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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그니pogni Jan 28. 2022

아, 여기는 마리화나가 합법인 동네였지??

Pongi, 유라시아 여행기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3




이제 음주여행을 시작해볼까?



  늦은 아침부터 하이네켄 공장에서 실컷 맥주를 들이켰다. 알코올 도수가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침부터 마신 술인지라 살짝 알딸딸한 기운이 올라온다. 과도한 음주는 여행을 망치지만 적절한 음주는 내 기준으로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보통은 저녁을 먹으면서 가볍게 맥주나 와인을 마시겠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름대로 주량이 꽤 된다고 생각한다. 소주로 환산하면 약 3~4병 정도?!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맥주는 알코올이 들어간 술이 아니라 음료수로 치부하고 술을 마시곤 한다. 그래서 카자흐스탄에서도 KIMEP 대학교 건너편에 각종 생맥주를 PET병에 담아 판매하는 곳이 있었는데, 이걸로는 알코올이 부족해 항상 조그마한 동네 구멍가게 같은 슈퍼에서 자그마한 보드카를 추가로 구매했던 기억이 있다. 맥주라고 하니까 생각나는 것인데, 사회인이 되고 인도 첸나이(Chennai) 지역에 자주(1년에 약 100일 가량 거주) 출장을 다니면서 빡센 업무로 인한 피로도가 높은 몸에 인도를 대표하는 맥주 킹피셔(King Fisher)를 계속 들이붓다가 통풍이 와서 이제는 맥주 마시는 것을 그래도 만힝 자제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아침부터 모닝 비어(Morning Beer)를 들이키니 정신이 살짝 알딸딸하다. 처음에 하이네켄 박물관을 나왔을 때는 다시 숙소로 들어가서 잠깐 쉬었다 올까란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바깥 공기를 맡으면서 조금 걷다보니 어느새 술이 깬다. 모닝 비어의 순기능이랄까 몸에 온도가 올라가면서 추운 1월 암스테르담의 날씨지만, 생각보다 춥지 않게 느껴졌다. 괜히 러시아 사람들이 보드카를 날이 추워지면 물처럼 들이키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음주는 이렇게 체온을 높여줘서 추위를 조금이라도 잊게 만들어주니 말이다. 이제 암스테르담 중심지까지 걸어가볼까? 역시나 이 도시의 길을 어렵다. 여전히 구글맵을 들고 따라가는데 부채꼴로 쭉 펼쳐진 지형탓에 나는 직진하고 있지만 자꾸 옆으로 세고 있다. 그래도 꾸역꾸역 굴하지 않고, 목적지를 찾았다. 연초에 연휴가 있는 탓인지 아니면 주말이라서 그런지 거리에는 현지 사람들로 가득하다. 상점에도 사람들로 꽉 차있지 않은 곳이 드물었다. 도심 한가운데 대형 트리는 불과 크리스마스가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았단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그렇게 유럽여행에 대한 감상에 젖어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냄새가 코 끝을 찌르기 시작했다.





처음 맡아본 대마 향기



  네덜란드하면 연상되는 것이 몇 가지가 있다. 튤립, 풍차, 하이네켄, 축구, 홍등가 그리고 마리화나가 합법인 국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명동과 같은 암스테르담 거리에 진입했는데, 옛날 우리나라처럼 길거리에서 담배를 물면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유럽의 선진국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른 풍경. 이는 개인의 자유가 중요시되는 서양권이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나 싶다. 그리고 코 끝을 찌르는 역한 냄새, 그것의 정체는 바로 대마초(마리화나)였다. 길거리에서 담배도 아닌 대마초를 아무렇지 않게 피면서 지나가는 모습을 보니 내가 진짜 네덜란드에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난생 처음 맡아보는 대마 냄새는 역하기 그지 없었다. 대마향이 내 콧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우웩하는 제스쳐가 나와버렸으니 말이다. Shop에서는 대마 쿠키도 관광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하는데, 나도 한 번 먹어봤다. 그냥 약초가 들어간 쿠키 맛이었는데, 이거 맛있다고 대량으로 먹으면 그대로 취해버린다고.


  그러고보니 암스테르담 카페 곳곳의 야외 테라스석에서 커피를 마시며 연기를 내뿜는 사람들이 많았다. 얼핏 봤을 때는 시가(Cigar) 잎을 입에 물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생각해보니 마리화나였다. 카페를 지나갈 때면 이런 역한 냄새가 느껴졌으니까 말이다. 당시 20대 후반의 나이였는데, 생각보다 충격이 강했나보다. 아직까지도 암스테르담 거리를 연상하면 연기가 코 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이 외에도 홍등가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 홍등가에서 관광객이 카메라를 들고 찍으면 조폭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사진을 지우거나 심한 경우에는 카메라를 부숴버리리까지 한다고 하니 이는 매우 조심해야할 부분이다. 어쨌든 같은 서유럽이지만 이렇게나 분위기가 다를까 싶을 정도였던 네덜란드. 여기서 평생 처음 해본 것들이 많았는데, 다음은 저녁에 생애 첫 카지노 나들이를 했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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