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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구나 Sep 26. 2019

엄마와 자식

정원이는 내가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밥을 먹을수도, 기저귀를 갈 수도 없다. 혼자 놀 수 없고 혼자 앉을 수 없다. 나는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에 감복하다가도, 언제까지 이 자세를 견지해야하는지 고민한다.


엄마는 일주일에 두 번 집에 들른다. 젖병 세척을 돕고, 음식을 만든다. 내가 미처 청소하지 못한 곳을 찾아 걸레질하고, 오랫동안 방치해둔 냉장고 속 음식들을 버린다. 나는 그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파에 벌러덩 누워 있는다. 정원이와 함께 달콤한 낮잠을 잔다.


일주일 전 서른세살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엄마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존재다. 내게 있는 기력을 모두 짜모은다 해도 엄마만큼 청소와 요리를 잘해낼 자신이 없다. 그래놓고 엄마가 내게 아주 적은 중량의 잔소리라도 하려는 기색이 보이면 나는 싫은 내색을 한다. 서른 세살이나 먹은 내가 아직도 엄마 잔소리를 들어야하냐는 늬앙스를 풍기며 대꾸 하지 않는다. 마치 엄마가 도와주지 않아도 혼자 모두 잘 해낼 수 있다는 듯이.


일주일에 두 번 내어주는 엄마의 시간은 속절 없이 빠르게 지나가고, 그녀가 떠나면 나는 다시 딸에서 엄마가 된다. 한창 뒤집기를 하는 정원이 옆에 찰싹 붙어, 되뒤집기를 해주고 벗겨진 양말과 바지춤을 치켜 올려준다.


정원이는 최소한 20년의 시간을 내 곁에서 보낼 것이다. 그동안 나는 그가 걷는 것을 돕고, 꽃과 나무의 이름을 외는 것, 친구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것, 혼자 버스 타는 것 등을 도울 것이다. 절대적인 존재로 정원이 곁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거기까지다. 문득 가슴에 그리움이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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