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타이시(Kutaisi)
오늘 저녁 식사는 조지아 말고
우크라이나 음식 어때?
40도가 넘었던 하루, 무더웠던 날씨로 인하여 더 길게만 느껴졌던 쿠타이시 근교 투어를 마쳤습니다. 조지아 여행 일정, 쿠타이시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는데요.
여행을 하면서 맛있는 현지식을 많이 먹었지만, 여행 일정 후반부에 다다르고 있어서 그런지 이날은 조지아 음식 말고 다른 나라 요리를 저녁 식사로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우크라이나 음식 전문점 "U Sester". 조지아 제2의 도시 쿠타이시에는 유달리 맛있는 음식점이 많아 더 고르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우크라이나 음식점에 끌렸던 것일까요?
네, 맞습니다. 10년 전 이맘때쯤이겠네요. 3월은 카자흐스탄(중앙아시아 전역)에서 가장 큰 명절인 '나우르즈' 명절 연휴 기간이 있습니다. 당시 K-Sure 인턴쉽을 했었는데, 카자흐스탄에서 다른 나라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함께 일했었던 알마티 사무소장님께서 '우크라이나 여행 경험'에 대해 극찬을 했기에 꼭 방문해보고 싶었는데요. 그렇지만, 당시 우크라이나는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략 이슈까지 있어 정세가 불안정했기에 아쉽게도 방문하지 못했죠.
당시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엄청 떨어졌겠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기억이 좋아 모스크바를 대신 다녀오게 됐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현재 러-우 전쟁에서 러시아가 이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크림반도 침략 이후 국제 제재에 대한 내성 때문이지 않나 싶은데요.
각설하고 당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지 못했고, 지금도 전쟁으로 방문할 수 없기에 간접적으로나마 우크라이나를 경험해 보고자 이곳을 방문했죠.
그렇게 다시 쿠타이시의 화이트 브릿지(White Bridge)를 건너 U Sester를 찾아갔습니다. 가는 길목에 '우크라이나 국기로 된 식당 표지판'이 곳곳에 있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식당 입구에 도착하니 역시 조지아답게 식당 건물은 포도나무 잎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요. 마치 식당이 아니라 오두막처럼 보였고, 느낌적인 느낌으로 '우크라이나 친구의 할머니댁에 초대'받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던 식당 분위기였죠.
식당 내부로 들어가니 뭔지 명확히 표현하기 힘들지만 '이게 우크라이나 느낌이구나'란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투박함과 포근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았는데요.
투박함은 식당 BGM으로 흘러나오는 낮은 저음의 '비장한 음악'과 '흑백 사진' 때문이었고요. 포근함은 외모는 효도르와 같았지만, 이번 조지아 여행에서 가장 젠틀하고 친절했던 직원 때문이었습니다.
아닐 수도 있지만, 전쟁의 아픔에도 타국에서 살아야만 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의 마음의 소리가 전달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인생 커틀릿,
인생 와인 한잔
우크라이나 음식의 메인 디쉬는 퓌레를 곁들인 치킨/돼지 커틀릿, 구이, 슈니첼, 양배추롤, 즈라지(Zrazy, 동유럽 고기롤 요리)가 있었습니다. 뭘 고를까 고민하다가 무난하게 '치킨커틀릿'을 주문했는데요.
여기에 하루 종일 걷는다고 땀을 엄청 흘리고 왔기에 조지아 현지 맥주인 Kazbegi Beer와 식당에서 준비한 스페셜 와인 한잔까지 나름 럭셔리 하게 주문했습니다.
U Sester에서는 조지아 와인의 본산 카헤티 지방의 "텔리아니 협곡(Teliani Valley)산 와인"을 판매하는데요. 본래 원했던 와인이 없어 주인장 추천을 받아 화이트 와인을 마셨는데, '와....! 한 모금 마시자마자 그 풍미가 머릿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인생 와인이 조지아에서 마신 모든 와인인데, 그중에서도 1등이었습니다.
그리고 비주얼이 너무 평범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치킨커틀릿인데요. 어떻게 소스도 없이 소금 간으로 완벽하게 커틀릿 간이 맞을 수 있는 것이죠? 감자 퓌레와 샐러드까지 함께 먹으니 양도 혼자 먹기에 상당히 많았습니다.
쿠타이시에서 마지막 저녁 식사로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게 조지아 여행 일정, 쿠타이시의 마지막 밤과 함께 긴 여정도 완연히 후반부에 접어들었습니다. 카즈베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쿠타이시에서 출발하는 투어 상품을 활용해 투어를 마치고 온천 휴양지 보르조미로 이동할 건데요.
그런데, 이 투어에서 끝인 줄 알았던 인연들을 다시 만나 함께 투어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요. 과연 어떤 인연이 기다리고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