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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다른 양양 Jan 12. 2024

적당히 아픈 건 괜찮아.

몸이 으슬으슬. 아침에 눈을 떠보니 누가 온몸을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출근하기 싫다.' 


대번에 든 생각이 바로 집에 있고 싶다는 것뿐이었지만 나는 대한민국의 직장인(?)이니 일어나 침대를 정리하고 터벅터벅 씻으러 간다. 양치를 하면서도 머리를 감으면서도 계속 '춥다.'는 말 만 반복하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든 생각은 '오늘은 살려면 꼭 반차를 내야지.' 그 하나뿐이었다.


회사에 도착해서 제대로 일도 못하고 오후 반차를 신청하고, 승인되면 빨리 들어가라는 배려를 받아 10시 30분쯤 사무실에서 나와 집으로 간다. 걷는 내내 앓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걸 보니 생각보다 아플 것 같아서 한숨이 난다.


'적당히 아파라. 진짜.'


적당히 아파야 한다는 다짐(?)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회사를 벗어나서 그런지 발걸음은 가볍다. 누울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인진 몰라도 역시 퇴근은 만병통치약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버스에 올라탄다.


집 근처에 도착.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페퍼민트차를 주문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몸이 으슬으슬 거리 거나 아플 때,  따뜻한 민트차를 마시는 게 버릇이 되었다. 전에는 치약맛 난다고 민초단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였는데 민초 아이스크림과 페퍼민트차에 환장하는 나를 볼 때면 새삼스러울 때가 있다.  


페퍼민트차를 손에 들고 집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조용히 앉아서 홀짝거리며 마신다. 가만히 멍 때리다가 차를 다 마시고 밥과 약을 챙겨 먹고 누워 잠을 잔다. 한참 자다가 잠시 깨면 열을 제고 책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는 다시 밥과 약을 챙겨 먹고 잔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아플 때 헤쳐나가는 법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는 생각. 


전에는 혼자 아플 때 서럽다고 울었던 적도 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걱정해 주는 엄마가 없다고 울었던 적도 있었는데 '크게 아픈 것'이 아니라면 이까짓 몸살이나 감기쯤이야 하고는 넘어가는 내가 너무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는 것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이라도 몸이 아프면 생각이 많아지는 거 같기도 하다. ^^;;



"괜찮아?"

다음날 친구에게 문자 한 통이 왔다. 


전화나 톡에 평소보다 답이 없으니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하나하나 설명하기 귀찮아서 스토리에 올리곤 자버렸더니 친구가 걱정이 되었나 보다.  알고 보니 친구도 며칠 몸이 아파서 고생을 하고 있었다고 서로 걱정하다가 한 마디 한다.


"적당히 아픈 건 괜찮아. 크게 아프지만 말자."

이 정도 아픈 건 이제 서럽지도 않다면서.


적당히 아픈 건 아니 혼자서 어느 정도 넘어갈 수 있는 건 괜찮아질 나이다. 누군가 옆에 있어도 없어도 아픈 몸을 이끌고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해야 하고, 나보단 누군가를 돌봐야 할 때도 수 없이 넘겨와 적당히 아프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내 생각보다 나의 시간이, 세월이 정말 많이 지난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적당히 아픈 건 괜찮고 크게 아플까 걱정하는 나이.  

새해 덕담이 "건강"이 주가  되는 나이.

병원에서 건강을 제일 조심해야 하는 시기라고 주의를 주는 나이가 되다 보니 크게 아플 미리 걱정하는 나이가 된 게 아닌가 싶다.


모두 적당히 아프자. 며칠 쉬고 약 먹으면 나을 정도로만 아프고 크게 아프지 말자 :) 

아픈 건 그냥 서러운 거지만 스스로도 부담될 정도로 크게 아픈 건 두렵고, 더 아리고 서러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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