌한다. 어떻게 하면 회사를 재밌게 다닐 수 있을까? 쳇바퀴 같은 하루하루가 쌓이면 성장할 수는 있는 걸까? 100세 시대라는데 한 회사만 주구장창 다녀야 할까? 따위의 잡스러운 고민들.



앞으로 이 매거진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따금씩 떠오르는 번뇌들, 대한민국 직장인으로 살면서 느끼는 일상적인 감정, 그리고 그로 인해 성장해가는 내 모습을 연재하고자 한다. 유유자적 물에 떠 있는 백조가 사실 물 속에서는 쉼없이 발을 구르듯, "직장인이란 틀 속에서 나를 잃지 않으려 몸부림 치는 어느 사회초년생의 이야기"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겠다.


이 매거진을 연재하며 스스로의 직장생활을 돌아볼 수 있길. 무의미한 직장생활이 아닌, 순간순간 특별함으로 반짝이는 나날들로 가꿔갈 수 있길. 타성에 젖어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면, 이 기록들을 통해 이토록 특별하고 싶어 애썼던 과거를 상기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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