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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구 Feb 23. 2024

달의 오브제

( 나는 의류업을 합니다 )

 보름달이 뜨면 어떤 이는`달이 참 크구나`하고 말하고, 어떤 이는`달이 참 가깝구나`하며 말합니다. 

 설을 쇠고 나서 바라본 밤하늘에는 어둠을 도려내고 나온 초승달이 떴습니다. 오늘 밤에는 볼이 통통해지기 시작한 달이 보일 겁니다. 매일 밤 달은 해를 품고 점점 커지고 보름 날이 되면 만월이 될 겁니다.

 초승달을 보고 둥근 원이 빠져나간 것 같다고 슬퍼 보인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달이 커질 때마다 빛이 어둠을 갉아먹는다고 아쉬워하는 사람입니다.

 누구의 달은 해를 품어 커져서 좋지만 누구의 달은 어둠을 갉아먹어 슬픕니다. 당신의 달은 어떤가요. 음력으로 된 달력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명상록을 썼던 로마의 황제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는 `우리가 듣는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라 의견이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도 관점이지 진실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남겼습니다. 

 처음 이 글을 접했을 때 나는 범칙금 통보서를 받은 표정으로 멈칫거렸습니다. 삶의 통찰과 혜안이 느껴지는 잠언 같은 문장 앞에서 주눅이 들었으니까요. 오만과 방종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이 부끄럽게 느껴졌고 명료하게 제시한 철학적 명제가 가리키는 날카로운 시선이 나를 찔렀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에는 보름달이 뜨겠지요. 이제 사람들은 낙타등 같은 산에 오르지 않고 빨간 신호등 보듯 달을 봅니다. 토끼가 떠나버린 달은 새로운 입주자를 찾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정월 보름에는 마법을 일으키는 주술 시가가 나타나 사람들이 다시 소원을 빌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달을 보고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의 덕담도 건네는 보름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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