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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여행 교통수단, 마슈르카

알쓸신잡, 조지아

by 포그니pogni


오, 벤츠 차량이
대중교통이라고?


과거 구소련 지역에 속했던 동유럽 혹은 중앙아시아 국가를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벤츠 '스프린터' 승합차가 대중교통수단이란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조지아 역시 마찬가지로 구소련에 속했기에 마슈르카(Marshrutka)라고 불리는 벤츠 승합차량을 대중교통수단으로 많이 이용하는데요. 시내버스 모델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버스 상용차량을 사용하지만, 도시와 도시를 오가는 저렴한 시외버스 용도로 많이 이용됩니다.


조지아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은 마슈르카를 제외하면 택시 말고는 마땅한 대중교통수단이 거의 없는 편이고, 아무래도 저렴하기에 도시 이동 시 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마다 마슈르카 전용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요.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의 경우 북쪽 디두베(Didube), 동쪽 삼고리(Samgori) 터미널이 대표적입니다. 전자는 트레킹 여행의 핵심 카즈베기(Kazbegi) 이동 시, 후자는 사랑의 도시 시그나기(Sighnaghi) 이동 시에 방문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벤츠 스프린터 모델을 탄다고 해서 전혀 놀라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막상 탑승해 보면 무척 열악하단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죠.


카자흐스탄에서 탑승했던 마슈르카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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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에서 키르기스스탄 육로 여행 시에도 벤츠 스프린터를 타고 이동했다.


중앙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
대표 이동수단, 마슈르카


어떻게 저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저는 약 10년 전, 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1년 동안 생활을 하면서 이미 경험해 봤기 때문입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 역시 대표적인 구소련 지역이죠.


조지아와 마찬가지로 시내버스는 별도 상용차량으로 운행되고 있고, 도시 간 이동을 할 때 주로 마슈르카를 이용합니다. 역시 마슈르카가 모여 있는 터미널이 있는데요. 행선지를 말하고 선착순으로 탑승하면 끝입니다. 다만, 탑승객이 꽉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알마티에서 캅차가이(Kapchagay) 호수로 이동할 때, 마슈르카를 이용했었고요. 카자흐스탄에서 키르기스스탄 이식쿨 호수 일주 투어를 했을 때, 전용 마슈르카 차량을 탑승하고 이동했습니다.


어쨌든 중앙아시아나 조지아나 마슈르카의 공통점은 승차감이 매우 떨어지는데, 비포장도로도 많아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는 것이죠.



출발 시간이 정확했던
조지아 마슈르카


그래도 카자흐스탄 마슈르카와 달랐던 점은 출발 시간이 대체적으로 정확했다는 사실입니다. 위 사진과 같이 마슈르카 정류장에는 시간표가 나와 있습니다. 트빌리시에서 시그나기 당일치기 여행을 했을 때, 이용했는데요. 정확한 출발 시간 덕분에 여행 일정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차량에 인원이 가득 안 차도 출발하지만, 출발 예정 시각보다 먼저 만차더라도 시간표대로 출발합니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출발 시간 전에 웬만하면 가득 차더라고요. 늦어도 출발 시각 15분 전에는 정류장에 도착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내가 매우 좁은 편이고 자리에 따라 승차감 차이가 꽤 심하기에 웬만하면 출발 30분 전에 도착해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 경우에는 혼자 조지아 여행을 했는데, 조금만 늦었어도 매우 불편하게 이동했을 뻔했습니다.



그런데, 에어컨을 안 틀어준다?!


그런데, 여행 기간이었던 7월 말 조지아는 매우 더웠습니다. 트빌리시의 경우 최고 기온 37~38도까지 올라갔고, 쿠타이시는 42도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나마 시그나기는 고지대라 괜찮았지만, 그래도 30도는 훌쩍 넘어갔습니다.


시그나기 당일치기 여행을 마치고 트빌리시로 오후 4시 출발 차량을 탑승하고 왔는데요. 와, 그제야 에어컨을 안 틀어주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까 저가 사양이라서 그런 것인지 에어컨 나오는 구멍이 없더라고요...?! 심지어 운전석에서도 에어컨을 틀지 않았습니다.


트빌리시에서 출발할 때는 오전 시간이기도 했고, 날씨가 흐리고 시그나기에 가까워질수록 높은 고도 때문인지 생각보다 선선해서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렇게 더운데 15명 이상이 꽉 찬 실내 온도는 말하지 않아도 상상가시죠? 마슈르카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트빌리시까지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찜통 그 자체였습니다.



저렴한 조지아 여행 교통수단은 맞지만, 35도가 넘는 한여름에 갈 경우에는 제 경우와 같이 고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원래 여정에서 마슈르카를 한 번 더 이용하려고 했던 보르조미에서 트빌리시로 돌아오는 구간이 있었는데, 비싸더라도 바로 Go Trip 택시를 불러서 3시간 동안 이동했습니다.


물론 조지아 인들이 차량 에어컨 바람을 대체적으로 싫어하여 한국에서 택시를 탑승할 때처럼 엄청 시원하지는 않았습니다. 나만 더운가 싶을 정도로 더위를 잘 버티는 것 같았던 조지아 사람들이죠. 그런데, 한여름에는 조금 에어컨을 빵빵 틀어도 되지 않을까요?


현지인스럽게 최대한 여행하고 싶었는데, 무더위에 굴복했던 교통수단 마슈르카 탑승 이야기였습니다. 참, 캐리어를 끌고 탑승할 경우 추가 요금을 더 받을 수 있고요. 요금은 무조건 현금으로만 지불해야 하니 알고 있으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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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