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주타트레킹 #1, 시작부터 배가 부글부글

카즈베기(Kazbegi)

by 포그니pogni


내가 꿈꿨던 그리고 조지아 여행을 모든 분들이 꿈꾸는 순간, 주타 트레킹을 하는 날 아침이 찾아왔습니다. 날씨 어플에는 비가 내린다고 되어 있었는데, 다행히 하루 종일 맑았습니다.


주타 트레킹 코스는 보통 스테판츠민디와 주타까지 차량 시간까지 포함 왕복 8시간(초보자 동일) 정도의 소요시간을 계획하고「주타(Juta) 마을 입구 - 산장 피프스시즌(Fifth Season) - 차우키 호수(Chaukhi Lake)」의 순서로 다녀옵니다.




스테판츠민다 시내에서 마을 입구(정확히는 주타 마을 택시기사들이 돈벌이를 위해 외부 택시를 통제하는 구역)까지 택시로 약 30~40분 정도 소요되는데요.


왕복 택시비는 인당 100 GEL(50,000원)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저는 한국인 대상 전문 현지 기사님 택시를 탑승했는데요. 본래 혼자서 가는 조건이라 조금 비싸게 예약했는데, 다른 한국분들과 합승하는 조건으로 가격 할인을 받았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정규학생으로 현지 대학에 입학한 한국인 유학생 3명과 함께 합승했는데요. 이 친구들이 출발 시간보다 늦게 나와 사실 좀 화가 났었습니다.


아무튼 택시 하차구역까지 잘 도착했고요. 여기에서 주타마을 진짜 입구까지 추가로 인당 20 GEL(10,000원) 정도 추가됩니다.


사실 저는 초반 체력을 아끼려고 주타마을 택시를 탑승하려 했는데, 합승했던 친구들이 그냥 걸어간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저도 걸어갔습니다. (참고로 주타마을 택시는 4명이 모두 모여야 출발하는 시스템)


전날 먹었던 조지아 현지 음식 '오자후리'


그런데, 전화위복이 됐을까요? 난생처음 보는 마치 북유럽 피오르드 지형을 떠올리게 만드는 여름철 녹음 짙은 코카서스 산맥과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세찬 계곡물, 그리고 녹색 스케치북에 다른 색(色)을 더해주는 이름 모를 야생화까지 그야말로 그림 같은 풍경의 연속이었습니다.


도보 소요시간은 기사님이 약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해발 2,000m가 넘는 고지대에 적응하며 천천히 걸었기에 거의 40~50분 가까이 소요됐습니다. 일부러 일찍 트레킹을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큰일 났다! 속이......!


이런 낭만도 잠시, 배가 부글부글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럴 가능성을 고려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트레킹 시작부터 속이 거슬리더니 주타 마을까지 절반 정도 남았을 무렵부터는 속이 요동치기 시작했죠.


전날 먹었던 현지 음식인 오자후리 그리고 야식으로 먹었던 짜파게티 컵라면의 컬래버레이션이 원인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특히 오자후리는 기름에 감자와 고기, 양파를 매콤하게 익혀 먹는 음식이었는데요. 생전 처음 먹는 스타일의 기름기라 속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킨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돈 내고 입장할 수 있는 화장실이 하나 있었는데요.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문이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Ah... Shit......' 절로 욕이 나오는 상황이었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숙박시설과 식당을 동시에 운영하는 곳으로 들어갔는데요. 돈을 주고서라도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어 정중하게 사용 가능 여부를 물어봤는데요. 와, 거의 인종차별 비슷한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NO! GET OUT!


귀청 떨어지게 'NO'라고 외치는 현지 주인 할머니, 조지아 여행을 하며 좋은 인상이 대체적으로 많이 남았는데, 이런 Emergency 상황에서 이런 문전박대를 당하니 많이 당황스러웠죠.


그렇지만, 예상치 못한 큰 호통 때문인지 갑작스레 제 속이 조금 진정된 것 같기도 했는데요. 일단 방법이 없어 중간 목적지인 피프스시즌(Fifth Season) 산장에서 긴급상황을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트레킹 길에 올랐습니다.


6,000원짜리 코카콜라의 행복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주타 트레킹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바로 초반부였다는 사실. 피프스시즌까지 급경사가 계속 이어졌는데요. 등산스틱이 없이 오르기 힘들 정도로 경사가 상당했죠.


얼마나 지났을까요? 속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참기가 힘들어 진짜 등산로를 살짝 벗어나서 야외 배변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였는데요. 고통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순간, 한 산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무려 원화 6,000원 상당의 코카콜라 하나를 주문하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됐죠. 눈앞이 새하얗게 변했다가 이를 해결하는 순간 죽다 살아난 기분을 경험했습니다.




주타 트레킹 코스보다 더 힘들었던 Emergency 순간, 속이 편안해지니 중간 목적지 피프스시즌까지 올라가는 길을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청정한 공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는데요.


위기 상황이 지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유명한 Fifth Season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세상 여유로운 풍경, 그리고 멀리 보이는 만년설산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신이 선물한 휴식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피프스시즌에서 숙박도 가능(여름 시즌 한정)한데요. 참고로 캐리어 끌고는 절대 올라오지 못할 것 같네요.


보통 여기서 뭐라도 먹고 출발하는데, 이미 트레킹 초반부터 엄청난 고통을 경험했기에 잠시 숨만 돌리고 이날의 최종 목적지인 차우키 호수로 갔습니다. 조지아 여행에서 가장 황홀했던 주타 트레킹 여정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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