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둘째주
#1.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는 것이 일종의 자랑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가쉽거리에 낄낄되는 사람들과 나는 달라, 라며 이치에 통달한 불혹의 노인인 것처럼. 트렌드에 뒤쳐졌다는 말이 괜히 트렌드에 따라가지 않는 사람같아 괜스레 고취되기도 했다. 홍대병과 다를 바가 없는 거지.
그러니까 극단적인 정치 커뮤니티에 상주하고, 단톡방에 찌라시를 뿌리고, 여기저기 이슈를 견인하는 렉카들을 추종하는 그네들과 같은 무리로 엮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미약한 혐오감이 들곤 했으니. 저게 저들의 삶의 목표인가? 뭐 나는 얼마나 대단한 삶의 목표를 가졌다고 말이다.
"그런 사람들"의 큰 부류에 정치인이 속한 게 아니겠는가. 그리고 세상은 어찌됐든 관심이 있는 자들이 바꾸어나가는 게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정치인에게는 생기지 않는 그 감정이 생겨났던 원흉은 그들이 타인을 비방하는 데에서 희열을 느낀다고 이미지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최근에 들었던 이야기처럼 세상은 모두 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고 그런 무리는 실존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2.
그렇지만 세상과 연을 끊는 것이 세상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알 것 같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같은 마인드로는 도무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것도. 사실은 그 똥을 치울 자신이 없는 거면서 말이지.
어찌 됐든 이 지구라는 행성의,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반도에 나고 자라 거주하기로 마음 먹은 이상, 그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망하든 흥하든 이곳에서 살기야 살테니까. 이민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만. 일단은 말이다. 내 나라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나라 망했네"라고 말할 때 최소한의 근거를 가지고 말할 수 있지 않겠나.
#3.
사실 지금도 뭐, 빠삭하지는 않다.
뉴스 정치 세션의 현란한 댓글들을 보고 있자면 연예면의 댓글이 없어지게 참 잘 된 일이지, 하는 생각도 여전히 든다. 그 댓글들도 사회참여라고 보아야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이 나라와 이 나라의 사람들에 조금 더 애정을 붙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