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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그니pogni Oct 30. 2021

Oh Heineken, 인생 맥주를 네덜란드에서 마시다

Pongi, 유라시아 여행기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2

Heineken Brouwery, 여기서 나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했다!


유럽여행, 버킷리스트
: 대낮부터 맥주 마시기



  힘들게 친절한 터키 택시기사의 도움으로 우리는 암스테르담 숙소에 도착했다. 혹시나 했던 얼리 체크인의 행운을 기대했지만 역시나였다. 매서운 추위에 벌벌 떨었던 우리는 그저 상대적으로 따뜻했던 숙소 로비 카운터에 짐을 맡기고 공용 화장실에서 잠시 씻을 수 있는 걸로 만족했다. 겨울은 그래도 유럽여행 비수기라 생각해서 숙박비도 아낄 겸 이런 식으로 숙소를 잡았는데, 정말 엄청난 실수였단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해외여행부터는 절대 야간 버스를 타면서까지 숙박비를 아끼지 않았다. 어쨌든 해는 밝아왔고, 마냥 오후 3시 체크인 시간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아까워서 몸을 추스르고 네덜란드 여행을 시작했다.


  생애 처음 유럽여행을 준비하면서 나에게 버킷리스트 하나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대낮부터 현지에서 맥주 마시기다. 지금도 좋아하지만 그때는 카자흐스탄에서도 매일 입에 보드카, 와인, 맥주를 달고 살 정도로 술에 미쳐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런 버킷리스트가 생겼으면서 생경한 유럽 분위기에 취해 낮에는 술을 자제했던 것 같다. 나는 지금 하이네켄(Heineken)의 나라 네덜란드에 왔고,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하이네켄 박물관으로 향했다. 이곳은 본래 최초로 하이네켄 맥주를 만들기 시작한 양조장인데, 이를 이 브랜드의 역사와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전시관으로 용도를 변경하여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입장료는 €14 정도였는데, 이걸로 각종 체험과 동시에 맥주 세 잔을 마실 수 있으니 가성비가 아주 좋은 Attraction이 아닌가 싶다. 돌이켜보면 정말 그 어떤 곳보다 가장 암스테르담에서 재밌게 시간을 보냈던 장소였다. 물론 홍등가나 안네의 집과 같은 그 외의 명소도 많았지만 말이다. 



하이네켄 박물관에 들어가면, 초입에 그들의 역사가 담긴 사진을 볼 수 있다.
맥주의 원료인 홉(Hop)을 발효시키는 공정, 직접 저어 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좌] 홉(Hop) 체험을 마치고 마실 수 있는 갓나온 맥주 / [우] 하이네켄 병이 제조되고 맥주가 채워지길 기다리는 공정



홉(Hop)이 가득한 갓 나온 맥주는
달콤함(Sweet) 그 자체였다.



  오전 11시 즈음 하이네켄 박물관에 드디어 입장했다. 아침 식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곳에 도착하니 지금 당장 갓 나온 생맥주로 목을 축이고 싶을 뿐이었다. 문득 대학교 1학년 동기 MT가 기억난다. 당시에는 몇 명 이상 단체로 참석한다는 조건이 있으면, 하이트 진로 회사에서 홍천에 있는 하이트(Hite) 맥주 공장 견학과 동시에 갓 나온 생맥주를 무제한으로 제공해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우리나라 맥주는 김이 빠진 느낌이라 맛없단 편견이 있었는데,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너무 맛있어서 그 자리에서 혼자 3,000cc는 마셨던 것 같다. 하물며 우리나라 공장에서 갓 제조된 맥주도 이렇게 맛있는데, 유럽에서 먹는 것은 얼마나 더 맛있을까?


  박물관에 들어가면 홉(Hop)을 발효시키는 공정이 나타나기 전까지 이동경로를 따라 걸으면 하이네켄의 역사를 쭉 훑어볼 수가 있다. 그렇지만, 이미 마음이 콩밭에 있던지라 그냥 스치듯이 읽고 지나갔다. 그래도 역사관에서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하이네켄이 당시 UEFA 유럽 챔피언스리그 공식 후원을 했기 때문인지 호날두, 말디니 같은 전설적인 스타들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유니폼이 전시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빨리 맥주를 마시고 싶다.


