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Y percent
Feb 15. 2024
환자의 기억에 남는다는 것
호스피스 인턴, 다시 초심으로
졸업한 학교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오늘 환자의 보호자분이 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하시던 중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며 내 이름을 꺼내셨다는 이야기였다.
메일에 첨부된 강의영상을 재생하자
3월달 호스피스 때의 기억이 똑똑히 되살아났다.
보호자분이 정말 감사했다며 말하시던 나의 첫 달은 거리감이라고는 전혀 모르던 시절이었다.
처음 마주하는 환자, 그리고 그 분들에게 처음으로 할 수 있는 의미있는 무언가.
그 마음에 들떠서 나는 드레싱을 하러 들어갈 때마다 방싯방싯 웃으며 환자분들의 손을 덥석 잡았더랬다.
너무 무례했나하는 걱정과 초보티가 나는 건 아닐까하는 우려에 달이 지날 때마다 조금씩 거리감을 익히기 시작했다.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정도는 괜찮나, 식사 물어보는 건 좀 그런가?
그렇게 다가온 마지막 달.
나는 나에게 인계를 해주던 능숙하지만 어딘가 영혼없었던 선배 인턴쌤과 꼭 닮아버렸다.
환자에게 사망선고를 하고 화장실에 들어가 눈물이 나올까 천장을 쳐다보던 3월달의 인턴은
어디로 갔을까.
숨어있던 그 인턴은 오늘 그 영상을 보며
불쑥 튀어나왔다.
억눌려있던 감성이 단단한 철피를 비집고 나오려한다.
환자와 보호자는 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작은 말과 행동을 기억한다.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는데..
혹시 나는 전문성이라는 말에 홀려 정말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모르는 게 많았지만 그래서 더 용감했던 초심을 돌이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