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부터 준비한 기획재정부 주관 데이콘(DACON) <재정데이터 시각화 경진대회>에서 최고상인 최우수상과 상금 400만 원을 받았다. 군대에서 준비하면서 애로사항도 많았지만 고생한 보람이 있는 결과였다.
태블로(Tableau)라는 BI 시각화 툴을 기반으로 열린재정데이터를 활용하여 다양한 사용자들이 재정데이터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대시보드를 디자인하는 대회였다. 태블로는 벌써 2년 넘게 사용해온 툴이다. 2019년 7월 빅데이터 연합동아리 'BOAZ' 데이터시각화 부문에 처음 입문하면서 태블로 이를 활용하여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 왔고, 그것에서 비롯된 많은 기회를 얻었다.
이번 대회도 그 기회의 연장선상이었다. 군대에서 경력을 쌓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할 무렵, 마침 친구에게서 같이 대회를 나가보는 게 어떻겠냐는 연락이 왔다. 군대에서 외부 공모전을 준비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일과 시간에는 연락도 안 되고 컴퓨터 사용이 자유롭지도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만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참가하기로 했다.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으로 일도 하는데 공모전 준비도 못해볼 게 뭔가!
제의해준 친구가 다른 팀원 2명도 데리고 왔는데 문제는 우리는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비대면이라고 하더라도 얼굴은 알고 진행하는 게 수월할 것 같아 타이밍을 맞춰 8월에 휴가를 나가 팀원들과 미팅을 한 번 했다. 디자인 방향과 플랜을 정립하고 역할 분담을 했다. 이것이 마지막 대면 미팅이었다.
"혹시 데이터를 구할 수 있을까요?"
부대로 복귀하고 나서 3주 동안 점심시간, 개인정비 시간, 연등(밤에 공부 목적으로 사이버지식정보방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이용해서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Colab을 이용해서 데이터 전처리를 하고 PPT로 대시보드 디자인하고 태블로로 구현했다.
원하는 데이터가 없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판뉴딜위원회, 온라인청년센터,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전화로 문의를 하며 원하는 데이터를 구해보기도 했다.공모전을 몇 번 나가봤지만 전화로 데이터를 구하기는 처음이었다. 걱정과는 다르게 대부분 친절하게 응대해주었다.
물론, 대부분의 데이터는 얻지 못했다. 몇몇은 다른 데이터로 대체했지만, 다행히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수출입동향 데이터를 구해 원하는 대시보드를 만들 수 있었다.
한국판뉴딜, 수출입동향 데이터로 만든 대시보드
군대에서 사회와 협업하는 방법
팀원과 소통을 할 때는 대표적인 협업 툴인 노션(Notion)과 슬랙(Slack)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노션에서 준비한 내용과 계획을 공유하고 슬랙에서 자료 공유와 채팅을 했다. 일과 시간에 약속을 잡고 밤에 슬랙 채널에서 만나 회의를 하는 식이었다. 싸지방에는 시간제한이 있어 짧게 회의를 해야 했기 때문에 알차게 진행됐다. 핵심만 오가는 대화는 정말 효율적이었다.
각자 만든 대시보드를 통합하고 디자인을 통일시키는 작업은 내가 맡았다. 마지막 날 제출 직전까지 수정을 거듭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설명 텍스트 작업은 팀원들에게 맡겼는데 모두가 접속해 있으면서 한 작업에 몰두하니 마치 한 공간에서 일을 하는 기분이었다.
후회 없을 만큼 고생했다. 재정데이터 공부, 원하는 데이터를 구하는 과정, 데이콘 출전 및 수상 경험, 비대면 업무 환경 조성. 정말 많은 것을 얻은 대회였다. 게다가 데이콘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이런 글도 당당하게 쓸 수 있게 됐다.
떨어지더라도 일단 해보자!
군대에서 공모전을 많이 나갔다. 부대 공모전을 참가하여 사단장상과 여단장상을 받으면서 일병 때 진작 포상휴가를 다 채웠고, 그 뒤로는 외부 공모전을 준비했다. 데이터 시각화 공모전에서 하나는 은상, 그리고 이 대회에서 대상을 탔다. 군대에서 경력으로 얻은 것만 이 정도다. 이제 기회가 생기면 도전할 줄 아는 용기가 생겼다.
내가 일단 도전하고 보게 된 데는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있다. 고등학교 때 학교로 '도전 골든벨' 촬영을 온다고 했을 때다. 나는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다. 일생에 몇 없는 기회 아닌가! 하지만 별다른 특징도 없는 평범한 학생인 나를 뽑을 이유가 있을까 싶어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결정적인 순간에 주저하지 말라고 하셨다. 떨어지더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그때는 그냥 떨어지고 마음 상하는 게 싫어서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도전하지 않으면 일말의 기회조차 붙잡을 수 없다. 두고두고 후회가 남는다. 역시, 어머니 말이 맞았다.
군대에서 준비한 데이콘 대회-그것도 재정기획부 대회-에서최우수상을 탈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일단 도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능력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좋아하는 것에 몰두하고 집중하는 자세는 가능성을 높인다. 환경 탓을 하지 않고 환경을 극복할 줄 아는 태도는 성공으로 이끈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