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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송원 Mar 27. 2022

두 다리만 있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어

내가 백패킹을 시작한 이유

차박에 흥미를 가지고 캠핑을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나이 서른 먹고도 운전면허 하나 없던 나는 남편이 없으면 좋아하는 캠핑을 갈 수가 없었다. 면허를 따지 않은 이유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과거 방송작가 시절 늦은 시간까지 방송을 하고 운전까지 할 자신이 없었고, 그 이후 어릴 때부터 줄곧 서울에 살았던 나는 굳이 면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

비루하게 운전을 못하는 나에게 유튜브 알고리즘이 소개해준 유튜버는 빅바디님과 리랑님이었다. 빅바디님의 경우 서울, 경기에 위치한 캠핑장을 대중교통으로 다니는 유튜버이고 리랑님은 캠핑장뿐 아니라 산과 바다 드넓게 돌아다니는 유튜버이다.

나보다 훨씬 여리여리한 몸으로 15kg가 훌쩍 넘는 배낭을 메고 캠핑을 다니는 모습을 보니 존경스럽기도 하고, 나도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그래, 대한민국만큼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나라가 또 어디 있겠어! 신용카드 하나만 있으면 지하철, 버스 모두 환승으로 저렴하게 서울, 경기 전 지역을 돌아다닐 수 있고 기차, 시외버스가 있다면 전국 팔도를 손쉽게 돌아다닐 수 있는데! (나도 남편없이 어디든 놀러다닐 수 있어!!)


마음은 이미 백패킹을 시작하고도 남았으나, 마음과 달리 시작은 조금 망설여졌다.


내가 백패킹을 망설인 이유


1. 이중 지출에 대한 부담감

백패킹이라 하면 배낭에 캠핑용품을 넣고 다니는 걸 의미하는데, 그럼 남편과 함께 하는 오토캠핑과 확연히 용품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작아야 하고, 가벼워야 하고, 성량은 오토캠핑만큼 좋아야 한다.

예를 들어 침낭의 경우 오토캠핑의 경우 집에 있는 솜이불을 가지고 가 덮어도 무관하고, 많은 캠퍼들이 캠핑장에서 사용하시는 이마트 국민이불과 같은 저렴하지만 부피가 큰 이불들을 가지고 가도 괜찮다.

그런데 백패킹을 간다고 하면 작게 가방에 넣어 갈 수 있는 이불이어야 하고, 겨울에는 오토캠핑처럼 난방기구를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성량도 좋아야 할 것이다.

내가 혼자 솔로 캠핑을 일년에 얼마나 나갈 수 있을까? 남편은 함께 가지 않을 백패킹인데, 오롯하게 나 혼자 쓰는 장비들인데 사도 괜찮을까?


2. 비용

백패킹 장비를 검색해보니 작고, 가벼울 수록 너무 비쌌다! 침낭만 해도 천조각도 더 안들고, 안에 들어가는 솜도 훨씬 적을 건데 왜 더 비싼 거지? 지금이야 비싼 장비들은 비싼 값을 한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엔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3. 여자 혼자 가도 괜찮을까?

한국은 그래도 치안이 좋은 편이라곤 하지만, 혼자 캠핑을 간다는 게 사실 조금 두려웠다.

아무리 캠핑장이 CCTV도 되어 있고, 캠지기분들이 정기적으로 돌아다니며 관리를 한다고 하지만

혼자 펜션이나 호텔로 여행가는 것과 달리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공간이 천으로 된 텐트라는 생각에 조금 무섭더라. 낮에 놀때는 걱정이 전혀 되지 않았지만 잘 때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안해보면 이 모든 걱정이 그저 고민으로만 끝나게 되기 때문에 아쉬웠다.

남편 없이 아무 곳도 못가는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아 일단 도전이라도 해보자 생각했다.

우선 나에게 맞는 캠핑 방식인지 충분히 경험을 해본 뒤 장비를 사야겠다 생각했다.

다행히 백패킹 용품을 저렴한 비용에 빌려주는 곳들이 꽤나 많았다.

내가 이용했던 업체는 '디데이아웃'이라는 업체였고, 내가 갈 캠핑장의 특징과 입실일을 선택하면 입실일 전날 캠핑장 특징에 맞는 추천용품을 집 앞으로 배송해준다.

반납도 집 앞에 받은 박스에만 곱게 넣으면 끝! (세상 참 좋다)


용품도 해결이 되었겠다 이제 두 다리로 갈 수 있는 캠핑장만 찾으면 된다

내가 찾고자 하는 캠핑장의 조건은 딱 3가지였다.

1)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곳

2) 사이트 간격이 넓은 곳

3) 뷰가 괜찮은 곳


이 세가지 조건이 딱 적합한 캠핑장이면서 '자리가 있는 캠핑장'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대중교통이 가능하면서도 사이트도 적당한 간격이 있으면, 도로 바로 앞이라 차 다니는 소리와 함께 캠핑을 즐겨야 하고

세가지 조건이 다 적절하게 맞으면 주말만 이용은 불가했다. (금-일 모두 예약해야지만 이용 가능)

첫 솔로 캠핑을 2박 3일로 하기엔 약간 부담되어 여러 지역을 서칭 또 서칭을 했다.

그리고 신중하게 고른 뒤 떠난 캠핑장

만약 차로 갔다면 집에서 1시간 10분이면 도착할 가까운 곳이었지만 대중교통으로 가다보니 3시간 남짓 걸렸다


그래도 뭐 어때!

가는 길 조차 나에게 즐거운 여행의 일부일 뿐이었고

도착한 뒤 난생처음 한 백패킹 텐트 피칭도 그저 즐거운 경험이었다


혼자 간 캠핑은 생각보다 고독이었다.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 당연히 말을 할 필요도 없고,

그냥 내가 먹고 싶었던 음식을 해먹고,

불 장난도 해보고 술 한잔 기울이다가 잠이 드는 것. 그게 다였다.


할일은 그리 없었지만

잠들기 전까지 멍하니 바라보는 캠핑장 풍경,

아침 햇살 바라보며 커피 한 잔과 가져온 책을 읽으며 느끼는 여유가 그저 좋았다.


결혼을 하고 보니 부모님과 살때보다 오히려 더 혼자만의 시간이 없었다.

어쩌면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떠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홀로 즐기는 소독의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회사에서는 회사 사람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일을 하고 집에서는 남편과의 끊임없이 대화를 하다보니

혼자 말을 하지 않고 오롯하게 쉬는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이 들때까지 계속해서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나 혼자만, 내가 하고 싶은 것 오로지 다 즐기며 남 눈치 보지 않는 날이 필요했나보다.


늘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이런 시간이 더 소중한 거겠지.

나는 앞으로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느껴질 때

익숙함에서 벗어나 어색함이 필요할때

상대의 소중함이 느껴지지 않고 당연하게 여겨 욕심을 부릴 때

그럴때 나는 종종 떠나보려 한다.

두 발로 걸으며, 때로는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떠나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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