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끝으로 퇴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루어진 상황이긴 하지만 불안 불안했던 무언가가 확실시된 기분이라 사실 설레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합니다. 걱정되는 거요? 그건 내년의 제가 하는 걸로 하기로 스스로 약속했습니다.
40대가 되어서 겪는 퇴사와 취업과정이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상황을 두고 본다면 23년의 마무리를 꽤나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은 듭니다.
퇴사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
자의 반, 타의 반이라고 한 이유는 제 의지도 있지만 회사의 상황이 참으로 어이없게 흘러갔기 때문입니다. 복지시설에 다니고 있는 저는 이 직업이 급여는 조금 부족할지라도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해요. 월급은 시에서 책임져주고 있으니 사실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기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된다면 결국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더는 이 곳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작년부터 알게 모르게 법인에서 일이 터지고 직원들은 상황을 지켜보는 일들이 시작되었고 올해 들어 시와 구청에서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고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등 문제가 좀 더 명확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제가 입사하기 전에 일어난 문제들로 인해 시작된 일이긴 하지만 보조금과 후원금을 받는 복지시설로써는 타격이 큰 일이기도 했고요. 정작 본인들은 태평했던 거 같아서 몇 번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그래도 괜찮아.'라는 태도로 일관하더니 결국 모든 문제들을 한꺼번에 수면 위로 올려서 하나하나 정정 및 반환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물론 현재 있는 직원들은 입사시기가 비슷하고 3-4년 차인 저희가 근무하는 동안 문제는 없었기 때문에 공무원분들도 직원들에게 문제가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고 확인하고 넘어갔던 부분들이라 저희의 안위를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과연 이곳에 있는 게 맞는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 꽤나 깊었던 것도 사실이었어요.
문제는 점점 더 확실해지고 명확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눈으로 문제를 확인한 저는 퇴사 시기를 보고 있다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직원들 모두 퇴사를 하기로 결정했어요. 기관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중에서 부득이하게 휴업이나 폐업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까지 되었고요. 이렇게 될 때까지 숨기면서 아무런 말을 안 한 시설장에게도 열이 너무 받았지만 결국 전 이게 잘된 거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것 같아요.
이 모든 과정은 11월 마지막 날에 정리되었고, 12월 남은 연차를 사용하면서 간간히 근무 중에 있습니다.
막상 퇴사가 결정되고 나니 3년 넘게 이곳에 있으면서 열심히 했으니 좀 쉬어도 되겠다는 생각과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불안이 생각나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제가 내린 결론은 "잘 되었다." 였어요. 타이밍이 너무 괜찮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며칠 지나서도 같은 마음일까? 싶었는데 계속 긍정적으로 좋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예전에 스타트업 회사에서 나와서 6개월 정도 쉬었던 적이 있는데 처음엔 쉬는 법도 모르고 그저 불안하고 조급해했던 적이 있었어요. 근데 결국 걱정은 걱정으로 끝났고 저에게 훨씬 좋은 시간이었거든요.
그때의 경험 덕분인지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전에 쉴 때는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라 누워있고만 싶었는데 이번엔 무언가를 배워볼까 싶고 하는 걸 보니 긍정적인 생각으로 채우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퇴사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불안이나 걱정은 내년의 제가 그때 가서 하는 걸로 하기로 마음먹고 남은 시간 잘 보내보려 합니다.
제 운명의 방향은 어디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2023년을 잘 마무리하고 2024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보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