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카케 살자
엉덩이가 무거워야 공부를 잘한다는 옛말이 있다. 나는 엉덩이 무겁기로는 어디 가서 빠지지 않았는데 공부는 그렇게 잘하지 못했으니 옛말이라고 다 맞는 건 아닌 것 같다. 무거운 엉덩이가 내게 준 것은 좋은 성적이 아니라 허리 디스크였다.
진단을 받은 게 벌써 4년 전이다.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잘 일어나지 않는 못된 버릇이 허리 디스크로 돌아왔다. 아플 때마다 약으로 버텼는데 지난 주말부터는 똑바로 걸을 수가 없었다. 월요일에 꾸역꾸역 회사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롱, 아프면 좀 쉬어 내일 아침에 일어나 보고 연락해
통증 때문에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고 들락날락하는 날 보고 저녁에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여전히 아팠고 결국 남편과 병원에 갔다.
"디스크가 터졌네요. 약으로는 안 될 것 같아요."
남편과 나란히 서서 MRI로 촬영한 내 허리를 쳐다봤다. 아무리 부부라도 이렇게 속까지(?) 보여줘도 되나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수술을 하기에는 아직 너무 젊으니 시술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주사도 맞기 싫어서 약만 고집했던 나에게는 너무 무서운 제안이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아플 수는 없었다. 원무과 상담을 받고 남편과 상의 끝에 해보기로 했다.
10분 정도 걸리는 간단한 시술이라고 했는데 그 전에 받아야 하는 검사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CT, X레이, 심전도, 피, 소변 검사까지 받고 입원을 했다.
"아아아아아악 아파요!!!"
남편 말로는 링거 바늘 꽂는 요란한 소리가 병실 밖까지 들렸다고 한다. 10분의 시술을 위해 4시간을 기다렸고 그 사이 보호자는 남편에서 엄마로 바뀌었다.
"김초롱 님, 이제 수술실 내려가실게요."
시술실이 아니라 수술실이라니. 심지어 침대에 실려(?) 가야 한다고 했다.
"저 걸을 수 있어요. 걸어갈게요."
"누워서 가셔야 해요."
수술실 앞까지 따라온 엄마에게는 센 척, 괜찮은 척했지만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울고 싶어졌다. 내가 왜 그랬을까(?).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수술실은 왜 이렇게 추울까. 내가 여기를 살아 나갈 수 있을까(???). 뭐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여러 번 소리를 질렀지만 다행히 수술실 밖 엄마에게까지는 들리지 않은 것 같다. 30분 정도를 수술실에서 보내고 무사히 밖으로 나왔다. 국소 마취를 했기 때문에 정신은 멀쩡했는데 수술실을 나오면서 다짐했다. 착하게 살아야지. 엉덩이가 가벼운 사람이 돼야지. 여기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
시술 다음 날이었던 어제, 남편과 집 앞에서 저녁을 먹고 문구점에 들러서 귀엽지만 쓸모없는 스티커를 사고 돌아오면서 얘기했다.
"오늘 하루가 꿈 같았어."
"그럴 만도 하지. 이제 아프지 말자."
이 짧은 글을 쓰면서도 엉덩이를 다섯 번이나 들썩거렸다. 허리야, 내가 잘할게. 잘 부탁해.