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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강 Dec 05. 2023

4년 만에 본 한국이 이상하다.(2)

이상함?, 의아함?, 안타까움?, 불편함...

장거리 비행이 무리가 되었던지 한국 도착하자마자 왼쪽 어금니가 아프기 시작했다. 3주 전 왼쪽 아래 어금니 하나를 신경치료 후 크라운을 씌웠는데 이번에는 위쪽 어금니였다. 한 달 일정은 치과 치료를 하기엔 조금 짧다. 하지만 당장 고통을 주는 치통은 해결하고 볼 일이었다.

그렇게 찾아간 치과.

해외 거주자라 의료보험이 없다는 이야기와 대략적 비용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000님, 이쪽으로 들어오실게요."

???????........

"들어오세요, ", "들어오실래요?"도 아니고 "들어오실게요."란다.

어?, 이거 무슨 어법이지?, "들어오실게요."라니, 처음 듣는 어법이었다.

명령형, 의문형, 청유형도 아니고 서술형인가?

의아해하면서 치과 직원들이 말하는 것을 유심히 들어보니 모든 어법이 그렇게 바뀌어있었다.

"들어오실게요"는 "들어오게 해 드릴게요"의, "계산하실게요"는 "계산하게 해 들릴게요"의 준말인 것인가?


왜 그렇게 바뀐 것일까?

이런 어투는 불과 4년 전에는 알아채지 못한 것이었다.

"하세요", 또는 "해주세요"에 익숙한 나는 "하실게요"라는 어투가 낯설다. 그러면서 언어란 우리의 현재적 삶을 반영하며 변화하는 실체라는 점에서 그 무엇이 이런 어투를 선택하게 했는지 궁금해졌다.




종로타워로 대학동창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수원 동생집이 베이스캠프였던지라 서울 나들이는 무조건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어있었다. 북수원에서 서초역까지 직행버스를 타더라고 그곳에서부터는 무조건 지하철이었다. 

그러면서 관찰한 지하철 내 풍경....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거의 모든 젊은 여성들이 운동화나 스니커즈 같은 플랫 슈즈를 신고 있다는 거다. 하이힐은 말할 것도 없고 4-5센티미터의 구두도 눈에 잘 뜨이지 않았다. 젊은이들이 하이힐에서 내려오다니!!!

옛날의 금강제화나 에스콰이어 같은 구두 회사는 대략 망했거나 망해가고 있을 것 같았다. 

허리 통증으로 어지간해서는 굽 있는 구두를 신지 않는 내가 보기에 한국의 젊은이들은 하이힐의 폐해로부터 일찌감치 벗어난듯싶었다. 그것이 비록 유행이라 할지라도 그런 유행은 반갑다. 지나치게 강조되는 잘록한 허리나 날씬한 종아리 보다 활동하기 좋은 굽 없는 신발로 바꿔 신은 젊은이들의 선택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상했다. 

앞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와 몇 사람 건너 앉아있는 대학생처럼 보이는 젊은이의 얼굴이 비슷하게 생겼다. 

결례인 줄 알면서도 다른 곳을 보는 척 두리번거리다 몇 번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얼굴이 비슷했다. 쌍꺼풀진 큼지막한 눈, 지나치게 오뚝한 코, 그리고 불균형적으로 작고 뾰족한 턱, 두 사람이 왜 그렇게 비슷하게 생겼는지 살펴보니 그런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어서였다.

아니, 무엇보다 그들의 얼굴은 너무 부자연스러웠다.

그리고 그녀들의 그런 외모는 지하철 내 성형외과 광고판에 있는 그래픽 같은 모델의 모습과도 유사했다.


나는 성형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 절실히 필요하면 할 수도 있다. 그런 절실함을 어느 누가 비난하겠나.

다만 외과적 수술의 의료적 위험과 엄청난 비용을 생각할 때 그날 내가 발견한 '보통 사람들의 만연된 성형'은 걱정스러웠다. 

왜 그렇게 자신을 세상의 미적 기준에 뜯어 맞추려고 하는 것일까?.....

마침, 내 앞의 또 다른 젊은 커플에게 눈길이 갔다. 성형하지 않은 소박한 얼굴, 그 얼굴에 깃든 사랑스러운 둘의 미소, 내 눈에는 그들이 더없이 자연스럽고 어여뻐 보였다.




동생집 근처의 작은 핫도그 가게. 

우연히 한번 사 먹어 보고는 앗, 이건 어릴 적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사 먹던 바로 그 핫도그!!! 맛인 것을 알았다. 프랜차이즈로 부산지방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풍문에 나는 내 미각적 기억에 흐뭇해했었다.

이를테면 그 핫도그는 한국 방문 시 손쉽게 내 소년기를 소환할 수 있는 대표적 소울 푸드였다.


그런데 그 핫도그 가게가 문을 닫았다. 그 끔찍한 코로나 사태에도 버텼다는데 올해 끝내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그럼 나는 그 핫도그를 어디서 사 먹어야 한단말인가??? 

이름만큼이나 '명랑'함을 주던 그 핫도그를 먹을 수가 없어서 나는 정말 슬펐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나는 끝내 그 핫도그를 맛볼 수 없었다.


그러면서 눈여겨 들여다보니 지하철 안 벽면을 꽉 채우던 광고판도 숭숭 비어있었다. 

아마추어 정치가들에게 나라 살림을 맡긴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는 것일까?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졌었다.


친절하게 핫도그를 구워주던 그 주인 부부는 어디로 가셨을까?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시선을 잡아끌던 사업체들은 더 이상 광고할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업체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일까?

한창 일할 시간대에 동네 산책로를 열심히 걷고 있는 5-60대의 장년층들은 일자리가 없어서인 건 아닐까?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요즈음, 여행 중 보게 되는 모습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민자인 나는 연어의 회귀처럼 이따금씩 고향 한국으로의 회귀를 하지 않으면 마음에 구멍이 뚫린다.

그 구멍이 커져 바람이 스산하게 가슴속을 휘젖기 전에 한국의 하늘을, 땅을,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가끔 찾아가는 고향의 하늘과 땅이, 그리고 사람들이 웃고 활기차면 찾아간 내 마음도 그렇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맥이 빠지고 마음이 아프다.

이번 한국 여행에서 나는 많이 안타깝고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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