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도 실화? 한여름 조지아 쿠타이시 랜드마크 방문기

쿠타이시(Kutaisi) - 바그라티 대성당

by 포그니pogni


여기, 추운 나라 아니었어?


그런 편견이 있습니다. 겨울이 추운 나라는 대신 여름에 시원할 것이라는 이야기. 예를 들어, 러시아 모스크바는 한여름에도 낮 최고 기온이 25도를 밑돌 것만 같죠.


그렇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요. 제가 1년 동안 살았던 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 8월 중순 첫 발은 내디뎠는데, 35도가 훌쩍 넘어가는 낮기온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단, 강렬한 여름이 지나고 9월 중순 무렵부터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하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조지아 여행에서의 더위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떠났습니다. 트레킹 성지로 유명한 해발고도가 높은 카즈베기 지역은 낮 최고 기온이 24도를 밑돌아 무척 시원했는데요. 그렇지만, 쿠타이시로 오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7월 어느 날 오후 3시 무렵, 쿠타이시의 당시 기온은 42도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앞자리가 4로 넘어가는 것은 자주 출장 갔던 남인도 지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요. 물론 건조한 탓에 그늘에 있으면 괜찮았는데, 햇빛이 닿는 순간 불가마에서 사우나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쉼'을 중심으로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시내 여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타이시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랜드마크 '바그라티 대성당(Bagrati Cathedral)'의 '민트색 지붕'이 아른아른 거려 도심에서 택시를 타고 방문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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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당은 서기 1003년 건축된 고대 조지아 왕국의 통일과 번영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입니다. 수 세기 동안 조지아 왕들의 대관식이 이뤄지기도 했죠.


그렇지만, 1600년대 후반 오스만 제국의 침략으로 지붕과 기둥 상당수가 무너져내려 폐혀 상태로 300년 이상 방치됐습니다. 그래서 성당 주변에 '폐허'의 흔적처럼 보이는 석조 구조물을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는데요. 이후 현재까지도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인데요. 특이하게도 조지아 정부는 현대적인 철골과 유리 구조물을 결합한 파격적인 복원을 감행했습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 보니 고대의 돌벽과 현대의 철골 구조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형태의 성당이 됐는데요. 여행자 입장에서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성당 내부는 높은 층고 때문인지 압도적인 개방감과 함께 이에 수반하는 '웅장함'이 상당했습니다. 과연 조지아 여행 쿠타이시란 도시의 랜드마크라고 부르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했는데요.


옛 프레스코화와 더불어 곳곳에 눈에 띄는 현대적인 '땜질(....?!)'과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하고 있는 현지인들 모습까지 여러모로 강한 인상이 남았던 내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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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타이시는 근교에 '겔라티 수도원 / 못사메타 수도원'이 가장 유명합니다. 그렇지만, 이 아름다운 민트색 지붕을 갖고 있는 바그라티 대성당 사진을 보자마자 굳이 근교에 있는 수도원은 안 가도 되겠다란 생각이 들었는데요. 실제로 보니 더 아름다웠습니다.


물론 조지아 여행을 하며 트빌리시 성 삼위일체 대성당, 보드베 수도원, 게르게티 교회 등 많은 랜드마크 성당을 봤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예쁘고 매력적인 외관은 단연코 쿠타이시의 바그라티 대성당이었죠.


네, 42도에 달하는 미친듯한 더위에 그늘 하나 없는 잔디 언덕이었지만,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게다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사람 하나 바깥에 없어 바깥에 전세내고 촬영하는 것 같았죠.



성당의 언덕 잔디 마당은 쿠타이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 포인트입니다. 만약 제가 해질 무렵에 방문했다면, 더 경이로운 광경을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특히 붉은 지붕들이 펼쳐진 시내 풍경과 곳곳에 솟아 있는 녹음 짙은 키 큰 가로수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코카서스 산맥의 능선은 '이곳에 오길 잘했다'란 말을 절로 해주게 만드는 풍경입니다.


다만, 아직 완벽하게 복원이 안 된 성벽 혹은 성벽의 방어탑 같은 장소가 있었는데, 조금 더 완벽하게 복원하여 조지아인의 랜드마크이자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찾게 만드는 것은 또 하나의 숙제라고 생가합니다.



올라갈 땐, 택시
내려올 땐, 걸어서


시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성당이기에 42도 폭염 속에 오르막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는데요. 숙소로 내려갈 때는 택시가 안 잡혀 어쩔 수 없이 걸어서 이동했습니다.


당연히 오르막보다 훨씬 낫지만, 언덕에서 내려오는 길은 그늘이 거의 없어 그야말로 지옥이었습니다. 1분도 안 돼서 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었는데요.


도시를 가로지르는 리오니강이 보일 때까지 5분이 1시간 같았던 경험을 했습니다. 그나마 시가지를 걸으면 곳곳에 공원과 가로수가 있어 괜찮았는데, 바그라티 대성당에서 내려오는 길은 보통이 아니었죠.




그런데, 숙소에 도착하고 Bad News 소식이 왓츠앱을 통해 전달됐습니다. '다크투어리즘'을 위해 예약했던 구소련 휴양 도시(츠할투보) 투어가 모객 인원 미달로 취소됐거든요.


그렇지만, 취소 대신 더 비싼 투어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요. 쿠타이시 여행객이라면 70% 이상은 진행한다는 '협곡 & 동굴 투어'가 바로 그것입니다.


만족도는 살짝 떨어졌지만, 대신 흥미로운 인연들을 만났는데요. 과연 어떤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