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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안테스 Oct 27. 2024

나 자신을 돌보는 방법

어른이 다니는 학교(11)

개학하는 날, 아이들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본인의 선택과목에 따라, 

선택한 수업 시간에 따라,

전교생의 수업 시간표가 모두 다르다.

과목에 따른 수업 교실을

1교시부터 6교시까지 부지런히 이동해야 한다.

4 구역으로 나눠진 큰 학교를

아이들은 이리저리 분주하게 오간다.

대학교 수업은 중간에 공간이 있지만,

고등학교에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10분이라는 시간에 라커에서 책도 꺼내고,

화장실도 갔다 오고, 

다음 수업 교실까지 이동하는 것을 모두 끝내야 한다.

심지어 수업 시작 전에 착석을 해야 하니,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5~7분 남짓.


홈룸이라고 부르는 학급교실은

특별한 학급행사나 창체활동이 없으면,

7교시가 끝나고 20여분 머무르는 공간이다.

모닝스파크를 제외하고,

우리 반 아이들도,

심지어 나도 그 시간에만

우리 반 아이들을 본다.

종례가 끝난 뒤 

4시 50분부터 아이들은 

학년별로 마련되어 있는 면학실의

배정된 자리에서

10시 30분까지 시간을 보낸다.

중간중간 방과 후 수업이나 1인 1기 수업이

있는 아이들은 면학실을 중심으로 

개인별 이동을 한다. 



물론 일주일 중에 7교시 창체활동이 

2번 정도 잡혀 있지만,

한 교실에서 학급 학생들이 머무르면서,

생활하고 수업도 듣고,

하루종일 학급 학생들과 부대끼면서 느끼는,

유대감을 생성하기에는 환경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학급 교실에서 같이 생활을 하면,

4교시 수업이 끝나고 우르르 식당으로 몰려가면,

딱히 밥 메이트가 없어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정신없이 수업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그리고 4교시 편성 수업에 학급 반 친구나

친한 친구가 없을 경우

밥을 먹을 친구가 마땅하지 않을 때가 있다.


아침 식사는

새벽 운동 후에, 기숙사에서 옷 갈아입고

호실 친구들이랑 먹으러 가면 되지만,

점심은 애매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4교시 수업이 끝나면,

학년, 학급별 라커로 이동한다.

학급별로 라커가 몰려 있으니,

거기서 학급 친구들을 만나 밥을 먹으러 가기도 한다.

학년별 라커가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한다.


아이들 사이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티가 나는 것이 있다.

혼자서 밥을 먹는다.

그리고 혼자서도 밥을 안 먹을 때는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증거다.


어른이든

아이든

밥을 먹을 사람이 없다는 것은,

밥을 먹는 것이 편하지 않다는 것은,

마음을 허하게 만들고,

몸을 아프게 한다.


입학하고, 

일주일 정도가 일종의 골든타임이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만들던,

다른 아이가 먼저 다가왔든,

밥 동맹이 굳건하게 형성된 아이들은,

1학년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꿴 아이들이다.


입학하고 1~2주간은

누가 나한테 밥을 같이 먹을까라는 말만 해줘도,

고마운 시기다.


며칠 동안 지켜본 그 아이는 

학교 생활 적응을 가장 잘하는 아이였다.

항상 주변에 아이들이 많았고,

본인이 아이들을 몰고 다녔다.


라커를 지나면서

우리 반 아이들이 보이면,

쓰레받기로 먼지를 모으듯,

가자 가자 하면서 학급 친구들을 우르르 데리고,

함께 밥을 먹으러 가는 것을 주도하였다.

담임으로서 고마운 아이였다.


"선생님, 상담실에 상담 신청 어떻게 해요?"

한 없이 밝아 보이던 아이가,

복도에서 나를 만나자마자 묻는다.

"상담 신청? 무슨 일 있어?"

