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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 percent Dec 09. 2023

환자를 미워하지 말지어다

뭐든 하는 응급실 인턴 -1

환자를 미워하는 일이 쉬울까 싶다가도

고생고생해서 넣어놓은 엘튜브(비위관)을 한 환자가 뽑고 뽑고 또 뽑으면 인턴도 사람인지라 화가 난다.


심지어 pr(신체보호대)를 해놓은 상태인데도!


엘튜브는 당하는 환자입장에서도 무척 고통스러운 술기이다. 그래서 넣을 때마다 환자들의 원망어린 눈초리를 받게 된다.

"차라리 나를 죽여라!!"며 소리를 지르시는 분은 양반이고, 인턴에게 "죽어!! XX 죽어!!"라며 쌍욕을 하시는 분들은 다반사이다.

좀 섬뜩했던 때도 있었는데, 내 명찰을 보시고는 "ooo? 내가 너 저주할거야.."라고 읊조리시던 분..

 

저도... 환자분을 고통스럽게 하고 싶지 않아요..

뽑지 말아주세요..


응급실은 온갖 군데에서 술 취한 환자들이 많이 오는 곳으로 자욱한 알코올 냄새가 나는 그분들을 응대하다보면 쉽게 지치게 된다. 특히 새벽에, 특히 드레싱을 하는데 때리려고 할 때.


그러다보니 쉽지 않아보이는 환자를 미워하는 일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의 제목을 다시 읽어보자. 미워도 다시 한 번.

아니 미워하지 말자.

병적인 상태인 환자들이 하는 행동에 지나친 이입을 해서는 안된다.


바로 오늘 내 이름을 보며 저주를 퍼붓던 그 환자가 미안해요..라고 기운없이 말하는 모습을 보자니 미워하는 마음을 가졌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할 일은 해야하니, 이왕이면 분노에 차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지 않을지.


그래도, 그래도..

너무나 대하기 힘든 분들은

제발 빨리 쾌차하셔서 퇴원하기를 바라는 건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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