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 percent Feb 09. 2024

헬기로 환자를 데리러 가다

피 튀기는 외상외과 인턴-1

이곳은 권역외상센터.


경기도의 모든 크게 다친 환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환자들이 많이 모이는 만큼 인턴 업무의 난이도도 어마어마하기로 유명한데,

그 명성만큼이나 정신없는 나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


외상외과 사내 메신저에

"헬기타고 데리러 갑니다."라는 말이 올라왔다.


헬기에서 내린 환자분을 응급실까지 같이 데리고 온 적은 있어도,

헬기를 타고  같이 간다고?


이게 그 유명한 닥터헬기인걸까.

(결론적으로 닥터헬기와는 다른 헬기였다)

얼마나 급한 환자길래 의료진이 헬기를 타고 현장으로 바로 가야하는건가 싶었다.


"혹시 인턴도,. 동승이.. 가능할까요?"를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옷 입고와라!라는 호탕한 교수님의 말씀에

후다닥 올라가서 따수운 외상외과 점퍼를 입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올라간 헬기장.


헬기는 늘 그렇듯 굉음과 엄청난 바람과 함께 헬기장에 착륙했다.


궁금해서 따라 타기야 했지만 그래도 걸리적 거리지 않고 1인분은 해야했기에

초음파 장비가 떨어지지 않도록 손에 힘을 꽉주고 쥐고 있었다.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선생님들과 교수님과 함께 헬기로 뛰어들어갔다.


들어간 헬기는 생각보다 넓기도 생각보다 좁기도 했다.

완전무장한 12명이 탈수 있다고 하던데.. 정말 12명이 타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빠르게 움직이는 풍경이 신기하고 헬기 소리가 커서 교수님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헬기 내 구조는 이렇게 생겼다.

병원의 인프라 정도는 되지 않지만 환자의 바이탈을 보고 초음파를 확인한 뒤

응급처치 정도는 가능한 시설이 있었다.


현장에 도착해서 환자를 헬기에 싣고 헬기 안에서 챙겨온 장비로 복부 초음파를 보는 것은 드라마 속 한장면 같았다.


나와 농담따먹기를 하던 그 교수님 같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그 환자는 나무에서 떨어져서 하지 감각이 아예 없었던 분으로, 병원에 도착해서 영상을 찍어보니

척추가 완전히 손상되어있었다.


다행히 초음파상 복부 손상은 크지 않아 오자마자 응급 수술을 할 필요는 없었다만

응급 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환자라면 헬기 안에서 하는 이 처치가 엄청난 시간절약이 될 터였다.


새삼 환자에게 제대로 된 좋은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좋은 인프라와 시설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헬기가 출동하고 의료진이 헬기를 타고 환자를 데리러 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지

헬기의 굉음에 멍멍해져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귀로 한참을 생각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호자님께, 인턴드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