  그리고 뭔가 멀리서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한 생경한 제조 공법의 모습이었다. 여기는 맥주의 원료인 홉(Hop)을 발효시키는 곳으로 이걸 어떤 방법으로 발효시키느냐에 따라 맥주 풍미가 천차만별로 변한다고 한다. 지금이야 기계가 이걸 발효시키지만, 옛날에는 오로지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그 수작업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물론 나도 열심히 엄청 큰 나무 주걱이 있길래 저어봤는데, 이거 뭐 하루 종일 사람이 수작업으로 한다면 분명 보통일은 아니었다. 


  가볍게 체험을 하고 드디어 입장료에 포함된 첫 Free 맥주가 나왔다. 홉(Hop)이 가득한 갓 나온 맥주였다. 나의 유럽여행 버킷리스트가 실현되는 순간이다. 나도 하이네켄 맥주를 먹어봐서 아는데, 갓 나온 맥주가 이렇게 달콤한 맛인지 처음 알았다. 그렇지만, 나는 완전히는 아니고 30% 정도 실현했다고 표현하고 싶다. 왜냐하면 후술 할 오금이 저리도록 맛있었던 진짜 생맥주에 비할바는 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물론 이것을 마시는 순간에는 이거야 말로 인생 맥주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새벽에 고생하며 숙소를 찾았던 보람이 있었으니 말이다.



Heineken Experience의 하이라이트, 갓 제조된 하이네켄 '생맥주' 마시기 체험 Bar
나의 인생 맥주였던 -1℃로 유지되는 생맥주, 'Extra Cold Heineken'



아침에 마시는 인생 맥주의 맛이란??
by Extra Cold Heineken



  하이네켄 박물관에는 스토리가 있다. 『하이네켄 역사관 - 제조 공정 - 최종 시음 체험』순서로 루트가 짜여 있는데, 홉을 발효시키는 공정에서 하이네켄 병맥주 완제품이 나올 때까지 전체 공정을 지나서야 비로소 최종적으로 시음을 할 수 있다. 그렇게 Heineken이 어떻게 제조되는지 확인을 마치고 드디어 고대하던 바(Bar) 혹은 펍(Pub)처럼 인테리어 된 맥주 시음 공간에 도착했다. 


  박물관에 입장하면 팔찌에 무슨 동그란 단추 같은 것이 달려있는데, 이걸 주고 맥주를 시음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걸 직원이 차감하지 않고도 공짜(Free) 맥주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내가 펍(Pub)의 직원이 되어 생맥주를 뽑는 체험에 참여하면 본인이 뽑은 맥주를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참여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박물관 직원이 다가와 이거 자기가 시범을 보이다가 잘못 뽑은 거라며 그냥 마시라고 주는 것이 아닌가! 체험에 참여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체험하는 것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니 이걸 구경하고서 자리에 앉아 맥주 마시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마침내 영접하게 된 나의 인생 맥주. 일반과 Extra Cold 생맥주를 선택할 수 있었다. 나와 친구들은 망설임 없이 생맥주 기계가 -1℃로 유지되어 나오는 Extra Cold Heineken 앞에 앉았다. 이것이 바로 나의 인생 맥주였고, 나의 유럽여행 버킷리스트가 완전하게 100% 실현됐던 순간이다. 한 모금 목으로 넘기는 순산 깨달았다. 만약 신이 마시는 맥주가 있다면, 바로 이것일 것이라고. 뭐라고 맛을 표현해볼까? 너무 어려운 질문이지만 나는 '극한의 기분 좋은 목 넘김'이 가득한 맥주였다고 표현하고 싶다. 본래 나는 라거(Lager) 맥주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페일 에일(Pale Ale) 느낌의 수제 맥주 맛이나 흑맥주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이걸 먹고 나서 나는 결심했다. 매 끼니마다 하이네켄을 마시자고 말이다. 그만큼 내게 있어서 너무나도 긍정적으로 충격적이었던 맥주의 결정체였다. 다음 행선지 터키로 갈 때까지 얼마나 마셨을지도 모를 정도로 계속 들이켰다. 물론 카자흐스탄에 돌아가서나 혹은 한국에 귀국해서 편의점에서 하이네켄을 사서 마셔보니 당시 그 맛이 나지 않았다. 아! 네덜란드에 다시 가고 싶다, 다 필요 없고 맥주를 마시러 말이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서 빈속에 맥주를 들이켰지만, 전혀 취하지 않는 어느 1월 추운 겨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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