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둘째주
#1.
퇴사한다고 말하는 일은 헤어짐을 고하는 것과 비슷하다. 시도하기도 전에 이미 해야할 말은 정해져있다는 점에서, 그럼에도 상대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떼기까지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특히나 고용주와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 왔을 경우 그 부담감은 배가 되는데, 배신을 하는 느낌이라 그 말을 꺼내기가 힘들다. 지금은 이직 시즌. 아마 사장님도 나의 퇴사를 눈치채신 것 같은 기류다.
점심을 먹을 때 슬쩍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결정했다면 후임자를 구할 수 있게 빨리 말해달라는 분위기.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오늘이 바로 퇴사 선언을 할 적기다.
#2.
다행히 직무 자체가 근속을 요하지 않으며 6개월을 채우면 '오, 오래 일하셨네요'라고 말하는 직종이다. 언제 떠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뜻이지만 헤어짐을 말하는 일은 언제나 힘들다.
문을 똑똑 두드리고, '시간 괜찮으세요?'라고 말할 때 이미 상대도 나의 패를 알고 있다.
괜히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한다. 무엇이 죄송한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만은 진심이다.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의 기대에 충족하지 못한 것이 미안한 것일까. "아닙니다. 선생님도 선생님 인생 사셔야죠."라는 다소 건조한 말이 차라리 위로가 된다. 일은 저질러졌다. 이제 문제는 퇴사까지 남은 한달여의 시간동안 나의 말의 무게를 책임지는 일이다.
그러니까 이건 전남친, 혹은 전여친과 같이 일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회적 가면을 쓰고 하하호호하고 있지만 이미 신뢰관계는 파탄난 상황. 개인적 감정을 끌고 오지 않을 정도의 사회성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은 어찌저찌 굴러가지만 이전만큼 진심어린 교류를 하기란 어렵다. 일단 오늘은 적어도 얼굴을 못 마주치겠다. 잘못을 했나? 잘못을 하지는 않았다. 죄를 지었나? 죄를 짓지는 않았다. 다만 도의적으로 뭔가 죄송해야할 것만 같은 느낌.
#3.
시원하게 말을 뱉어버리고 나니 막혔던 것이 뚫린 듯하다. 끙끙 앓던 이가 시원하게 빠져버렸다. 마음이 불편한 것은 잠시다. 할 말은 빨리 하는 것이 좋고, 할 일은 빨리 하는 것이 좋다. 항상 그랬다. 고민하던 시간은 빠르게 흘려내버리고 일단 저질러버리면 뭐든 변화가 생긴다.
어차피 일어날 변화, 빨리 일어나는 것이 다가오는 뉴-노말에 대비할 시간이 늘어난다. 퇴사의 경우에는, 고용주는 후임을 찾을 시간적 여유가 늘어나는 것이고 퇴사자는 퇴사 이후를 대비할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