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째주
#1.
편지를 하나 받았다. 작은 선물과, 밥 한끼 하자는 귀여운 추신과 함께.
이 깜찍한 서프라이즈에 입가에 미소를 건 채로 편지를 열다가 그대로 얼어버렸다.
'나는 그동안 많이 상처받고, 서운하고, 힘들었어. 너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 부분을 읽자마자 뇌의 가동이 멈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의도하지 않은 건 둘째치고 인식하지도 못했다.
우리, 사이 좋지 않았던가...?
#2.
편지의 주인은 계속 힘들었다고 했다. 어쩌면 자신이 나에게 건 기대가 너무 컸을지도, 아니면 애정의 크기가 너무 컸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이제는 애정을 조금 덜어내보겠다고. 작동을 중지한 뇌가 돌아가고 심장이 덜컹했다. 이거, 뭔가 단단히 잘못됐는데.
이별 통보를 받고 이유는 설명받지 못한 옛 연인처럼 하나씩 역순으로 되짚어본다. 어느 부분이 문제였으려나. 꽤 눈치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생각했다. 하지만 관계에 있어서는 그러지 못했나 보다. 어쩌면 이 인식하지도 못한 무심함이 더 상처가 되었을까.
#3.
서운하다는 건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경멸을 하지. 서운하다는 그런 말랑한 말 따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운하다는 말을 하는 것도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질투한다는 말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개 너의 행동에 감정적으로 동요하고 있다는, 약점을 드러내는 것만 같아서. 연인에게도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것이 바로 서운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너무너무 서운한데 상대가 그걸 알지도 못하는 것 같을 때, 서운한은 심통이 되어 행동으로 드러난다. 너도 나로 인해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러고보니 그런 행동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시점을 돌이켜생각해보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