"아무튼 상담을 받아야 할 거 같아요"


그렇게 밝아 보이던 아이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떨군다.

"음... 상담받는 거는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상담받기 전에 선생님이랑 먼저 이야기하자꾸나.

오늘 저녁에 만나자"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여학생이라,

상담 순서상으로 후순위였지만,

갑작스럽게 상담을 하게 됐다.


"선생님 저도 이럴 줄 몰랐어요.

제가 제일 잘 지낼 줄 았았어요.

그런데 기숙사 들어오고,

이틀 지나자 혼자 있을 때 눈물만 계속 나요.

어제도 기숙사에서 하루종일 울었어요."


"학교는 네가 원해서 들어온 거야?

아니면 부모님이 가라고 해서?"

"제가 원해서 왔어요.

부모님은 잘 지낼 수 있겠냐고 걱정했는데,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정을 했죠"

"그런데.... 제가 매일 너무 당연하게 

누리던 것이 얼마나 저한테 의미가 큰지 몰랐어요.

엄마한테 찰싹 달라붙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함께 있는 것이,

저한테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몰랐나 봐요..."


우리 반 아이들을 몰고 다니며,

밥을 먹이고,

여자애들을 한 방에 모아 반모임을 주도하던 그 아이는,

정작 본인에게 너무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에게 무너졌다.

그리고 한참을 울었다.


"근데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기숙사 여학생 학급 모임이란

전통이 있니?

우리 반이 제일 먼저 했다고 하던데?"

"아니요. 그런 모임은 없는데,

저희 반 여학생들이 급속도로,

친해져서 복도에서 이야기하고 있길래,

사감선생님한테 혼날까 봐,

방에 다 들어오라고 했는데,

그게 반모임을 했다고 와전된 거 같아요"

"음... 그랬구나.

그런데 왜 안 불렀어.

전체 여학생 반모임인데... 

00 이는 혼자 다른 반 아이들하고 

있었잖아"

"아~~3개 반에서 한 명씩 있는 방이라,

우리 반만 불러내면,

다른 반 두 명이 기분이 나쁠까 봐요"


이제야 상황파악이 됐다.

교차점검을 해보니, 의도된 따돌림은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래도... 물어는 봤어야지.

그 애 빼고 모든 반 여학생이 모였는데,

본인만 부르지 않았다고 오해할 수 있잖아.

아니, 오해할만한 상황이지.

반 모임 할 건데, 

다른 반 친구들이랑 친구들이랑 있는데, 

너 혼자 나오는 거 괜찮아? 어떻게 할래.라고

물어보는 것이 좋았을 것 같아.

너도 알다시피 지금 엄청 불운이 겹쳤잖아.

개명했는데 계속 옛날 이름으로 불리지.

혼자만 다른 친구들이랑 방 쓰지.

376명 중에 본인만 강당에 좌석이 없어 

개인 의자에 앉지.

그런데 여학생 반모임을 했는데,

본인만 부르지 않았다고 생각해 보렴"


"아... 절대 그런 건 아니었는데...

어떡하죠.

제가 설명을 하고 사과를 할까요?"


"음... 선생님이 보기에,

밥 한 번 먹자고 해. 

그리고 사과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이야기해 줘.

너 사람들이 동물을 왜 기른다고 생각해.

돌보는 거 귀찮잖아.

그럼에  사람들이 개, 고양이 등 반려 동물을

키우는 이유는 돌봄으로써 

스스로를 돌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어떤 존재를 돌바줌으로써,

그 과정에서 스스로 위안을 얻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은 누군가를 돌보는 것은,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기도 하지 않을까"

"오해이긴 하지만....

사건의 발단에 원인을 제공했고,

너도 지금 너무 마음이 힘든 상황이니,

우리 반에서 가장 마음이 힘든 그 애를 

네가 돌봐주는 건 어떠니?

누구를 돌 봐주다 보면, 힘든 너의 마음도 진정이 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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