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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사탕 Jun 28. 2023

[직장인 솜사탕] 경력 11년 차 온몸이 망가졌다.

 퇴사라는 문 앞에 서성이는 횟수가 많아졌다.

횟수만 많아질 뿐 현실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했다.


주변을 빙빙 돌고 상상의 나라를 통해 잠시 다녀오기도 했지만 현실이라는 문턱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아도 너무 높았다.


매월 나가는 대출금은?

매월 보험료는?

공과금에 핸드폰 요금은?

그 외 고정지출과 고정 적금은?

생활비는 어떻게?


이 물음에 난 어떻게 되겠지라는 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당장 급한 불 끈다며 퇴직금을 조금씩  조금씩 쓰겠지만 그다음은? 불안감은 어떻게 해결할지 답을 정하지 못해 퇴사를 못 하고 있다.


용기가 없다

자신이 없다.

두렵다.


퇴사하는 날 두고

 ”어떻게 살려고 그냥 다녀 다 그렇지 회사 재미있어서 다니는 사람이 있나? “라는 말에

 ”저 퇴사하고 다른 거 하려고요 “

라고 말할 것도 딱히 없고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퇴사하는 날 두고 이런저런 걱정할 사람들 말에 못 들는척하며 뒤돌아 설 자신도 없다.


퇴사와 힘겨루기를 하는 건 월급뿐인데

월급의 보이지 않는 힘이 퇴사문을 조금이라도 열리지 못하게 버티고 있어 좀처럼 쉽게 열리지 않아 포기하게 된다.


안다.

퇴사한다고 한들 달라질 게  없다는 걸


하지만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몸은 점점 망가지고 있다. 경력의 무게와 그동안 참고 버티며 고통의 무뎌짐으로 쌓아온 아픔들이 더 이상 못 참겠다고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는 순간 내 몸하나 지키지 못한다면 내 몸하나는 지키자라는 생각으로 뒤 돌아보지 않고 나오고 싶은데 줄에 걸려 넘어진 것처럼 상처만 치료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상처만 치료했을 뿐인데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그냥 있지머라며 애써 위로한다.


과연 난 어디에 서 있는 걸까?

과연 난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걸까?

내가 꿈꾸는 미래는 어디일까?


끝도 없는 질문에 끝없는 답을 찾고 있다.

사춘기보다 더 내 삶에 있어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금 내 나이 30대 이 나이의 무게라고 생각하지만 버티기 힘들다 지금 이 언덕을 어떻게 넘는지에 따라 언덕너머 보이는 세상이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언덕 너머 예쁜 꽃과 나비가 있을지

언덕아래 또 다른 언덕이 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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